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소음을 확인하기 위해 제주공항을 방문한 제2공항 피해지역 주민들(사진=김재훈 기자)
항공기 소음을 확인하기 위해 제주공항을 방문한 제2공항 피해 지역 주민들(사진=김재훈 기자)

국토교통부가 공항 건설에 대한 전문성을 스스로 부인했다. 판단력을 내려놓았다.

최근 국토부가 제주 제2공항 건설 사업 관련 전략환경영향평가 반려 사유를 해소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 용역을 맡기기로 한 사실이 알려졌다. 전무후무한 일이다.

국토부는 2017년 5월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용역 발주 후 올해 7월 환경부로부터 최종 반려 결정을 받기까지 4년이라는 시간을 쏟아부었다. ‘전문가’ 그룹이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하고 재보완하는 과정을 거쳤다. 4년. 짧은 시간인가? 대한민국 정권이 바뀌는 시간이다. 

국토부는 그 오랜 시간 동안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하고 환경부로부터 반려받고, 반려 사유를 보완하는 작업을 거쳤다. 그 지난한 과정 끝에 최종 반려 결정을 받았다.

‘전문가’들에게 전략환경영향평가 반려 사유를 해소할 수 있는지 용역을 맡기겠다는 국토부의 태도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국토부는 반려 사유 해소 가능성에 대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과 책임감조차 갖고 있지 않다고 자인한 셈이기 때문이다. ‘전문가’ 그룹을 자처한 국토부는 이 전략환경영향평가 용역을 아마추어에게 맡겼던 것인가. 

국토부 관계자들은 공청회, 토론회 등에 나설 때마다 ‘전문가’를 자처하며 그토록 확신에 찬 목소리로 제2공항 강행 의지를 밝혀왔다. 제2공항 건설 반대가 우세한 도민여론을 무릅쓰면서, 제2공항에 반대하는 시민들을 ‘아마추어’로 몰아붙였다. 의기양양했다.

그랬던 국토부가 이제는 스스로 판단해야 할 몫을 또 다른 ‘전문가’에게 맡기겠다고 한다. ‘전문가’ 그룹이 실패한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을 위해 또 다른 ‘전문가’ 그룹을 찾겠다는 것이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국토부는 판단조차 하지 않는 방법을 ‘발굴’해 냈다. 제2공항과 관련한 국토부의 결정 중 가장 비겁한 선택이다. 꽤나 창의적인 회피와 기만의 기술이다. 

국토부가 할 일은 따로 있다. 전략환경영향평가 반려 사유 해소 가능성을 검토하는 용역이 아니라 ‘제2공항 갈등영향평가’ 연구 용역을 맡겨야 한다.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사회적 갈등을 유발했는지,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얼마나 발생했는지, 또 다른 국책사업을 추진하면서 이번과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 어떤 매뉴얼을 구축해야 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그게 ‘전문가’ 그룹다운 태도다. 더는 제주도민을, 시민을 기만해서는 안 된다. 국토부의 무능과 무책임으로 인해 갈등과 사회적 비용만 누적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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