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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벌의_제주비상] 로컬 푸드, 오래된 기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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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벌의_제주비상] 로컬 푸드, 오래된 기록들
  • 강종우
  • 승인 2021.10.07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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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제주다운 푸드 플랜(Food Plan)을 수립하자
일본 교토 南丹市 중산간 오지에 자리한 미야마쵸 전경. 전국에서 세 곳 밖에 없는 전통가옥 가야부키 보존마을로 유명하다.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산림을 포함한 자연을 세대로 이어주자’를 기치로 마을헌장을 제정하면서 주민 스스로 마을의 생태적 보전과 개발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사진=강종우)

교토 미야마쵸, 소박하지만 놀라웠던 산골마을의 지산지소(地産地消)

모처럼 오래된 문서를 꺼내든다. <일본 커뮤니티비지니스 현장을 가다> 2009년 사회적기업가 해외연수를 다녀온 필자 나름의 인상기다. 무엇보다 미야마쵸(美山町)에 대한 기억은 지금도 각별하다. 해발 2000 미터가 넘는 심산유곡에 자리한 오지, 우리네 초가집을 떠올릴만한 일본 전통가옥 ‘가야부키’로 유명하다. 55세대 100여 명 남짓인 조그만 이 산골마을을 찾는 사람이 매년 70만 명을 넘어선다. 화재예방으로 시작한 물 뿌리기 축제는 그야말로 장관. 주민 모두가 출자한 마을회사가 공방과 기념품점, 식당, 민숙(民宿)을 운영한다. 일본 커뮤니티비지니스의 대표사례로 꼽힌다. 하룻밤 묶으며 너무나 놀랐던 소박하지만 생생한 느낌들, 쑥스럽지만 그대로 옮긴다. 

 ‘숙소인 토미야에 들어서는 입구부터 잘 정비된 논과 함께 주변에 텃밭들이 줄지어 있어 눈여겨보니 백 평 정도 텃밭마다 열 댓 개 작물을 혼작(混作)하고 있음’

‘마을텃밭에서 나온 갖가지 채소와 어울어진 토종닭 스끼야끼를 날계란 소스에 찍어먹고, 사슴육회와 갖가지 산채를 곁드린 ‘토미야 만찬’을 즐기면서 지난 주 김종덕교수가 로컬푸드 아카데미에서 얘기한 음식문맹자(飮食文盲者)가 바로 내가 아닌지 때늦게 후회’

‘기념품점 앞 종자와 함께 새싹들이 들어 있는 자그마한 컨테이너를 들여다 보니 미야마분교라는 스티커에 품종과 생육날짜가 적혀 있어 말로만 듣던 일본의 식육(食育)연계 프로그램의 단면을 살짝이나마 엿볼 수 있는 기회’ 

‘국도변 휴게소 설치사업을 하면서 지역특산물 판매도 겸할 수 있도록 로컬푸드 안테나샵을 설치하여 지역경제 활력에도 도움’

긴다. 

제주에서 로컬푸드 아카데미를 시작한 마당에 텃밭에서의 혼작, 마을에서 난 제철 농산물 가득한 상차림, 안테나샵과 식육(食育)연계 프로그램에서 이미 생활화된 지산지소의 생생한 모습이 오롯이 다가왔던 소중한 경험이었다.

‘모두가 익는 자리’, 농민장터가 그립다!

그 해 여름부터다, 그렇게 벼르던 장터를 만들자며 발 벗고 나서기 시작했다. 노형마을 지역살림 마을장터, 이도2동 동네마당 벼룩시장, 제주MBC와 함께하는 착한장터, 그리고 아라올레 지꺼진장까지.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꽤나 열심이었다.

그 즈음 시민단체에 연재하던 필자의 ‘일요일 편지’한 대목.

여느 대도시나 다를 바 없이 고층 아파트로 둘러싸여 앞뒤 편에 살면서 이웃이란 말이 더 이상 무색해진 삭막한 공간. 그런 노형동 근린공원에서 마을장터를 열었습니다. 근처 생활협동조합을 부추기기도 하고 아름다운가게나 시민단체 도움을 받아가며 아파트 마다 홍보전단도 뿌리고 관리소에 방송도 부탁하느라 무진 애를 먹었습니다.

