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의 핵심축 석탄사업에 대한 금융기관의 투자는 멈춰야 한다

지난 2019년 6월 19일 환경운동연합과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기후솔루션,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탈석탄 금고 지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방자치단체의 금고 지정 시 탈석탄 투자를 선언한 은행을 적극적으로 우대하여 탈석탄 투자에 무관심한 국내 금융기관들의 관심을 유도하라는 것이었다. 기후위기의 극심함과 달리 2019년 당시 국내 금융기관들의 석탄 투자는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었기에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탈석탄 금고를 지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실제 2019년 국내 은행 가운데 ‘탈석탄 투자’를 선언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심지어 대부분의 금융기관은 석탄투자를 진행하고 있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금고를 운영하는 은행으로 지정된 NH농협, 신한, 우리, KB국민, 하나, IBK기업, 대구, 경남, 부산, 광주, 전북, 제주은행 등 12개 은행 가운데 전북과 제주은행을 제외한 모든 은행이 국내외 석탄발전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PF에 투자된 금액만 최소 7230억원이고 이밖에 회사채 투자 등 다른 형태의 투자 금액까지 합치면 적게는 수조원에서 많게는 수십조원이 석탄산업에 투자되었다.

사실 대부분의 국가들은 대규모 석탄화력발전시설을 운영해 왔다. 또한 이들 발전소가 국가 전력보급에 기반이었기에 발전소는 고장이나 정비시간 외에는 지속적으로 가동되어 왔다. 당연하게도 석탄화력발전소는 안정적으로 높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좋은 투자처로써 국내외 금융기관의 각광을 받아 왔다. 하지만 기후위기의 핵심축이 되어버린 석탄화력발전에 투자하는 것은 인류문명과 지구생태계에 대한 범죄이자 폐악이기에 석탄투자를 중단하고 또 이를 회수하는 국외 금융기관이 빠르게 늘기 시작했다. 

이들 금융기관이 이렇게 석탄투자를 포기할 수 있었던 것은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우려도 있으나 석탄투자를 포기하도록 각국의 시민사회가 강력한 압박을 가한 점과 UN과 각국 정부 차원의 정책변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 투자 없는 산업은 존재하지 않기에 금융기관이 석탄산업에 투자를 끊을 경우 석탄산업은 더욱 빠르게 퇴출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을 전 세계가 인식한 것이다.

이런 흐름은 이미 2015년 파리협약에서 시작되었고, 이후 빠르게 확산되기 시작했다. 2019년에는 세계 최대 연기금 펀드인 노르웨이 국부펀드(운용자산 1조달러)가 석탄을 넘어 석유·가스 등 화석연료 사업투자 철회를 선언하기도 했다. 게다가 1992년 설립된 UNEP(유엔환경계획) FI(금융 이니셔티브)는 민관협력체계인 PDC(Portfolio Decarbonization Coalition)를 구축해 금융사들이 탈석탄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데  여기에 가입된 정회원은 세계 최대 은행인 씨티은행을 비롯해 바클레이즈 은행, HSBC, 도이치뱅크, 중국 공상은행 등이다. 사실상 전 세계 굴지의 금융기관과 투자기관들이 탈석탄은 물론 탈화력에까지 다가서려는 것이다.

이렇게 역동적인 탈석탄으로의 변화가 일고 있었던 2019년에 유독 한국의 금융기관들만 고요했다. 결국 수동적인 태도를 보이는 금융기관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강력한 정책이 필요하고 그것이 바로 탈석탄 금고의 도입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금고가 탈석탄 금고로 지정되면 금융기관들은 변화할까? 이에 대한 답을 얻으려면 먼저 지방자치단체의 금고 운영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교육청을 포함해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는 한 해 예산을 운용하기 위한 금고를 지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 금고는 국내 금융기관에 의해 운영하도록 하고 있는데, 금융기관은 이 금고의 예산을 운용하여 수익을 발생시킨다. 금융기관이 금고를 맡으면 정부 교부금, 지방세, 기금 등의 저원가성 예수금을 유치해 운용할 수 있고, 해당 기관 직원을 고객으로 확보해 상품 판매 등 공격적인 영업해 상당한 수익을 담보할 수 있다. 

은행의 입장에서 놓칠 수 없는 사업인 셈이다. 그리고 현재 교육청을 포함해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중인 금고의 규모는 무려 450조원에 육박한다. 어마어마한 재원을 확보할 기회를 시중은행들이 놓칠 이유가 없다. 그래서 이 금고를 유치하기 위한 과당경쟁이 발생하고 이것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기도 한다. 그만큼 은행들이 금고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런데 금고를 지정하는 평가단계에서 탈석탄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이를 실천하는 은행에게 좋은 평가를 할 수 있게 된다면, 그리고 이런 평가가 금고 지정의 당락을 결정할 만큼의 위력이 가지게 된다면 금융기관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방자치단체의 금고를 탈석탄 금고로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센 것이다. 실제 탈석탄 금고 지정을 선언한 지방자치단체가 늘면서 금융기관들도 탈석탄 투자를 선언하며 표면적으로는 시중의 대부분의 은행들이 탈석탄에 동참한다고 선언했다.

