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하르방미술관에서 돌집을 짓기 위해 채석작업을 배우고 있는 볍씨학교 친구들. 돌을 반듯하게 쌓아 올리기 위해 돌 하나하나를 정성스럽게 살피고 다듬는 작업은 자신의 성장을 위해 자신의 마음을 살피고 다듬는 작업과 닮아있다. (사진=볍씨학교)
돌하르방미술관에서 돌집을 짓기 위해 채석작업을 배우고 있는 볍씨학교 친구들. 돌을 반듯하게 쌓아 올리기 위해 돌 하나하나를 정성스럽게 살피고 다듬는 작업은 자신의 성장을 위해 자신의 마음을 살피고 다듬는 작업과 닮아있다. (사진=볍씨학교)

1학기 때부터 우리 학사에는 아주 부끄러운 일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 학사에서 밥먹는 공간인 흙집 한쪽 구석에는 간식들이 모여 있다. 주로 주변 삼촌들이 주시거나 우리가 직접 만든 간식들이 보관되어 있다. 그 간식들은 우리가 일을 하며 쉬는 시간에 새참으로 먹기도 하고 밥을 먹은 후에 후식으로 조금씩 나눠 먹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학사에 비치되어있는 간식을 누군가 몰래 훔쳐먹고 그 쓰레기를 여기저기 버려두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 버려진 쓰레기를 발견해 하루나눔에 가져와 누가 몰래 먹었는지 물어보면 스스로 먹었다고 고백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때마다 우리는 그냥 다음부터 그러지 말자고 대충 결론짓고 넘어갔다. 아마 그때 그런 식으로 얼렁뚱땅 넘어간 넘어가 버린 것 때문에 지금 현재의 이 상황을 만들지 않았을까 싶다.

최근까지도 누군가 간식을 몰래 먹고 봉지를 아무데나 숨겨놓는 일이 벌어졌다. 그래서 우리는 2학기에도 이 간식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간식을 먹은 이 사람은 이미 버티는 것이 익숙해져 있고, 끝까지 버티다 보면 언젠가는 우리가 포기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듯 했다. 그래서 몇 시간을 얘기해도 나오지 않았다.

결국 선생님께서 특단의 조치를 취하셨다. 만약 간식을 먹은 사람이 스스로 나오지 않는다면 받침반은 졸업을 하지 않기로 말이다. 사실 졸업을 하지 못하는 것은 꼭 이번 일 뿐만 아니라 이 전에도 계속 받침반이 솔직하지 못하고 잘못을 숨기려는 패턴을 반복적으로 보였던 이유도 있다. 그래도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 다시 이야기가 시작됐을 때는 "그래, 이렇게까지 했으면 이제 고백하겠지"라고 생각했고, 계속 기다렸다. 그렇지만 그 사람은 끝까지 나오지 않았고, 하루라는 시간을 더 주었음에도 나오지 않았다.

받침반은 졸업을 하지 않기로 결론이 나버렸다. 그 순간 나는 너무 화가 났고,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내가 먹은 것도 아닌데 뻔뻔한 누군가 때문에 졸업을 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너무 화가 났다.

사실 예전에 나도 내 잘못을 숨기려고 했던 적이 있었으나 그때마다 결국엔 솔직하게 다 털어놓았다. 그래서 선생님께서 받침반 전체의 수준이 이것밖에 안 되냐는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나는 솔직하게 털어놓았으니 나는 아닌데 하는 마음이 들었다. 괜히 그 사람 때문에 내가 피해를 보는 것 같아 더 억울하고 화가 났다.

또 나는 2년 차까지 하지 않고 1년 차에서 마무리 지을 생각이었는데 1년 차에서 졸업을 하지 않는다고 하니 더욱더 화가 나고 부정적으로 변해갔다.

그 때문에 평소 신뢰가 가지 않던 친구를 의심해 몇 시간씩 붙잡고 씨름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내가 이렇게 해서 이룬 성과는 아무것도 없었다. 오히려 서로간의 신뢰만 깨져갔다. 그렇지만 난 그 뒤로도 계속해서 그 친구를 의심했다. 그러면서 또 이 상황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만 더욱더 커져갔다.

이때 내가 놓치고 간 것이 있었다. 바로 우리 받침반이 이 상황에 대해 봐야 할 진짜 목적, 그리고 의미 말이다. 

지금 우리에게 닥친 이 상황은 단순히 우리가 졸업을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벌어진 일이 아니다. 이 일은 우리 모두의 확실한 성장을 촉진시키는 하나의 수단이었다. 졸업을 하지 못한다는 이 극단적인 현실을 마주했을 때 각자 개인의 안에 올라오는 부정적인 마음들을 잘 성찰하고 직면해 전환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이 막막한 현실에 무너지지 않고 현재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연습을 해나가야 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 의미와 목적을 깨닫지 못했다. 그저 이 현실에 빠져 모든 것을 포기해 버리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다른 친구들이 하나둘씩 자신의 마음을 전환해 나갈 때도 나는 계속 부정적인 시선에 틀어박혀 있었다.

그러다 하루나눔 시간에 소민이가 쓴 글을 듣고 나도 조금씩 인식의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 글의 내용은 이러했다. 이 상황으로 인해 각자에게 드는 부정적인 마음들을 인식하고 전환하려고 노력하며, 또 몰래 간식을 먹은 친구가 스스로 용기 내어 고백할 수 있게끔 우리가 기다려 주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말을 듣고 나는 몇 가지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우선 첫 번째는 지금 그 사람이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나 때문이지 않을끼 하는 생각이었다. 내가 너무 화가 난 티를 내니까 그 친구가 더 겁을 먹고 숨기려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두 번째로 든 생각은 내가 더이상 이렇게 지내면 안되겠구나 하는 것이다. 졸업을 한다 해도 그 속과 내용이 채워져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내가 성장을 했다는 것이 확실하게 보여지고, 느껴져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시기가 되어 자연스럽게 졸업을 한다 해도 내가 내 안의 부정적인 생각 하나 전환해낼 힘이 없다면 제대로 성장했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졸업을 하든 못하든, 1년 차로 마무리하든 2년 차로 새롭게 시작하든 이것은 내가 꼭 이루어야 하는 성장의 과제다. 그래서 그 순간 나는 결단했다. 이 상황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들을 거둬내고 이 상황이 주는 참된 의미를 쫓아가며 앞으로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며 매사에 최선을 디하기로 말이다.

이렇게 결단한 가장 큰 이유는 나의 진정한 성장을 위해서이다. 내가 졸업을 하든 못하든, 또 몇 년 차를 남든 내 성장의 중요한 속 알맹이는 꼭 채워서 나갈 것이다. 그리고 지금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는 그 사람도 스스로 나올 수 있도록 참고 기다려 줄 것이다. 그러니 그 친구가 자신을 기다려주는 모두의 마음을 외면하지 않고 꼭 그 마음에 대해 용기 내어 응답해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

류현우

저는 제주학사에서 7개월 째 살고 있는 볍씨학교 9학년 류현우 입니다. 저희 학교에서 최근에 있었던 가장 큰 사건으로 인해 제가 배우고 느낀 것을 바탕으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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