(사진=박소희 기자)
오상원 민주노총 제주본부 조직국장 (사진=박소희 기자)

약 70만 명 인구 중 30만 명 정도가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제주를 대표하는 노동 키워드는 뭘까

오상원 민주노총 제주본부 조직국장은 1일 오전 10시 제주가치와 제주대안연구공동체가 공동 주최하는 수요정책 라이브러리 시즌2 ‘전환의 꿈! 정책으로 말하다’ 다섯 번째 강연에 나섰다.

‘노동자의 눈으로 본 지역노동정책은?’을 주제로 강연한 오 국장은 ‘비정규직’ ‘저임금’ ‘맞벌이’ 이상 3개를 제주 대표 노동 키워드로 꼽으며 노동존중 사회를 위한 정책 제안을 내놨다.

#통계로 살펴본 제주노동 현실

제주지역은 전국과 비교해도 비정규직 비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그래픽=오상원 국장)

 

17개 시도별 비정규직 노동자 현황(통계청,2020)을 살펴보면 제주지역 비정규직 비율은 43.8%로 뒤에서 세번 째, 전국(36.3%)과 비교해 7.5%나 높다. 고용노동부 정의에 따르면 비정규직은 계약직, 일용직,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뜻한다. 따라서 제주 노동자 절반 가량은 특정기간 내 고용주를 떠나기로 결정돼 있다. 고용불안과 고용차별 위험에 놓여 있다는 의미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7월부터 주요 국정과제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정책'을 단계별로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제주지역 역시 정부 정책에 맞춰 그해 1643명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중 548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지만 이후 별다른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오상원 국장은 "지난 4년간 제주도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얼마나 정규직으로 전환했는지에 관한 유의미한 통계가 없는 실정"이라며 "비정규직 비율이 높다 보니 임금 수준도 매우 열악하다"고 했다. 

(그래픽=오상원 국장)

지역별 월평균임금은 제주지역이 전국 꼴찌다. 대통령직속일자리위원회에 따르면 작년 기준 제주지역 임금은 289만원으로, 전국평균 349만원보다 60만원이나 적다. 월평균임금이 가장 높은 서울과 비교하면 129만원이나 차이난다. 

문제는 제주지역 평균값과 대다수 노동자들의 실수령금액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오 국장은 "제주지역 노동자들 대부분 연봉 2000만원 받으면 많이 받는 것"이라며 "여기에는 '통계의 함정'이 있다"고 지적했다. 

가령 연봉 2억 받는 한 사람과, 2000 만 원 (2021년 최저임금 실수령액) 받는 사람 아홉 사람의 평균 연봉은 3167만원이다. 아홉 명이나 평균 연봉보다 1000만 원 이상 못 받고 있지만 통계는 이같은 사실을 말해주지 않는다.

따라서 오 국장은 "노동현실을 왜곡하는 평균값으로 월 임금액을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노동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산업구조를 먼저 파악하고 산업별 평균 임금액으로 따져야 한다"고 했다. 

(그래픽=오상원 국장)

월 200만원도 받지 못하는 저임금 가구가 많다보니 맞벌이 가구 비중도 높을 수 밖에 없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역별 고용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제주지역 맞벌이 가구 비중은 60.8%로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다. 

오상원 국장은 "제주는 두 자녀 이상으로 구성된 가구수가 많은 지역중 하나다. 교육열도 높은 편이고, 1자녀 가구와 비교해 의식주 비용도 많이 들어간다."며 "여성의 경제자립도가 높아서가 아니라 혼자 벌어 한달 생활비를 충당할 수 없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제주지역 2인 이상 다자녀 비율은 63.4%로 17개 시도 가운데 광주(64.3%) 다음으로 높다. 가장 낮은 서울(56%)과 비교하면 13.4%나 높다. 

