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제주도의회 의사당 앞에서 시민들이 비자림로 결의안 폐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이성홍 제공)
지난 6일 제주도의회 의사당 앞에서 시민들이 비자림로 결의안 폐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이성홍 제공)

#‘비자림로 확장공사 조기개설 결의안’ 통과의 의미

지난 7일. 제주도의회에서 느닷없이 ‘비자림로 확포장사업 조기개설 촉구결의안’이 도의원 26인의 찬성으로 가결되는 기막힌 일이 일어났다. 비자림로(대천~송당) 건설공사는 사업비 242억원을 들여 제주시 구좌읍 대천교차로~금백조로 입구 2.94㎞ 구간을 2차로에서 4차로(너비 15.5m)로 확장·포장하는 사업이다. 

2018년 8월 공사를 시작했지만 환경훼손 논란이 크게 일면서 닷새 만에 중단됐고, 이후 3년 넘게 공사 재개와 중단이 반복되고 있다. 이와 관련 제주도청은 부실한 환경영향 평가를 토대로 비자림로 공사를 불법으로 추진한 것이 환경부에 적발되어 과태료 500만원 처분을 받았으며 환경평가를 시행한 업체도 허위 공문서 작성 등으로 인하여 영업정지 3개월과 과태료 500만원 처분을 받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제주도청은 지난 6월 영산강유역환경청과의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마치고 법정 보호종에 대한 보호대책을 마련해 시행하는 등의 추가 조치를 마무리하는 대로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공사를 재개할 것임을 밝혔다.

그러니까 굳이 제주도의회가 나설 것도 없이 제주도청은 갖은 무리수에 불법까지 저지르며 비자림로 확포장공사를 추진하고 있으며 환경청의 지적에 대하여 눈가리고 아웅식의 보완조치가 끝나는 대로 비자림로 공사는 조만간에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 속에서 도의회의 이번 결의안 통과는 다가오는 지역선거와 지역주민의 표를 의식한 해프닝에 가까운 것으로 거기에 의원들 간 밀어주기식 짬짜미로, 그것도 가장 저열하고 유치한 제주도 의원들의 민낯이거나 벌거벗은 꼴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 할 것이다.

지난 7일 제주도의회 본회의에서 비자림로 조기개설 결의안 표결 결과. (사진=이성홍 제공)
지난 7일 제주도의회 본회의에서 비자림로 조기개설 결의안 표결 결과. (사진=이성홍 제공)

#비자림로 확장공사 반대싸움의 현주소

그럼에도 이를 단지 해프닝이나 ‘괸당’식 패거리 문화로 무시하거나 일축하지 못하는 것은 결의문에 나오는 “주민의 권리와 이익에 반하여”, “갈등과 분란을 일으키는 조직적 반대세력”으로서 이른바 지역의 진보적인 제정당과 시민환경단체의 현주소를 돌아보면서 무력감과 자괴감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랄까.

어느 지역언론의 표현대로 “갈등을 조정해야 할 도의회가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는 걸 넘어서 아예 제주지역의 (굳이 진보가 아니더라도)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시민환경단체와 정당들에 대한 도의원들의 저급하고 악의에 찬 인식을 드러낸 것이며 대놓고 폄훼하고 모욕한 처사이지 않은가. 

이에 대하여 도의회의 사과와 항의, 1000명이 넘는 도민들의 결의안 반대 진정에도불구하고 이런 내용을 모르고 공동발의에 서명했다고 한 대다수 의원들이 찬성하여 가결시키지 않았는가.

표가 되는 머릿수 계산에 거의 동물적 본능을 가진 도의원들이 대놓고 결의안 서명 의원을 현수막에 내걸고 다가올 지역선거에서 심판하겠다고 하면 아이구 무서라, 하겠는가. 그이들에게 전혀 위협적이거나 압박을 가하지 못하는 현실 아닌가.

