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당시 제주 주정공장의 모습(자료사진=4.3아카이브)
4.3 당시 제주 주정공장의 모습(자료사진=4.3아카이브)

제주4·3 당시 불법 군사재판 관련자에 대한 일괄재심 대신 선별재심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는 제주투데이 보도(☞일괄재심이라더니…4·3 수형인 선별적으로 재심하겠다?)와 관련, 4·3 특별법 개정 취지부터 명예회복 조치까지 모두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는 13일 성명을 내고 "4·3 배보상 차등지급에 이어 선별재심은 또 무엇"이냐며 "역사의 정방향을 향해 나갈 줄 알았던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개정에 따른 후속 조치가 곳곳에서 후퇴될 우려를 낳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에 개정된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가운데 제14조(특별재심)는 '희생자로서 제주4·3사건으로 인해 유죄의 확정 판결을 선고 받은 사람이나 수형인 명부 등 관련 자료로서 위와 같은 사람으로 인정되는 사람은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제15조(직권재심 청구의 권고)에선 '4·3중앙위원회는 1948년 12월29일에 작성된 <제주도계엄지구 고등군법회의 명령 제20호>와 1949년 7월3일부터 7월9일까지 작성된 <고등군법회의 명령 제1호>부터 <고등군법회의 명령 제18호>까지 첨부된 별지 상에 기재된 사람에 대한 유죄판결의 직권재심 청구를 법무부장관에 권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불법 군사재판 수형인에 대한 직권 재심청구를 두고 법무부와 4·3중앙위원회, 행정안전부 등이 실무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불법 재판으로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던 수형인 2530명 중 600여명의 '재심 배제'를 검토중인 것으로 제주투데이 취재 결과 밝혀졌다.

이에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4·3희생자'로 인정되지 못한 600여명을 직권재심 청구 대상에서 배제하는 방안이 검토중인 것이 사실이라면 당장 철회해야 한다"면서 "제주4·3특별법 개정안의 핵심은 배·보상 문제와 함께 4·3 당시 불법 군사재판 무효화였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내놓은 제주4·3진상조사보고서에 따르면 4·3 당시 군사재판은 정당한 재판절차를 거치지 않는 등 사실상 불법 재판이다.

따라서 유족과 4·3관련 단체 등은 특별법 개정안 논의 당시 군사재판 무효화 조항을 넣으려 했다. 그러나 입법부가 사법부의 판결 조치를 법으로 규정하는 건 삼권 분립에 위배된다는 의견을 수용, 일괄재심 방안으로 개정안이 마련됐다. 4·3 당시 억울하게 수형생활을 하고 평생을 소위 '빨갱이'라는 낙인에 찍혀 살아왔던 희생자들과 유족들의 명예회복이 시급했기 때문에 한 발 물러선 것이다.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는 "실제 당시 법무부장관과 여야 국회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사실상 '일괄재심' 방식으로 공감대를 마련한 후 법안이 통과됐다"면서 현재 검토중인 '선별재심'을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해 11월 4·3 개정안 논의과정에서 "일괄직권 재심방안을 수용한다"는 '보도자료'까지 냈다. 당시 법무부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보낸 '수형인에 대한 명예회복조치' 조항에 관한 의견서를 통해 '제주 4·3사건으로 인해 유죄의 확정판결을 선고받은 자, 수형인 명부 등 관련자료로서 인정되는 자'에 대해 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대안도 제시했다. 

법무부의 이런 입장은 군사재판 희생자뿐만 아니라, 일반재판 희생자들에게도 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함으로써 재심의 문호를 적극적으로 넓혀줬다고 평가됐다.  

또한 군사재판 희생자들에게는 4·3중앙위원회의 권고에 의해서 법무부 장관이 직권재심청구가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일괄적 구제방안도 적극적으로 제시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러나 이같은 입장을 뒤집고 이번 직권재심 관련 협의과정에서 법무부와 검찰 일각에서 4·3 명예회복의 핵심적 조치 중 하나인 불법 군사재판 무효화에 상응하는 조치인 직권 재심과 관련해 '선택적 수용' 방식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조치"라면서 "협소한 법해석으로 검토중인 선택적 재심 청구 방안은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일가족이나 친척 등이 모두 세상을 떠난 무연고자들이나 주소나 나이 등이 특정되지 않는 등 불가피한 이유로 희생자로 결정되지 못한 수형인 희생자 600여명을 배제하겠다는 것은 이해 할 수 없다"면서 "똑같이 불법 군사재판으로 억울하게 형을 살았던 사람들인데 누구는 가족이 없어 희생자 신고 등을 하지 못해 명예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법 앞에 평등' 이라고 말할 수 있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최근 몇 년간 생존 수형인 재심을 통해 '공소 기각' 등 사실상 '무죄'를 인정받은데 이어 사망 수형인 등에 대해서도 최근 제주지방법원에서는 무죄 선고가 나고 있다"면서 "법무부와 검찰 등은 이제라도 선택적 재심 추진 방안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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