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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수순 제주칼, "고용보장 어렵다"...300명 노동자는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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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수순 제주칼, "고용보장 어렵다"...300명 노동자는 어디로?
  • 박소희 기자
  • 승인 2021.09.16 1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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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 제주칼 부동산개발투자사에 매각 수순...주상복합 시설 구상
300명 직간접 노동자 대다수 정리 해고 불가피...1000여명 삶 '휘청'
임기환 "도민 혈세로 한진그룹 성장...일체 협의 없는 매각 '반도덕적'
14년차 노동자 "청춘 받쳤는데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회사...손 떨려"
제주KAL호텔 외관 (사진=홈페이지)
제주KAL호텔 외관 (사진=홈페이지)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KAL(이하 한진칼)이 제주KAL호텔(이하 제주칼)을 매각함에 따라 제주도내 대규모 실업이 예상된다. 호텔을 인수하기로 계약한 업체가 부동산개발투자사라 사실상 고용보장이 어려워서다.

16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제주관광서비스노조 칼호텔지부에 따르면 한진칼은 칼호텔 매각을 위한 MOU를 체결하는 과정에서 노동자와의 사전 협의가 없었고, 지난 8일 노조측이 면담을 요청하자 회사는 그제야 매각 사실을 인정했다.

KAL호텔 우선협상대상자로 알려진 ‘스타로드자산운용㈜’은 전문사모집합투자 등을 진행하는 부동산투자회사다. 칼호텔을 매입해 주상복합을 짓는다는 구상인데, 문제는 한진칼이 호텔영업을 포기하고 사업체를 부동산 자본에 넘기면 대규모 실직은 피할 수 없다. 노사 면담 당시 사측은 “매각이 이뤄진다면 전원 고용보장은 어렵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제주칼 소속 노동자는 비정규직까지 합치면 240명 정도. 세탁, 납품업체 등 외부 협력업체까지 합치면 노조측 추산 300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칼호텔 매각설은 지난해부터 불거졌지만 당초 서귀포칼과 제주 파라다이스호텔만 거론됐을 뿐 제주칼은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따라서 전혀 예상을 못한 노조는 “매각을 하더라도 호텔사업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매각을 체결할 줄 알았다”고 격분했다. 

현재 제주칼은 내년도 객실예약을 받지 않는 상황으로 올해 말 호텔사업이 종료되면 소속 노동자들은 정리해고 순서를 밟게 된다.

노조는 현재 인원이 부족한 서귀포칼로 고용승계가 이뤄진다고 해도 직고용(정규직)된 150명 가운데 많아야 30%(40여명) 정도만 고용 보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나머지 260명 정도는 정리해고 수순을 밟게 되는데, 비정규직 노동자 약 150명은 위로금조차 받기 힘들 수 있다. 

제주관광서비스노조 칼호텔지부는 이날 오전 11시 민주노총 제주본부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노동자와 부양 가족까지 합치면 호텔이 책임지고 있는 인원은 최대 1000명이 이를 것”이라며 “가족의 생계를 위해 묵묵히 일해온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중차대한 매각을 비밀리에 진행했다”고 분개했다.

제주칼에서 14년째 일하고 있는 강민영(38) 씨는 "경영 악화에 노동자들은 임금 동결, 임금 지급 유예, 전환 근무 배치, 업장 축소 운영, 연차휴가 적극 소진 등 어려운 현실을 함께 극복하려고 적극 노력했다"면서 "그런데 청춘을 다 바친 회사가 느닷없이 사라진다고 한다. 지난 2일 매각 소식을 언론 보도를 통해 접했을 때, 죄 지은 사람도 아닌데 손이 떨렸다. 두 명의 자녀가 있는데, 우리 가족의 삶이 흔들리기 시작했다"고 심정을 전했다. 

