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국내 농가소득 통계가 농가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농가소득 역대 최고, 살림살이 나아졌나?)에 대해 이야기했다. 제주 농가소득 통계 역시 실제 모습을 왜곡하는 점이 존재하지만 전국과 비교해 두드러지는 점이 몇 가지 있다. 이번 편에선 그 차이가 나타내는 제주 농업의 특징을 살펴보고자 한다. 

농가소득은 농업소득과 농업외소득(농외소득), 이전소득, 비경상소득 등을 모두 합한 값이다. 지난해 제주 평균 농가소득은 4912만원으로 전국 평균 소득 4503만원보다 409만원이 높다(전국 2위). 그 이유는 농업이 아닌 활동을 통해 얻는 소득인 농외소득(제주:2039만원, 전국:1661만원)이 상대적으로 높았기 때문이다. 

제주 농가소득 통계.
제주 농가소득 통계.

#‘투잡’ ‘게스트하우스 주인’ 농민 많아 

제주 농가의 경우 농외소득에 포함되는 사업외소득이 눈에 띄게 높다. 사업외소득은 농가 구성원의 근로소득과 배당금과 이자 등 금융 소득을 합한 금액이다. 농민이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요양보호사로 벌어들인 임금, 예금 이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제주의 경우 전국 평균(1168만원)보다 383만원 많은 1551만원이다. 

겸업소득은 농업 이외의 사업을 경영하여 얻은 소득으로 게스트하우스 등을 운영하며 얻은 수입이 여기에 해당한다. 제주의 경우 488만원, 전국 평균은 493만원으로 큰 차이는 없다. 

여기다 농업 생산활동으로만 벌어들이는 농업소득의 경우 전국 평균은 전년 대비 15.2%(1026만원→1182만원) 상승한 반면, 제주는 지난 2018년부터 점차 감소, 전년 대비 20.9%(1528만원→1209만원) 크게 하락했다. 

이 같은 통계는 제주 농민이 점차 농사만 짓고는 못산다는 것을 의미한다. ‘투잡(two job)’을 가지거나 금융 자산 등을 통해 돈을 버는 경우가 많고 이런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제주 농업소득.
제주 농업총수입과 경영비, 농업소득.

#농업경영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

제주 농가의 농업 활동에 들어가는 농업 경영비(4085만원)는 전국 평균(2421만원)과 비교해 1.4배 이상 높다는 특징이 있다. 게다가 이 비용이 가파르게 증가해 농업소득은 지속적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제주 농가 농업경영비는 지난 2018년 3310만원에서 2019년 3674만원, 2020년 4085만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만 11.2% 증가했다. 이는 전국 평균 증가율(0.2%)과 비교해 상승 폭이 훨씬 가파르다. 

경비가 62.4%로 비중이 가장 높고 다음으로 재료비 22.3%, 노무비 15.4% 순이다.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경비가 17.4%가 증가하면서 농업 경영비 총액을 크게 늘렸다. 

경비 중에선 감가상각비가 737만원에서 877만원으로 140만원(19%) 증가, 다음으로 유통비용 및 기타경비가 596만원에서 691만원으로 95만원(15.9%) 증가했다. 증가 폭이 가장 컸던 항목은 농업 보험료로 132만원에서 183만원으로 38.6% 증가했다. 

재료비는 909만원으로 비료비가 301만원에서 322만원으로, 농약비가 260만원에서 303만원으로 지출이 늘어났다. 

인건비 등을 뜻하는 노무비는 628만원으로 전년 대비 1.5%가 감소했지만 전국 농가(189만원)와 비교해 31%가량 높다. 제주지역 농업은 전국과 비교해 손이 많이 필요하다는 걸 의미한다. 

김수종 제주그린팜 대표가 하우스 감귤을 들여다 보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김수종 제주그린팜 대표가 하우스 감귤을 들여다 보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부채·가계지출 비중 높아

이에 더해 제주 농가의 가구당 부채(8255만원)는 전국 평균(3759만원)과 비교해 2배가 넘을 정도로 높고 가계지출 역시 가구당 4243만원으로 전국 평균 3450만원으로 높은 편이다. 농업 소득만으로 가계비를 충족하는 비율은 28.5%로 이 역시 전국 평균 34.3%를 밑돈다. 

통계에서 드러나는 제주 농가소득의 특징은 1)농업소득이 낮으면서 가계지출이 높고 2)농외소득 중 사업외소득이 높고 3)유통비용과 농업보험료, 인건비 등 농업경영비가 높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1)농사를 짓는 것만으로는 먹고 살기 힘들고 2)농업 외 다른 활동으로 돈을 버는 농민이 많으며 3)일손이 많이 필요하고 섬 지역 특성상 유통비용이 많이 들고 재해 피해를 대비하기 위한 농업보험료가 많이 든다

이같이 통계에서 드러나는 제주 농가소득의 특징은 현장에서도 체감하고 있다. 

서귀포에서 만감류 6000평과 노지감귤 6000평 규모의 농장을 운영하는 김수종 제주그린팜 대표는 “제주도는 논농사와 비교해 인건비와 비료대가 상대적으로 많이 들어가는 감귤 농가가 많다”며 “밭작물을 재배하는 농가는 우리(감귤 농가)보다 소득 수준이 더 열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귀포에서 3500평 규모의 감귤 및 만감류 농장을 운영하는 오인자 넘버원농장 대표는 “하우스 농가(시설 농가)는 그나마 연중 작물을 출하하는 기간이 길어 괜찮지만 노지감귤 농사를 하는 농가는 출하할 수 있는 기간이 짧아서 한철 팔고 나면 소득이 뚝 끊긴다”며 “나머지 기간 생활비를 충당하려면 농가 빚이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제주도는 태풍이 수시로 와서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다 보면 비닐도 날아가고 골조인 파이프도 날아가면 다시 시설 짓고 하면 계속 빚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구조”라며 “농업재해보험료가 1년에 40만원 정도인데 이마저도 못내는 농가가 많다”고 지적했다. 

제주밭. (사진=조수진 기자)
제주밭. (사진=조수진 기자)

현진희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제주도연합 정책위원장은 “육지부는 벼농사 비중이 많기 때문에 기계로 작업하는 부분이 많아서 상대적으로 사람이 덜 필요하다”며 “제주는 절반이 귤, 절반이 밭작물인데 특히 밭작물은 재파종에다가 수확까지 손이 많이 간다”고 짚었다. 

송영훈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서귀포시 남원읍)은 “제주는 육지부와 비교해 물류비 부담이 크다”며 “농산품을 배송하는 비용도 많이 들지만 농자재도 배를 타고 오게 되면 그만큼 가격이 더 비쌀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태호 뱅디자연농원 대표는 “제주의 경우 농외소득이 꾸준히 증가하는 이유는 귤농사가 전업농보다 공무원이나 다른 직장을 가진 사람들도 겸업으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며 “농민이 아닌 사람이 진출하기 쉽다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나이가 많으신 고령 농민은 낮엔 당근 농사하다가 남는 시간에 물질(해산물을 따는 일)하는 분들이 많다. 이런 분들은 농업으로 버는 돈보다 다른 일로 버는 돈이 더 많다”며 “그렇기 때문에 제주의 경우 농가소득 통계 모델을 특징에 맞게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가소득③으로 이어집니다.

※창간 기획 [불끈!제주농업]은 시즌제로 진행된다. 시즌1에선 당장 발등에 떨어진 시급한 제주농업 현안에 초점을 맞춘다. 충분한 논의와 취재를 위해 3~4주마다 한 주제씩 모두 일곱 차례에 걸쳐 보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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