비자림로 조기 개설 결의안 반대 피켓 시위. (사진=이성홍 제공)
비자림로 조기 개설 결의안 반대 피켓 시위. (사진=이성홍 제공)

공무원들과 관료들은 어떤가. 비자림로 공사 재개는 제주도청의 관할로 올해 안으로 시작한다고 하지 않는가. 그럼 이에 대한 대책은 준비하고 있는가. 오히려 선무당 칼춤추듯 일부 도의원들이 도발하고 나선 것이라면 이를 기회로 삼아 도의회와 도의원의 민낯이거나 속살을 폭로하고 공무원들의 관료주의를 규탄하고 비자림로 공사반대의 여론을 만들기 위하여 선전과 조직을 꾀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면 비자림로 공사 반대싸움을 대하는 시민환경단체나의 정당들의 인식은 어떨까 적어도 제2공항 반대싸움의 과정에서는 제2공항건설과 연계한 공사로 의미가 컸으며 또한 제주를 대표하는 드라이브 명소로서의 상징성도 크게 작용하였는데 무지하고 탐욕스러운 다수 도의원들의 뻘짓이라고 해야 할 이번 도의회 결의안 상정을 두고 제2공항 반대단체나 정당 또는 환경단체 어느 곳에서 이 싸움을 같이 하였나. 

#제2공항 반대싸움을 통하여 무엇을 얻었나

이와 관련 우리가 제2공항 반대싸움에서 이겼다고 하지만 과연 제2공항 건설을 막아낸 것이 우리의 싸움역량이나 조직적 성과 또는 앞으로의 싸움방향 등에 어떻게 작용하였는지 따져볼 일이다. 

비상도민회의의 경우 제2공항 반대싸움이 일단락되면서 거의 해체된 모습이다. 물론 당면한 싸움이 끝나면 소속한 각 정당이나 단체들이 고유의 역할이나 업무로 돌아가야 함도 맞겠지만 제2공항 반대싸움이 단순히 제2공항을 막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하여 제주의 난개발을 막고 자연생태를 보전하여 지속가능한 말그대로 제주다움을 지키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식을 확충해가는 고리로서 역할 해야 한다면 과연 그 역할을 충실히 하였는가 또 거기에 걸맞는 조직적 전망은 갖추었는가 짚어봐야 할 것이다.

제2공항 건설이 일단락되었음에도 제주도청이나 도의회를 보면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그러한 예로 제주민 다수의 공항반대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공항찬성 광고와 선전을 거리낌없이 하였고 오등봉 공원부지 민간특례사업의 경우 이미 지난 도정에서 사업불가 검토가 끝났음에도 오히려 14층 고층의 1400여세대 대규모 아파트단지 조성사업을 제주시가 총대를 매고 추진하고 도의회가 짬짜미로 뒷배를 봐주지 않았는가. (당시에도 강성의를 비롯 환경도시위원회 의원들이 앞장서지 않았는가)

뿐만인가. 도청은 꾸준히 비자림로 확장공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서귀포 광폭 6차선 우회도로건설에 1차로 600억을 쏟아붓기로 하였으며 수조원의 도비를 들여 중산간도로 일주 고속화도로를 새 종합계획에 넣지 않았는가. 그리고 실패한 사례로 언급되는 탑동 매립도 모자라 2조8000억을 들여 이보다 8배 규모의 매립지가 조성되는 신항만건설을 추진하고 있지 않은가.

이를 볼 때 제2공항 반대싸움을 통하여 난개발과 대규모 토목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반대여론이나 생태감수성은 어느 만큼 성숙하고 정착되었는지 의문이다. 

그리고 이 같은 제2공항 건설에 버금가는 난개발과 자연생태 훼손 파괴가 아무렇지 않게 자행되는 현실이라 보면 이에 대한 우리의 대응이나 조직적 연대의 실상은 어떠한가. 앞에서 보았듯이 비자림로 싸움 관련 도의회에서 진행된 1인시위나 기자회견, 의장 및 의원실 항의방문 등에 제주녹색당 외에 실제로 같이 싸운 정당이나 단체가 있는가. 또한 앞에서 열거한 여러 난개발 현장에서의 싸움에 단체나 정당 등 조직적 연대의 싸움계획은 있는가.