(사진=노조)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제주관광서비스노조 칼호텔지부는 제주칼호텔 앞에서 일방적 매각을 규탄하는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노조)

추석 명절을 코앞에 두고 ‘회사가 사라진다’는 청천병력같은 소리를 들은 노동자들은 “한진칼은 경영악화 책임을 오로지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다면서 이번 매각과 관련 "아시아나 인수자금 마련과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 노동자들이 희생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를 인수하는데 드는 비용은 1조8000억 원, 인수 후 조직·업무 통합 비용은 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인수비용 총 2조4000억원.

한진칼은 호텔·레저사업을 정리하며 “실적 악화”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노조측은 "아시아나 인수 과정에서 부족한 자금을 제주칼 매각을 통해 메꾸려는 의도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한 일 년 넘게 이어진 경영권 싸움에서 결국 승기를 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조현아 전 부사장을 견제하기 위해 매각을 선택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호텔사업은 조현아 전 부사장이 애착을 가지고 추진하던 사업으로 호텔·레저사업을 매각하면 조현아 전 부사장의 경영복귀 계획은 수포로 돌아갈 확률이 높아진다.

민주노총 제주본부는 16일 오전 11시 민주노총 제주본부 교육장에서 고용보장 없는 칼호텔 매각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박소희 기자)
민주노총 제주본부는 16일 오전 11시 민주노총 제주본부 교육장에서 고용보장 없는 칼호텔 매각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박소희 기자)

제주칼 소속 노동자들은 매각을 무조건 반대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대규모 실업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달라는 것이 이들 요구다. 

서승환 제주관광서비스노조 칼호텔지부 지부장은 “고용보장을 할 수 있게 지속적으로 호텔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업체에 매각할 것”을 촉구했다.

제주칼 경영악화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지 말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진그룹이 그룹내 호텔·레저 사업을 전면 개편하는 것은 재무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적극적인 의지'의 표현이라고 했지만, 경영 실적을 올리기 위해 새로운 경영시스템을 도입하거나 시설 리모델링 등 '적극적인 투자'를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연대를 위해 제주를 방문한 최대근 서비스연맹 부위원장은 “매각을 하면 사실상 전원 해고다. 제주칼 노동자들은 오늘이 마지막일지 모르는 상황에서 피를 말리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면서 "제가 근무하는 밀레니엄 힐튼 서울 역시 몸값 1조에 주거용 부동산으로 변경하려고 했으나 최근 매각이 철회됐다. 호텔업 종사자들은 코로나19 이후 살얼음판에 서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진측은 호텔 매각을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하지만, 부동산개발투자회사에 제주칼을  넘기는 것은 사실상 코로나19에 편승해 이득을 취하려는 자본의 수작”이라고 덧붙였다.

제주도 정석비행장, 제동목장, 민속촌, 칼호텔 등 제주도 부동산을 소유한 한진그룹은 제주도 자원을 활용해 성장 가도를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중 '오너의 계산기'에서 두들겨지고 있는 제주칼은 1974년 지하 2층, 지상 18층 규모로 건축된 이후 40년 넘게 사업을 이어왔다. 불안한 마음에 손부터 떨렸다는 노동자에게는 청춘을 바쳐온 일터다.

임기환 민주노총 제주본부장은 “조천읍 교례리 516도로에서 제동 목장까지 이어지는 9㎞ 진입 도로는 도민 혈세로 개설됐다. 기내에서 만나는 ‘한진 제주퓨어워터’는 제주도 지하수로 생산된다. 한진계열은 제주의 하늘과 땅, 지하수까지 제주 자원을 활용해 성장했다. 한진그룹 성장 이면에는 제주 노동자들의 땀과 눈물이 있다. 그런데 일체 협의도 없이 매각하는 것은 기업의 반도덕적, 반사회적 행태”라고 규탄했다.

칼호텔 소속 노동자들은 추석 연휴가 끝나면 비상근무 체계에 돌입해, 노조 조끼 투쟁 등 "생존권 투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또한 10월 로비 점거 투쟁까지 염두하고 있다. 

노조는 "고용보장 없는 매각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며 "매각 계획을 철회할 때까지 물러서지 않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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