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호와 비자림
고용호 의원(왼쪽)과 삼나무가 베어진 비자림로 공사구간. (사진=제주투데이DB)

공공사업에 반대하는 시민 의견을 배제해야 한다는 뉘앙스의 내용을 담아 ‘반민주적’이라는 논란이 일었던 비자림로 확포장 공사 조기 개설 촉구 결의안. 

결의안 자체가 강제적인 의무를 띠지 않아 실효성이 없고 제주도와 영산강유역환경청 간 협의 절차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폐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제주도의회는 논란이 됐던 문구 일부를 수정한 뒤 7일 열린 제398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재석 의원 중 반대 버튼을 누른 의원은 단 7명. 김용범·박원철·양영식·이상봉·정민구·현길호·홍명환 의원 등이다. 

김경미·김태석 의원 등 2명은 기권했고 강철남·고현수·김희현·송창권·양병우·한영진 의원 등 6명은 표결에 불참했다. 고은실 의원은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시민사회 반발 속에도 찬성 버튼을 누른 의원은 고용호·강성의·강민숙·강성균·강성민·강연호·강충룡·고태순·김경학·김대진·김황국·문경운·문종태·박호형·안창남·송영훈·오영희·이경용·이승아·임정은·조훈배 등 21명과 교육의원 5명 전원(강시백·김장영·김창식·부공남·오대익)이다. 

본회의 직전 제주환경운동연합은 논평을 내고 “어떤 사업이든 찬성과 의견을 밝히고 행동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민주주의 표현이며 헌법과 개별법으로도 보호하는 국민적 권리”라며 “그런데 결의안은 이런 국민 기본권을 제한하고 민주주의를 탄압할 우려가 큰 내용을 거리낌 없이 넣었다”고 지탄했다. 

이어 “더 충격적인 일은 결의안에 동의한 도의원 대다수가 품앗이하듯 결의안에 서명해줬다는 점”이라며 “도민을 대의하고 도민의 공익과 복리를 위해 복무해야 하는 도의원들이 도대체 자신의 본분과 책무를 다하고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힐난했다. 

아울러 “결의안이 아무리 수정된들 결의안의 반민주성은 사라지지 않는다”며 “지금 도의회가 할 일은 갈등을 부추기는 결의안을 상정하는 게 아니라 갈등의 중재자로서 본연의 본분에 성실하게 복무하는 것”이라며 폐기 또는 부동의를 촉구했다. 

지난 6일엔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모임을 비롯, 결의안의 폐기를 요구하는 시민과 단체들의 도의회 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이번 결의안을 통해 다양한 시민 참여 활동에 대한 도의원들의 반민주적 의식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며 “제대로 작동되는 민주주의 사회는 갈등을 외면하지 않고 합리적으로 다뤄야 하고 갈등을 다루는 데 정치의 역할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지만 도의원들은 갈등과 다른 목소리를 배제하거나 부정적인 세력으로 규정하면서 강력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며 “도의원들이 결의안에서 보여준 태도와 인식은 비판 받아 마땅하며 도의회의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정치적 세를 과시하려는 나쁜 정치 행태, 부여된 권한을 제대로 책임지기 보다 오용하고 남용하는 행태는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며 “도의회는 이런 못된 정치를 근절할 수 있는 자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