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제주참여환경연대 등 29개 단체는 오전 11시 제주도청에서 제주칼호텔 매각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다(사진=박소희 기자)
30일 제주참여환경연대 등 29개 단체는 오전 11시 제주도청에서 제주칼호텔 매각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다(사진=박소희 기자)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KAL(이하 한진칼)이 제주KAL호텔(이하 제주칼)을 고용승계가 불가능한 부동산자산운용사에 매각을 진행하고 있어 제주지역 민중·시민사회단체가 한진그룹 불매운동 등 강경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30일 제주참여환경연대 등 29개 단체는 오전 11시 제주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조합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매각에 반대한다”면서 “대량해고를 막기 위해 노동자와 함께 한진그룹 불매운동까지 포함한 강력한 저항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제주관광서비스노조 칼호텔지부에 따르면 한진칼은 칼호텔 매각을 위한 MOU를 체결하는 과정에서 노동자와의 사전 협의가 없었고, 지난 8일 노조측이 면담을 요청하자 회사는 그제야 매각 사실을 인정했다.

KAL호텔 우선협상대상자로 알려진 ‘스타로드자산운용㈜’은 전문사모집합투자 등을 진행하는 부동산투자회사다. 칼호텔을 매입해 주상복합을 짓는다는 구상인데, 문제는 한진칼이 호텔영업을 포기하고 사업체를 부동산 자본에 넘기면 대규모 실직은 피할 수 없다.

노사 면담 당시 대한항공 자회사 ㈜항공종합서비스 정성환 대표이사는 “매각이 이뤄진다면 전원 고용보장은 어렵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칼 소속 노동자는 비정규직까지 합치면 240명 정도. 세탁, 납품업체 등 외부 협력업체까지 합치면 노조측 추산 300명에 달한다.

제주칼은 1974년 지하 2층, 지상 18층 규모로 건축된 이후 40년 넘게 사업을 이어왔다. 이곳에는 길게는 30년 넘게 청춘을 바쳐온 중년 호텔리어를 비롯해 이제 막 호텔리어로서 꿈을 펼치려는 청년 노동자들의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꾸리고 있는 일터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제주관광서비스노조 칼호텔지부에 따르면 이들은 호텔의 어려운 현실을 함께 극복하기 위해 △임금동결 △임금 지급 유예 △전환근무배치 △업장 축소 운영 △연차 적극 소진 등 위기 극복 정책에 적극 동참해왔다.

그러나 제주칼은 현재 내년도 객실예약을 받지 않는 상황으로 올해 말 호텔사업이 종료되면 소속 노동자들은 정리해고 순서를 밟게 된다.

29개 단체는 “제주도의 공적 자산인 지하수를 팔아왔고, 제주도민의 이동권을 장악하며 천문학적 이윤을 챙겨 재벌기업으로 성장한 한진칼이 이제와 경영악화라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대규모 정리해고 수순에 들어가려고 한다”고 개탄했다.

이들은 “달면 삼키고 쓰면 가차 없이 뱉는 한진칼의 파렴치한 행위를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면서 “노동자와 함께 한진그룹 불매운동까지 포함한 강력한 저항을 펼치겠다”고 경고했다.

조천읍 교례리 516도로에서 제동 목장까지 이어지는 9㎞ 진입 도로는 도민 혈세로 개설됐다. 대한한공 기내에서 제공하는 ‘한진 제주퓨어워터’는 제주도 지하수로 생산된다. 한진계열은 제주의 하늘과 땅, 지하수 등 제주 자원 뿐 아니라 제주 노동자들의 땀과 눈물로 성장했으면서 매각을 진행하는 동안 노동자들과 일체 협의가 없던 것.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대표는 ‘땅콩갑질’ 사건으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한진그룹이 이번에는 제주도에서 ‘먹튀’를 하려고 한다고 지적하며 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나서서 제주도민의 생존권 사수를 위한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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