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군법회의를 통해 고문을 받고 억울한 옥살이를 한 4·3수형인들이 70년 만에 무죄를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사진=김재훈 기자)
지난 2018년 12월17일 제주지방법원에서 4·3당시 불법 군사재판을 통해 억울하게 옥살이를 수형인을 대상으로 재심을 열고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사진=김재훈 기자)

제주4·3 당시 불법적으로 이뤄진 군사재판을 받아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던 수형인 2530명 중 600여명의 명예회복을 두고 법무부가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 전망이다. 

지난 3월 개정돼 지난 6월부터 시행 중인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불법 군사재판 수형인에 대한 유죄 판결의 직권 재심청구를 두고 법무부와 4·3중앙위원회, 행정안전부 등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특별법 제14조(특별재심)은 ‘희생자로서 제주4·3사건으로 인해 유죄의 확정 판결을 선고 받은 사람이나 수형인 명부 등 관련 자료로서 위와 같은 사람으로 인정되는 사람은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제15조(직권재심 청구의 권고)에선 ‘4·3중앙위원회는 1948년 12월29일에 작성된 ’제주도계엄지구 고등군법회의 명령 제20호‘와 1949년 7월3일부터 7월9일까지 작성된 ’고등군법회의 명령 제1호‘부터 ’고등군법회의 명령 제18호‘까지 첨부된 별지 상에 기재된 사람에 대한 유죄판결의 직권재심 청구를 법무부장관에 권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수형인 전원 직권재심, 명예회복의 가장 기본적 조치

여기서 직권재심 제도란 제재대상자의 권리를 구제하기 위해 제재 조치가 증거서류의 오류 누락이나 법원의 무죄판결 등으로 위법 또는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조치권자가 재차 심사해 제재조치를 다시 결정하는 제도를 뜻한다. 

다시 말해 4·3의 경우 불법 군사재판으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이들에 대해 조치권자인 법무부가 직권으로 재심을 진행해 부당한 재판 결정을 취소하거나 변경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억울하게 수형생활을 하고 평생을 ‘죄인’이라는 낙인에 찍혀 고통받고 살았던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치다. 

#'희생자'로 결정된 사람만 직권재심 청구 대상자로?

하지만 제주투데이 취재 결과, 법무부에서 불법 군사재판 수형인 약 2530명 중 희생자로 결정되지 않은 약 600명에 대해 직권재심 청구 대상자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괄재심'이 아닌 '선별재심'을 하겠다는 것. 

제14조의 “희생자로서”라는 전제 때문에 희생자로 결정된 사람 1930여명만이 직권재심 청구 대상자라는 논리다. 일가족이나 친척 등이 모두 세상을 떠난 무연고자들이나 주소나 나이 등이 특정되지 않는 등 불가피한 이유로 희생자로 결정되지 못한 수형인 희생자 600여명은 빼겠다는 것. 

반면 유족회 등에선 제15조에서 직권재심 청구 대상자의 범위를 “희생자”에 국한한 게 아니라 군사재판 수형인 모두가 대상자로 규정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948년 제주농업학교 수용소에 붙잡혀와 심문을 받기 위해 기다리는 수용자들. (사진=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
지난 1948년 제주농업학교 수용소에 붙잡혀와 심문을 받기 위해 기다리는 수용자들. (사진=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

#"수형희생자 중 단 한 분이라도 구제 받지 못하면 우리는 죄를 짓는 것"

양성주 제주4·3희생자유족회 사무처장은 “법무부가 주장하는 것은 불법 군사재판으로 수형인이 된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을 한다는 법의 취지에 맞지 않다”며 “똑같이 불법 군사재판으로 억울하게 형을 살았던 사람들인데 누구는 가족이 없어 희생자 신고를 못해 구제 받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던 불법 재판이었기 때문에 지난 20대 국회에서 발의됐던 특별법 개정안에선 ‘불법 군사재판의 무효화’를 담았다”며 “하지만 이번 21대 국회에서 통과된 개정안에선 정부 협상 과정을 거치며 입법부가 사법부의 판결 조치를 법으로 규정하는 건 3권 분립에 위배된다고 해서 불가피하게 군사재판 수형인 모두를 직권재심 청구 대상자로 일괄재심하기로 하고 조문이 일부 바뀌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죄도 없는 사람들을 끌고 가서 감옥에 가둬서 수형인명부를 작성한 게 국가 아니냐. 그분들의 무죄를 밝혀내는 것 역시 정부 또는 법무부가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며 “군사재판 수형인 2530여명 중 단 한 분이라도 명예회복을 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죄를 짓는 것과 다름 없다”고 호소했다. 

#제주도 "수형인 전체 대상이 당연"

이에 대해 제주도는 유족회와 입장을 같이 하고 있다. 

도 4·3지원과 관계자는 “직권재심 후속 조치를 추진하면서 당연히 군사재판 수형인 전체를 대상으로 해서 법무부에 권고해야 한다는 게 법의 취지에도 맞고 도의 입장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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