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을 저물녘
달맞이 나선 들판에
망아지 하나 
백골이 되어 마중한다.

여름 끝자락
먼길 떠난 망아지
어느새 살옷 훌훌 벗고
저문 하늘 바라본다.

오름 굼부리 위로
둥근달 떠오르고

어미말 하나
묵묵히 풀뜯는다

들판 저 멀리 어둠속
노루 울음소리 밤공기 가르는데

담 낮은 무덤 하나
달빛 아래 적요하다.

달빛 들판 나서다 마주친
길섶 그림자 하나

무심한 자동차 불빛에
채 감지 못한 눈동자 반짝이며
밤하늘 바라본다.

아! 애이불비*
가을밤이여.

애이불비 : 슬프지만 겉으로는 슬픔을 나타내지 아니함

 

김수오

제주 노형에서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수오 씨는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뒤늦게 한의학에 매료된 늦깍이 한의사다. 연어처럼 고향으로 회귀해 점차 사라져가는 제주의 풍광을 사진에 담고 있다. 낮에는 환자들을 진맥(診脈)하고 출퇴근 전후 이슬을 적시며 산야를 누빈다. 그대로가 아름다운 제주다움을 진맥(眞脈)하기 위해.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