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화월드로 이전한 랜딩카지노 오픈식에서 테이프커팅에 나선 람정그룹 경영진(이름 보도자료 참조)
제주신화월드로 이전한 랜딩카지노 오픈식. (제주투데이DB)

제주 신화월드 내 랜딩카지노(이하 랜딩카지노)가 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강행해 450여명의 노동자들이 고용위기에 처했다.

1일 랜딩카지노 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사측은 추석 연휴가 끝나는 23일 저녁 기습적으로 “신청자수가 미진할 경우 당사는 불가피하게 관련 법령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생존을 위해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들을 검토할 것”이라며 희망퇴직을 요구하는 권고문을 붙였다.

사측 요구에 따르지 않으면 강도 높은 구조조정도 불사하겠다는 랜딩카지노 희망퇴직 강행 소식은 노동자들에게 ‘아닌 밤중에 홍두깨’였다. 지난달 3일 노사 간 첫 단체협약 잉크가 마르기도 전이라서다.

협약 당시 사측은 고용유지를 약속하며 구조조정 단행 시 노조에 50일 전 통지하기로 했지만 지난 23일 희망퇴직을 일방적으로 통보, 오는 5일까지 신청을 마감하고, 20일부터 퇴사를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희망퇴직 요구 명분은 재정적자 누적이다. 한국카지노관광협회 집계에 따르면, 외국인 전용 카지노 16곳의 지난해 매출은 5954억원으로 전년보다 약 59% 줄었다. 이중 절반인 8곳이 제주에 있으며, 현재 5곳이 정상영업을 못하는 상황이다.

노동자측은 “재정적자 규모가 큰 것은 사실이지만 경영 위기는 당시 회장인 양즈후이 구속에서 비롯됐다. 랜딩카지노 경영위기는 그룹의 오너리스크에서 시작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내 하얏트호텔에 있던 랜딩카지노는 2018년 영업장 면적을 기존보다 7배 가량 키운 5581㎡(약 1688평)로 확장하며 신화역사공원 내 제주신화역사월드 호텔 앤 리조트로 이전했다. 메리어트를 비롯한 럭셔리 호텔 객실 2062개와 부대시설로 방한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여행) 수요를 흡수하며 제주 카지노 시장을 장악한 랜딩카지노는 개장 넉 달 만에 3694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8년 입사한 권구선 딜러(29)는“장사가 너무 잘 돼서 300명 가량이 3교대로 5시간 일하고 10분 쉬면서 하루 12시간 근무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당시 회장이던 양즈후이가 구속되면서 쇠락을 길을 걸었다. 홍콩 증시에 상장됐던 란딩인터내셔널 주가가 35% 폭락했다.

권 딜러는 “이 일로 신화월드를 찾는 중화권 VIP 발길이 끊기자 손님이 3분의 1로 줄더니 두 달간 손님이 아예 없기도 했다. 그해 9월 적자로 돌아선 걸로 안다(-30억원)”고 했다.

양즈후이 회장이 경영 일선으로 복귀했지만 영업실적은 좀처럼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악화가 심해졌다. 이에 노동자들은 “관광산업 전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회사의 재정부담을 줄이기 위해 작년부터 올해까지 무급휴업에 자발적으로 동참”하기도 했다.

그러나 신화월드는 지난해부터 운영비 절감을 위해 인건비부터 손대기 시작했다. 사측은 당시 노조가 없는 호텔과 리조트부터 구조조정을 시작, 올해는 랜딩카지노 450여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한다.

권 딜러가 무급휴업에 적극 동참했던 것은 “지금도 이 일이 좋아서”다. 17살부터 딜러가 되고 싶었던 그는 꿈을 위해 제주도에 왔지만, 현실은 “사회 안전망으로부터 소외된 이주노동자”가 된 기분"이라면서 "회사가 요구하는 '희망'없는 퇴직에 끝까지 저항할 것"이라고 했다. 

제주과광서비스노동조합 LEK지부는 1일 오전 10시 30분 제주도청 앞에서 제주신화월드 카지노 기습 구조조정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다.(사진=박소희 기자)
제주관광서비스노동조합 LEK지부는 1일 오전 10시 30분 제주도청 앞에서 제주신화월드 카지노 기습 구조조정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다.(사진=박소희 기자)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랜딩카지노 노동자들은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으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것이 회사 방침인데, 이는 제 발로 안 나가면 강제 해고를 하겠다는 의미로 현재 노동자를 겁박하고 있다”고 분노했다.

이들은 “이런 와중에 전무급 고액연봉자 1명을 채용했다”면서 “당분간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아 유급휴업을 연장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6월 말 지원을 굳이 중단시키고 왜 인사과 차장을 신규채용했는지 말해달라”고 사측에 물었다.

구조조정을 위한 소위 ‘칼잡이’를 미리 고용하고서도 노조에 미리 고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면서 “신화월드는 가장 필요한 경영구조 개선 노력 없이, 가장 손쉬운 인건비 절감이란 칼을 빼들었다. 일방적 구조조정을 당장 철회하고 노조와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그뿐 아니라 경영진 자진 임금 삭감으로 경영 실패에 관한 책임을 다할 것과 경영 구조 개선 대책도 조속히 마련할 것도 요구했다.

이와 더불어 “제주도는 카지노 유치에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고용안정을 위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면서 “카지노 노동자 실태를 조사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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