# 그래도 고용지표는 양호한 수준이라고 하는데

제주도의회가 지난해 11월 작성한 '제주 고용구조 문제점과 대응방안'에 따르면 2011년 이후 제주지역 주요 고용지표는 전국 대비 양호한 수준이다.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전국 고용률은 60.5%인 반면 제주지역 고용률은 68.5%로 8% 높다. 실업률도 동기간 전국 평균 3.6%에 반해 제주지역 평균은 2%로 1.6%나 낮다.

오상원 국장은 "경영계 중심으로 발표되는 고용지표는 노동시장의 문제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다"면서 "다른 통계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고용지표란 만 15세 이상 인구 중 경제활동인구(취업자+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그래픽=오상원 국장)

2017년 기준 국민연금 가입현황을 살펴보면 제주지역은 66.7%로 전국 평균(69.6%)보다 낮다. 동년 제주지역 고용보험 가입률은 65.9%로 17개 시도 가운데 15위다. 전국 평균 가입률은 71.7%. 

오상원 국장은 "임금은 낮고 비정규직 비율은 높다 보니 일을 두 세가지 하는 노동자가 많다. 그러다보니 취업률은 높은 편이지만 이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은 허술한 편"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4대보험 가입률은 전균 평균 이하값이다. 단기성 일이 많다 보니 평균 근속도 2.5년이다. 2년에 한 번 다음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데, 고용보험 가입률도 낮으니 바로 이직하지 못하면 빈곤 상태로 빠질 수 있다. 문제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산업별 임금현황 살펴보니

제주도 산업구조를 살펴보면 2019년 1차산업 8.8%, 2차산업 15.1%, 3차산업 76.1%를 차지한다. 제조업 비중이 낮고, 관광·서비스업에 편중되다보니 사업체 분포 역시 숙박·식업(30.0%), 도소매업(23.1%) 중심의 영세업체 비중이 높다. 

문제는 제주도 산업의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숙박음식, 도소매, 보건사회 등의 시간당 임금 총액은 각각 1만원을 조금 넘거나 2만원도 안 되는 수준. 임금총액이 가장 높은 금융업(3만6699원)과 비교하면 제주도 기간산업군 평균 임금이 매우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픽=오상원 국장)
(그래픽=오상원 국장)

오상원 국장은 "제주 주요 산업들은 평균 노동시간도 적다. 상용직 노동자라 하더라도 도내 산업구조상 임금이 낮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워라벨('Work and Life Balance'의 줄임말로,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한다)'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산업 특성상 노동시간이 짧고, 시급이 낮다. 평균 임금이 낮다 보니 맞벌이 가정과 겸업 노동자가 많다. 고용지표는 양호해도 제주도 노동 실태는 열악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아버님이 편찮으셔서 광주를 찾았는데, 거봉 한 송이가 4000원이었다. 제주도로 돌아와 거봉 가격을 보니 8000원이었다. 2배나 비쌌다. 유통과정상 그런가보다 할 테지만 도내 생산되는 돼지고기 가격도 육지에 비해 월등히 비싸다. 임금도 낮은데 물가는 비싸지, 부동산 가격도 폭등했지. 제주도에서 먹고 살려니 죽어나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무엇부터 바꿔야 하나

(그래픽=박소희 기자)
(그래픽=박소희 기자)

오상원 국장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노동존중 제주를 위한 여섯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단일광역체제인 제주도의 행정구조는 모든 행정력이 제주도에 집중돼 있다. 따라서 제주도에 노동정책과를 신설해 △노동전문관 채용 및 정책수립 △노동조합의 노동정책 참여 △노동권익 향상을 위한 기구 운영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오 국장은 "서울·경기·광주·충남 지역들은 이미 노동정책 담당 국 혹은 과 혹은 정책관이 있다. 제주지역 역시 그런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원희룡 도지사 공약 중 하나가 노동정책관 신설이었다. 하지만 이행하지 않고 지사직을 내려놨다. 30만 노동인구를 불과 2~3명의 공무원이 담당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노동전담과 신설을 요구했다. 

