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오전 제주투데이 회의실에서 열린 제주가치와 제주대안연구공동체가 공동 주최하는 ‘수요정책 라이브러리 시즌2 전환의 꿈! 정책으로 말하다’ 여덟 번째 강연이 열렸다.
지난 29일 오전 제주투데이 회의실에서 열린 제주가치와 제주대안연구공동체가 공동 주최하는 ‘수요정책 라이브러리 시즌2 전환의 꿈! 정책으로 말하다’ 여덟 번째 강연이 열렸다. (사진=박성인 대표)

“다들 배가 고프던 시절엔 ‘쌀 드릴게요’하는 게 복지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죠. 대상을 주체로 바라보고 필요한 걸 제대로 지원하는 게 중요해졌습니다.”

지난 29일 오전 제주투데이 회의실에서 제주가치와 제주대안연구공동체가 공동 주최하는 ‘수요정책 라이브러리 시즌2 전환의 꿈! 정책으로 말하다’ 여덟 번째 강연이 열렸다.

이날 김도영 제주국제대학교 상담복지학과 교수가 ‘제주 사회복지정책 과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제주도의 사회복지 예산은 1조202억원으로 전체 예산(일반회계)에서 24.5%를 차지한다. OECD 회원국 평균 사회복지 예산 비중이 약 20%, 우리나라 비중이 약 12%인 것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다만 인구 현황을 살펴보면 복지 예산 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김도영 교수는 고령화와 저출생 추세가 심화하는 현상을 두고 “시한폭탄이 될 수도 있다”고 까지 우려했다. 

지난 2020년 기준 제주도는 만 65세 이상인 고령인구가 모두 10만6533명으로 전체 인구의 15.3%를 차지해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특히 서귀포시의 경우 고령인구 비중이 18.7%로 초고령사회(20% 이상)를 눈앞에 두고 있다. 

(편집=김도영 교수)

유소년층 인구 100명당 노년층의 인구를 나타내는 노령화지수 역시 서귀포시는 146.5명으로 제주시(96.8명)보다 50명 가까이 많고 전국 평균(132.9명)보다도 높다. 

게다가 출생아 수도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지난 2020년엔 출생아 수가 사망자 수보다 적은 인구 데드크로스(dead cross) 현상이 나타났다. 가임 여성 1명 당 평생 출산하는 아이 수를 나타내는 합계출산율은 지난해까지는 1명대였다가 올해 상반기 0.98명으로 떨어졌다. 

김 교수는 “저출생 문제의 경우 지금 당장은 이슈가 안 되더라도 10년만 지나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며 “지금 당장 1만명을 더 낳는다고 해도 그 효과를 보려면 이 아이들이 20세가 될 때까지 20년은 지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제주지역의 경우 출생률을 높이기 위한 지원 정책이 다른 지역과 비교해 나은 편인데도 저출생 현상이 나타나는 데 주목했다. 

(편집=김도영 교수)
(편집=김도영 교수)

제주도는 둘째아 이상부터 육아지원금을 1인당 1000만원(연 200만원씩 5년 분할 지급)을 지급하며 주거 임차비로 가구당 1400만원(연 280만원 5년 분할 지급)을 지원하고 있다. 이밖에 난임·임신·분만·육아 지원과 아울러 고교 무상교육, 대학 학자금 지원 등도 이뤄지고 있다.   

육아지원 예산은 매년 증가하는데 왜 출생률은 떨어질까? 김 교수는 예산 지원 정책의 효과가 현장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당사자, 즉 예비부모의 환경을 고려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 2030세대는 예전 세대와 달리 아이를 낳는 것보다는 자기 자신의 삶을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드러나는 점, 양육의 부담이 여전히 여성에게 전가되는 문제, 비정규직과 맞벌이 비율이 높은 제주지역의 일자리 특성, 높은 집값 등이 모두 저출생 현상과 연결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양육 인프라가 부족하고 양육비 및 사교육비의 부담, 100세 시대 노후에 대한 불안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문제를 심화시킨다. 이는 청년 문제와도 무관하지 않다.

이 때문에 김 교수는 “1000만원을 준다고 해서, 또는 대학교 등록금을 지원해준다고 해서 청년들이 아이를 낳을까라고 물었을 때 갸우뚱하게 된다”며 “저출생 문제와 청년 정책을 연계해서 지원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난 29일 오전 제주투데이 회의실에서 열린 제주가치와 제주대안연구공동체가 공동 주최하는 ‘수요정책 라이브러리 시즌2 전환의 꿈! 정책으로 말하다’ 여덟 번째 강연이 열렸다. (사진=박성인 대표)
지난 29일 오전 제주투데이 회의실에서 열린 제주가치와 제주대안연구공동체가 공동 주최하는 ‘수요정책 라이브러리 시즌2 전환의 꿈! 정책으로 말하다’ 여덟 번째 강연이 열렸다. (사진=박성인 대표)

“우리나라에선 노인에게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저소득층의 경우 장수수당까지 지원하고 있습니다. 건강한 노인은 이걸로 어느 정도 생활이 가능해요. 그런데 아픈 노인은 어떨까요? 노동소득이 없는 상황에선 100만원을 내는 것도 상당히 힘듭니다.”

김 교수가 제시하는 고령사회 문제에 대응하는 접근 방식도 저출생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당사자를 주체로서 바라보고 그가 처한 환경에 대해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노인의 경우 중산층과 저소득층 사이에 끼여 병원비나 요양비 걱정 없을 정도로 소득이나 자산이 충분하지는 않으면서 저소득 기준을 약간 넘어서는 층이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 

이들이 노동을 못할 정도로 몸이 아플 경우엔 치료비와 요양비, 간병비를 내는 게 만만치 않다. 또 제주의 경우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데 특히 지난 2019년 기준 공공보건의료통계에 따르면 30분 이내 응급실 접근이 불가능한 비율이 16.4%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읍면 지역은 더 열악한 실정이다. 

김 교수는 아동청소년 지원 정책의 경우 “차별 없이 보편적 복지 정책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예로 모든 여성 청소년에게 생리용품을 지원한다거나 아동 청소년의 대중교통요금 무료화, 어린이병원 100만원 상한 등의 제도를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제주도에 가장 시급한 복지 문제를 묻자 김 교수는 “여러 복지 분야 중 저출생과 고령화 문제는 그 정책적 효과가 나타나려면 최소 20년이 걸린다”며 “상대적으로 장기간에 걸친 지원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위기 청소년 문제를 다룰 때도 현장에서 가장 어려운 게 ‘자살’”이라며 “가정밖(가출) 청소년이나 다른 문제는 사후에 해결할 수도 있지만 ‘자살’은 사전에 반드시 막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저출생과 고령화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지 못한다면 향후 실제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됐을 땐 이미 늦을 수 있다는 것.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복지의 근간은 사람”이라며 “사람으로 인해서 돌아가고 돈도 발생하고 투자도 된다. 이 모든 게 복지 정책과 연결이 돼 있기 때문에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마무리했다.

지난 29일 오전 제주투데이 회의실에서 열린 제주가치와 제주대안연구공동체가 공동 주최하는 ‘수요정책 라이브러리 시즌2 전환의 꿈! 정책으로 말하다’ 여덟 번째 강연이 열렸다. (사진=박성인 대표)
지난 29일 오전 제주투데이 회의실에서 열린 제주가치와 제주대안연구공동체가 공동 주최하는 ‘수요정책 라이브러리 시즌2 전환의 꿈! 정책으로 말하다’ 여덟 번째 강연이 열렸다. (사진=박성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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