제주도의회 맞은편 걸려 있는 현수막. (사진=이성홍 제공)
제주도의회 맞은편 걸려 있는 현수막. (사진=이성홍 제공)

#지역선거에서 어떻게 싸울 것인가

제2공항싸움이 일단락되면서 또 지역선거를 앞두고 각 단체나 정당 또 새로운 단체를 만들기도 하면서 고유한 역할을 하거나 새로운 역할을 자임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보기에 제2공항 반대싸움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며 우리 앞의 시급하고 당면한 과제나 조직적 연대에 대한 요구도 그대로라고 여긴다. 흔히 말하듯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지도. 

그리고 이는 앞으로 다가온 지역선거를 고려하더라도 달라지지 않는다. 새로운 의제나 공약을 개발하거나 따로 유권자를 만날 일도 필요 없다는 말이다. 우리가 서 있는 전선이 곧 유세장소고 우리의 당면한 활동이 선거 활동이 될 터이다. 

예를 들어 이번 비자림로 도의회 결의안을 두고 싸움의 타겟을 어디로 정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일, 그래서 민주당 제주도당을 항의 방문 하는 일, 이를 위하여 항의 주체를 만드는 일(꼭 필요하다고 여긴다, 조직적 연대체로서의), 이를 통하여 민주당의 반민주성 토호적 성격과 주민보다 선거에 집착하는 탐욕성 등을 집요하게 캐물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

제주특별법 30년, 우리가 새롭게 개선하고 만들어야 할 법 제정 이전에 그동안 만신창이가 되어 제주민의 기본적 생존권마저 위협받고 있는 현실이고 보면 당면한 시급한 과제와 실천적으로 연결 짓지 않는다면 새로울 것이 무어 있겠는가. 

백날 도의회 조례를 뜯어고치고 구미에 맞는 조례가 필요하다 해도 그 전에 가장 퇴행적이고 수구적인 교육의원 제도를 뜯어고치는 일부터 관심을 쏟고 실천해가야 하지 않겠는가.

#엄청난 발상의 전환과 결단이 요구되는 시점

수백억을 들여 도로를 넓히면 빠르고 편하게 자동차를 이용할 수 있음은 당연하지 않은가. 그럼 지역마다 마을마다 숙원사업이라 하여 길 뚫고 도로 넓히면서 자연생태 훼손하고 파괴하면 나중에 무얼 가지고 먹고 살 것인가. 아니 제 돈 들어가는 개인사업이면 이처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퍼주겠는가. 그야말로 눈먼돈 제 지역구에 먼저 따먹기 경쟁을 벌이지 않는가.

우회도로라 칭하면서 서귀포 시내를 관통하는 6차선 광폭도로거나 일급상수원 보호구역과 천연기념물 서식지를 파괴하며 건설중인 강정천 해군기지 진입 직선화 도로도 마찬가지 아닌가.

얼마 전 프랑스 파리는 도심지역 자동차 제한속도를 시속 30㎞로 제한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말이 제한속도 30㎞이지, 실제로 단속카메라가 달려있는 초등학교 앞을 거의 기다시피 운행한 기억들 떠올려 보시라. 파리시민들이라고 다르겠는가. 이를 감수해야만 살만한 도시, 다닐만한 거리를 만들 수 있다는 사회적 합의, 실로 엄청난 발상이지 않은가. 

그리고 우리는 이런 쉽지 않은 선택, ‘편하게 공멸의 길로 갈 것인가’와 ‘불편하게 공생의 길로 갈 것인가’의 기로에 서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답은 우리 곁에 있다. 이걸 모르는 게 아니라 결단이 필요한 것이다. 

이성홍. (사진=정미숙 작가)
이성홍. (사진=정미숙 작가)

제주에 살러온 8년차 가시리주민이다. '살러오다', 한 때의 자연을 벗삼고 풍광을 즐기고자 함이 아니라 끼니를 챙기고 텃밭을 일구고 호롱불 아니라도 저녁무렵 은근한 난롯가에서 콩꼬투리를 까고 일찌감치 곤한 잠들어 내일의 노동을 준비하는 생.활.자, 그리 살고싶다, 그리 살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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