그가 제시한 두번 째 과제는 노정교섭이다. 교섭 정례화로 당사자가 노동정책에 적극 개입하고, 노동정책의 여론화와 의제화를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 인천 서울은 이미 교섭 정례화를 실현했다.

그는 "경기도는 협약식을 통해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놓인 5인 미만 사업장의 시간외 수당 등 가산수당을 도 예산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서울 같은 경우도 노정교섭을 통해 여러 가지 변화를 이끌어 냈다"면서 "다음 지선에서 어떤 도지사가 당선되는냐에 따라 교섭 가능성 여부가 달라진다"고 했다. 

노동정책을 기획하고, 유의미한 실태를 조사하고, 법률 지원을 할 수 있는 노동권익센터도 신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오 국장은 "노동 관련 통계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나 한국은행에서 고정적으로 조사하고 있는데, 정경련의 경우 경영계를 대변하다보니 데이터 값을 신뢰하기 힘들고, 한국은행 같은 경우는 경제 중심 표본 지수만 발표하다 보니 노동자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노동자의 현실을 대변할 수 있는 통계가 필요한데 통계를 내려면 노동권익센터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미 부산, 경기, 대전, 전남, 충남, 광주, 서울은 이같은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맞벌이 가정 비율이 높은 만큼 공동육아방, 공동육아나눔터 등 지원 제도도 확충해야 한다고 했다. 

이와 더불어 사회보험 사각지대 확충도 강조했다. 영세사업장 4대보험 확대 지원을 통해 제주지역 낮은 사회보험 가입률을 높이자는 것이다.

현재 제주도는 일자리 창출 소상공인 사회보험료 지원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정부의 ‘두루누리 사회보험료 지원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10인 미만 사업장에 사회보험료를 지원하는 제도다. 올해부턴 10% 확대해 사업주 실제 부담액의 90%를 지원하고 있는데, 오 국장은 10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두루누리의 경우 올해부터 지원이 대폭 축소됐다. 올해부터 신규로 들어오는 사람은 지난 1년 동안 고용보험과 국민연금 가입 이력이 아예 없어야 한다. 제도 변경 이전에는 신청 후 3년간 이직과 상관없이 받을 수 있었다. '두루누리'의 경우 지자체 사업 영역은 아니다 보니 정부 정책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끝으로 생활임금액 적용범위 확대를 통해 저임금의 시달리는 제주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도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생활임금제도는 노동자가 최소한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고 가족을 부양하면서 주거·교육·문화생활이 가능하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도입한 제도다. 큰 틀에서 제도 시행 방법은 비슷하나 조례를 통해 운영하므로 자치구마다 세부적인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올해 제주형 생활임금액은 1만 150원으로 제주도는 직접고용부문과 투자· 출연기관, 민간위탁분야까지만 적용하고 있다. 2020년까지 민간부문까지 적용범위를 넓혀가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제자리 걸음마다.  

오 국장은 공적자금이 들어가는 지원사업에 생활임금 하한제를 의무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도 직-간접 고용 공공사업 입찰업체나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 조직체들, 장애인-여성 기업, 외자 유치 및 투자진흥지구 등까지 확대자는 것이다. 

그는 민간부문까지 확대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면서 제주연구원에서 지난해 검토한 생활임금에서 최저임금의 차액 50% 지원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도내 대부분을 차지하는 숙박음식과 도소매, 운수창고 산업에 지원하려면 연간 약 200억이 필요하다. 

오 국장은 "제주도 한해 예산이 5조 5000억원 정도인데, 여기서 버스준공영제에 1000억을 쓰고 있다. 동서교통의 경우 최근 사모펀드로 문제가 되고 있는데, 그런 예산 아껴서 노동자의 인간단운 삶을 위해 쓸 수 있지 않을까"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이번 지선에서 제주가 노동존중 사회로 가는 전환을 만들어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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