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편지를 보낼 때 함께 보낸 그림. 어려운 상황에서도 언제나 빛이 있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그림=이창학)
엄마에게 편지를 보낼 때 함께 보낸 그림. 어려운 상황에서도 언제나 빛이 있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그림=이창학)

모든 생명에게는 죽음이 있다. 그리고 죽음은 언제 어디서 올지 모른다. 지금 당장일 수도 있다. 죽음은 언제나 존재하고 있다. 우리는 이 사실을 잊고산다. 그저 자신이 살고 있음에도 감사함을 모른다. 걷는 것, 먹는 것, 말하는 것, 보는 것 모두 다 감사한 일이다. 나는 이 감사함을 2년 전 2019년 10월 1일에 일어난 교통사고 이후 깨달았다.

사고 이후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건강한 몸으로 아침을 맞이하고, 살아있는 것이 기쁜 일이고 달리기를 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상쾌한 일인지 알게 되었다. 새로운 지혜를 알았다. 사고 당시 내가 죽지 않은 이유는 산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늘 감사하며 살라는 신의 뜻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엄마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이다.

지난주, 볍씨마을 이모들에게 지난 23일 엄마가 제주도에 내려왔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나는 순간 기분이 나빠졌다. 제주학사에 1년차로 아이를 보낸 부모님은 10개월 동안 제주학사로 내려오지 않는 약속이 있다. 부모와 떨어져 독립해서 살아가는 경험을 해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 약속대로 10개월 동안 내려오면 안되는데 갑자기 아무 말도 없이 내려오셔서 당황스러웠다. 나는 진지하게 영이 선생님께 질문했다.

"왜? 엄마가 제주도에 왔어요?" 

나는 영이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나서 멍해졌다. 눈물이 났다. 엄마가 암 진단을 받으셨고 4개월 동안 몸에 집중하며 치료하신다는 소식이었다.

엄마는 이 일을 긍정적인 마음으로 현실을 받아가셨지만 나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부정했다. 이야기를 듣고 나서 온갖 생각이 들었다.

왜 엄마가 암에 걸리셨지?, 그러면 엄마는 기운이 없으신 것인가? 머리카락을 밀어야 되는 것인가? 치료가 잘못되지는 않겠지? 엄마가 아주 힘드시지는 않을까? 

희망이 없고 어두운 마음이 들었다. 엄마를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눈물이 났다. 너무나 당황스럽고 갑작스러웠다.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멈추려고 했다. 내가 여기서 울면 더 약해지는 것 같고 아기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마음은 이미 눈물바다였다. 억지로 눈물의 참았다.

다음 날인 24일부터 엄마가 항암치료에 들어가신다고 했다. 나는 이 상황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고, 정리한 마음을 편지로 썼다. 편지를 쓰니 마음이 편안해 졌다. 편지는 엄마가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에 전달해드렸다. 눈물은 아직 내 안에 가득 차 있어서 한번 더 쏟아내야겠다. 그러면 좀 더 속 시원할 것 같다.

이 소식을 들은 날부터 제주학사 식구들은 매일 두 번씩 다 같이 기도를 하고 지낸다. 그럴 때마다 우리 학사 식구들이 고맙다. 모두가 엄마를 위해 기도를 같이하니 나도 엄마에게 더 큰 힘을 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매일 엄마에게 기도할 때 짧은 메시지를 보낸다.

오늘은 어떠세요? 나는 잘 지내고 있어요. 

이제 슬픔에 빠져있기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엄마가 아픈 것에 너무 신경 쓰지 않고 내 생활에 집중하고 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내 삶에 집중하면서 지내겠다.  

엄마에게 보낸 편지의 마지막 문장을 공유하고 싶다.

지금은 힘들 수 있어도 금방 이겨낼 수 있어요. 오늘 하루도 수고하셨어요.

 

 

이창학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3월에 제주도로 내려와 볍씨학교에서 사는 16살 이창학입니다. 제가 제주에 오게 된 계기는 저에 대하여 알고 싶고 책임감을 키우고 싶어서 왔습니다. 제주에 내려온 지 두 달이 되었는데 많은 것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제가 일을 하며 통해 알아간 것을 나누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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