굴뚝/발전소/연기/기후위기 자료사진(사진 출처=픽사베이)
굴뚝/발전소/연기/기후위기 자료사진(사진 출처=픽사베이)

탈석탄 금고 지정에 나선 제주도가 진짜 탈석탄 금고를 지정하려면

제주도는 올해 금고약정 만료에 따라 지난 9월 30일 금고 지정을 위한 공모절차에 들어갔다. 탈석탄동맹(PPCA)에 가입해 탈석탄 금고 지정의 의무가 있는 제주도는 신규 금고 지정 시 탈석탄 금고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조례도 지난 7월 21일 개정해 평가지표에 탈석탄 지표가 2개를 신설했다. 내용은 ▲금융기관별 탈석탄 선언 및 석탄금융 투자여부를 비교·평가한 후 금융기관별 순위에 따라 점수 부여(1점) ▲금융기관별 친환경에너지 전환 정책 추진실적을 비교·평가한 후 금융기관별 순위에 따라 점수 부여(1점) 등이다. 

탈석탄 지표를 활용은 충분히 환영할 일이지만 그렇다고 이 지표로 진정한 의미에 탈석탄 금고가 지정될지는 미지수다. 실제 이러한 문제는 인천시교육청의 탈석탄 금고 지정과정에서 들어났다. 현재까지 탈석탄 지표를 활용해 금고를 선정한 사례는 매우 드물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에 선언을 하고 조례 개정 움직임은 대부분은 올해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서 인천시교육청이 최초로 탈석탄 지표를 활용해 금고 지정을 위한 금융기관을 평가했다. 탈석탄 지표를 활용해 금고를 지정한다는 내용이 전해지면서 항상 1순위로 지정되어 왔던 NH농협은행이 밀려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탈석탄 지표가 과연 금고 지정을 가르는 중요한 핵심 키포인트가 될 것인지를 두고 다양한 전망과 기대가 쏟아졌다.

하지만 결과는 그대로였다. 늘 1순위를 하던 NH농협은행은 다시 한번 금고 운영권을 차지했다. NH농협은행은 국내 금융기관 중 석탄투자를 가장 많이 한 금융기관으로 손꼽힌다. 실제 NH농협은행의 모회사인 농협금융지주는 국내 석탄발전회사에 총 4조2600여억원의 금융을 제공하며 국내 9개 공적 금융기관 가운데 가장 많은 투자를 해왔음이 확인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도 순위에는 변동이 없었다. NH농협은행과 함께 경쟁한 KB국민은행의 경우 탈석탄 선언도 NH농협은행에 앞섰고 과거 석탄 투자액도 NH농협은행에 절반에 불과했으나 순위를 뒤집을 수는 없었다.

이런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탈석탄 금고 지정을 위해 배정된 탈석탄 평가 배점이 지나치게 낮은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인천시교육청의 경우 반영된 탈석탄 지표의 배점은 2점에 불과했다. 그중 1점은 탈석탄 선언을 했는지의 여부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사실상 탈석탄에 대한 실천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평가하는 배점은 고작 1점 정도였다. 당연히 1점으로 탈석탄 금고를 지정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탈석탄 금고를 지정하겠다고 지표를 만들었지만 정작 실효성은 없었다는 것이다.

제주도 역시 탈석탄 관련 평가 배점은 2점에 불과해 금고 지정시 탈석탄에 대한 실천이 유의미한 영향을 주기에는 버거운 것이 사실이다. 또한 국내 대부분의 금융기관이 탈석탄을 선언한 상황이므로 선언 여부 보다는 탈석탄 투자 철회와 투자금 회수, 신재생에너지 및 녹색산업에 대한 투자 실적, 탈석탄 의무를 지는 국제사회와의 협력 및 네트워크 참여 등을 더 많이 평가되어야 하지만 이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리고 탈석탄 지표가 유효하려면 관련 평가 배점을 상향해 탈석탄 지표가 금고 지정에 유의미한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행 총 11점이 배정된 지역사회 기여 및 도와의 협력사업과 기타사항에 금고 지정에 참여한 금융기관들이 제주도의 환경보전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어떤 실천과 투자를 했는지를 평가하여 배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유효한 평가 배점이 없는 한 탈석탄 금고 지정은 정말 선언으로 그칠 수 있다.

광역지자체로는 제주도가 처음으로 탈석탄 지표를 금고 운영 금융기관 선정에 활용한다. 그만큼 제주도에 많은 기대가 쏠릴 수밖에 없다. 첫 시작을 여는 만큼 그 책임감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제주도가 탈석탄 금고지정 취지와 목적에 부합하는 결과를 내어야 한다. 탈석탄 금고 지정이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실효성있는 정책으로 기후위기 대응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주도가 최선을 다해주길 기대한다.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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