생산자들이 산지에서 가져온 제철 농산물에다 주민들이 직접 만든 재활용 비누, 생활협동조합 소모임에서 만든 매실장아찌와 오이초절임, 장애인들이 손길이 묻어나는 허브, 솜씨 좋은 목공예품. 저마다 집안 구석구석 뒤져가며 가방가득 봇짐가득 내놓은 책이랑 장난감이랑, 옷가지들, 그리고 공원 한가운데선 보리타작 체험에, 구석 편 뻥튀기, 그리고 함께했던 놀이마당까지. 왁자지껄 함박웃음, 여름햇살만큼이나 달아올랐던 첫 마을장터, 정말로 이웃을 익히는 정감나는 시간이었습니다.

『노자』에 이르듯, 아마 생태적으로 산다는 건 사람이든 사물이든 어느 하나 버림이 없이 각자가 지니는 능력과 기능을 최대한 살리는 게 아닐까 돌아봅니다(常善救人, 故無棄人, 常善救物, 故無棄物). 우리가 만드는 ‘장터’가 이런 일에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때늦은 나이에 로컬푸드 공부 한답시고 농사일이라곤 제대로 한번 해본 적 없는 필자가 농민장터 그러면, 어느새 몸이 근질거리곤 했다. 그래설까 10년이나 지난 지금도 ‘자연그대로 농민장터’나 ‘All바른 농부장’을 애써 찾아나서길 여러 번이다.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와 제주 농부들이 제주로컬푸드의 가치를 알리고 소비자들을 직접 만나기위해 2019년 첫 운영을 시작한 올(All)바른 농부장.(사진=강종우)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와 제주 농부들이 제주로컬푸드의 가치를 알리고 소비자들을 직접 만나기위해 2019년 첫 운영을 시작한 올(All)바른 농부장.(사진=강종우)

<로컬푸드 제주메모> 다시 읽기... 지속가능한 ‘푸드시스템’이 중요하다

내친김에 또 다른 기록도 다시 읽어본다. 8회 차에 걸친 ‘제주로컬푸드 아카데미’를 마치면서 모방송 인터뷰 겸해서 작성했던 간단한 메모다. 어설프지만 당시 필자가 가졌던 고민을 되짚는 셈치고 일부 발췌한다.   

☞ 로컬푸드는 한마디로 ‘아는 사이에 가까운 먹거리를 거래하는 것’...제주말로는 ‘괸당거래’

- 그건 지리적으로는 가까움과 동시에 사회문화적으로는 친숙함, 혹은 신뢰감을 의미

- 내가 알고 나를 아는 관계망을 통해 안심하고 먹거리를 구입하고 농가는 안정적인 소득을 확보해서 생산자와 소비자, 누구나 할 것 없이 지역주민 모두가 안전하고 건강한 식량권을 보장받고자 하는 구체적인 행동

- 사실 친환경농업이건 관행농업이건 시장에 목숨 줄 걸어놓고 풍년 흉년 할 것 없이 남의 농사 말아먹는 꼴, 소비자들은 심지어 ‘알아야 산다’고 할 정도로 무얼 먹어야 할 지 도통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게 요즈음 세태

- 비유하자면 유기농산물을 뼈 빠지게 고생해서 강남에 내다 팔아 받은 돈으로 내 가족은 국적불명의 다국적 식품으로 먹고 사는 셈 

- 친환경 농사를 지으면서 일꾼들도 주변 식당에서 안심하게 먹을 순 없을까? 가난한 집 아이들도 비싸든 싸든 제철 과일을 제 때 먹고 농가들도 제 값을 항상 받을 순 정말 없을까? 이런 물음이 꼬리를 물었고 그 해법을 찾아 여럿이 함께 생각을 나누고 행동을 모으는 작업으로 로컬푸드 학습모임을 시작 

☞ 이처럼 로컬푸드는 우리들 먹거리가 상품화되면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어느새 멀어지고 모르는 사이가 된 채 다국적 식량체계 앞에서 무력하게 농민들은 망가지고 주민들은 불안에 떠는 오늘날 현실에 대한 냉철한 자기반성

-로컬푸드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호혜적인 교환, 생활협동조합을 포함해서 공동체가 지원하는 농업(CSA)이라든가 농민장터(Farmer's market)와 같은 일종의 공동체시장을 통해서 달성하려는 것이라서 일반적인 시장개념과는 사뭇 다름 

-그리고 지역주민, 특히 노동조합이나 주민자치위원회, 아파트부녀회 같은 자생조직들이 농민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로컬푸드를 적용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 노동절이나 어린이날 어버이날 같은 봄에는 노동자들이 도심공터에서 농민장터로 야단법석을 떨고 지역주민들이 농촌어르신을 초대해서 마을축제와 전래놀이를 벌이면, 가을에는 농민들이 노동자와 지역주민 그리고 자녀들을 초대해서 수확의 기쁨을 같이하는 잔치판을 벌이는 것. 거기에 시민활동가 출신의 생태길라잡이와 문화운동가들이 거드는 움직임 필요.

