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자왈(왼쪽)과 제주동물테마파크 조감도(오른쪽). (사진=제주투데이DB)
곶자왈(왼쪽)과 제주동물테마파크 조감도(오른쪽). (사진=제주투데이DB)

정현철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 전 이장이 마을 주민들의 뜻을 거슬러 제주동물테마파크와 상호협약서를 체결한 행동 등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제주지방법원은 지난달 30일 지난 2018년 2월부터 지난 1월까지 선흘2리 마을회 이장이었던 정현철씨에게 “이장으로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에 위반한 불법 행위에 해당하며 원고 1인당 3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씨는 선흘리 일대 대규모 사파리형 동물원을 짓는 제주동물테마파크 조성사업에 찬성하는 대가로 사업자로부터 금품을 받았다. 이후 “사업에 반대한다”는 마을총회의 의결을 뒤집고 ㈜제주동물테마파크와 ‘지역 상생 방안 실현을 위한 상호협약서’를 체결했다. 

이를 두고 법원은 “피고(정현철씨)가 제주동물테마파크의 이익을 위한 행동을 한 것은 이장으로서 불법 행위에 해당하고 선흘2리 마을회 주민들이 그로 인해 정신적인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원고들에게 사건 소장이 송달한 다음날인 2020년 5월16일부터 판결 선고일인 2021년 9월30일까지 연 5%,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28일 오전 선흘2리 대명제주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원회와 함덕초등학교 선인분교 학부모회가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원희룡 지사를 상대로 동물테마파크 환경영향평가의 재평가를 실시하고 원점에서 재검토 약속을 지킬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선흘2리 대명제주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원회 제공)
지난해 10월28일 오전 선흘2리 대명제주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원회와 함덕초등학교 선인분교 학부모회가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원희룡 지사를 상대로 동물테마파크 환경영향평가의 재평가를 실시하고 원점에서 재검토 약속을 지킬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선흘2리 대명제주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원회 제공)

다만 정씨가 마을 사무실을 두 달간 폐쇄하고 감사 선임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으며 임시총회소집을 거부한 데 대해선 “고의나 과실로 인정하기엔 부족하다”며 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했다. 

이 같은 판결이 나오자 마을 주민들로 구성된 선흘2리 대명제주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원회는 “주민들의 민주적인 의사 결정을 무시한 채 개발사업자와 결탁한 마을 관리자들에게 금전적 배상의 책임이 있다고 결정한 것”이라며 “난개발로 신음하고 있는 제주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매우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환영했다. 

이어 사업자를 상대로 “불법으로 얼룩진 사업을 연장해 보려는 얄팍한 시도를 당장 멈추고 사업을 전면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또 제주도를 상대로 “사업 자금 조달이 힘들고 부분 자본 잠식상태에 빠져있는 부실한 기업에게 더 이상 사업 기간을 연장해줘선 안 된다”며 “철저한 자본검증을 통해 사업 기간 연장 불허 및 사업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선흘2리 마을회는 지난 2019년 4월9일 임시총회를 열어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에 대해 반대하기로 의결했다. 하지만 정 전 이장은 한 달여 뒤인 같은 해 5월28일쯤 사업자로부터 ‘사업 추진에 유리한 쪽으로 편의를 봐 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받고 상생 협약서를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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