-그리고 노동조합이나 시민사회단체가 ‘로컬푸드 직판장’을 개설하고 지역농민은 농촌에 ‘노동자 쉼터’나 ‘노동자 가족체험농장’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상호거래를 촉진하는 동시에 지역사회의 일상적 관계망을 확장하려는 시도를 모색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

 ☞ 섣부르긴 하지만 로컬푸드는 출발부터 단순히 소비운동으로 치부될 성질의 것은 아님. 요즈음 ‘음식전쟁’이라 불릴 만큼 먹거리를 둘러싼 정치적 충돌이 만만치 않은데 먹거리체계 혹은 로컬푸드는 임경수박사 말대로 ‘새로운 질서’라고 해도 좋을 만큼 지역개발의 또 하나의 대응전략으로도, 더 나아가서 생산-소비-문화-정치를 아우르는 총체적인 삶의 양식을 전환하는 관점에서 바라볼 수도 있음

요새 들어 로컬푸드가 부쩍 화두다. 공공이든 민간이든, 전문가나 현장에서도 미래의 먹거리라 한껏 목소리 높인다. 그럴수록 아쉬운 대목 하나. 되레 로컬푸드가 지녔던 본래 의미가 퇴색돼 가는 느낌이다. 단언컨대 로컬푸드란 그저 생산지 증명이나 하는 단순한 브랜드가 결코 아니다. 생산․가공-유통-소비-폐기에 이르는 지속가능한 지역순환경제, 바로 먹거리체계다. 마케팅이 아니라 ‘시스템’이다. 정말 걱정스럽다. 

마무리하며 오래전 눈여겨봤던 Anglia Food Link(앵글리아 푸드 링크)의 기본원칙을 소개한다. 영국에서 음식과 관련한 질병과 건강 불평등에 맞서 Food Poverty(음식빈곤) Project를 주도했던 시민단체이자 사회적기업이다.

지속가능한 푸드시스템으로서 로컬푸드의 핵심요소

1) 근접성(proximity) 음식은 가장 가까운 경작지에서 재배되어야 한다. 푸드 마일리지

2) 건강성(Healthy) 건강에 해를 끼치지 않는 좋은 음식이어야 한다.

3) 공정함(Fairness) 공정한 유통구조를 통하여 거래되어야 한다.

4) 비착취(Non-exploitation) 음식 분야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구조를 지양하여야 한다.

5) 친환경(Environmental) 유기농을 통한 친환경적 생산

6) 생명의 다양성(Bio-diversity) 음식 생산에 있어 지역의 전통과 문화

7) 복지성(Welfare) 생산과 유통에 있어서의 high animal welfare standard

8) 접근 가능성(Accessibility) 지리적으로 접근 가능한 

9) 사회 통합성(Social inclusive) 지역과 지구적 차원에서의 나눔과 배제의 극복

10) 교육(Eduacation) 음식과 음식문화에 대한 이해를 위한 교육

11) 진정성(Truthful) 생산과 유통과정에서의 진정성

 

강종우 제주살림충전소장

뉴턴의 물리학 법칙에 따르면, 호박벌은 절대로 날 수가 없다. 날개 길이가 몸무게를 지탱할 만큼 길지 못하기 때문. 그런데 호박벌은 날아다닌다. 마찬가지로 통상의 경제학 이론으로는 협동조합은 장기적으로 실패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실제로 다양한 분야에서 협동조합이 활동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협동조합을 호박벌에 비유하기도 한다. 2000년부터 근로빈곤층 자활사업이란 말죽은 밭에 빠져 근 20여년간 시민경제를 업으로 삼아온 강종우 센터장이 제주살림충소장이란 새로운 직함으로 '호박벌의 제주비상'을 월 2회로 늘려 가장 약한고리조차 날아오르는 경제, 불가능해 보이는 희망을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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