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제주를 떠나고 싶은 이유 중 하나가 다양한 문화 향유의 한계다. 2017년 제주 청년 실태조사에서 나타난다. 제주에선 독립영화, 단편영화 등을 상영하는 곳을 찾을 수 없다는 게 그 방증이다. 근근이 일부 문화예술공간에서 각 공간 혹은 대표자에 의해서 상영은 하지만 이조차도 접근하기 어렵다. 제주에서 문화 다양성을 꿈꾸는 김민음님을 만났다.

김민음. (사진=호야 제공)
김민음. (사진=호야 제공)

▶자기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단편사무소의 김민음이라고 합니다. 제주에 살기 시작한 것은 2년 정도가 되었고요. 작년에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올해 창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김민음’을 표현할 수 있는 3가지 키워드는 무엇일까요?
“저는 가능성, 부유, 인디. 이 단어를 말하고 싶어요. ‘가능성’은 말 그대로 모든 것에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제 삶의 좌우명 같은 것입니다. 제 스스로의 존재에 대해서도 가능성 있다고 생각하며 삶의 원동력을 찾고 있습니다. 

‘부유’라는 말엔 ‘넉넉하다’라는 뜻과 ‘떠다니다’는 뜻이 있어요. 제 삶은 후자에 가까운데요. 지금까지 행선지를 정한 삶을 살지 않았고, 제주로 온 것도 아주 우연한 계기였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어떤 삶을 그려 나갈지 모르는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인디’인데요. 인디문화. 독립적인 삶이 제가 추구하는 삶입니다. 상업적인 것보다 내 가치관이 우선인 삶을 이어가고 싶어요.”

▶제주에 온 것이 우연한 계기라고 하셨는데, 어떤 계기였나요?
“뭐 특별한 계기는 아니에요. 다만 ‘아, 제주에서 살고 싶어’라는 생각으로 제주에 온 것은 아닙니다. 원래는 외국에서 살아보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못 가게 되었죠. 국내에서 그나마 가장 해외 같은 곳 제주를 선택했어요. 처음 올 때는 진짜 숙소도 없이 가방 하나를 들고 왔죠. 와서 처음 한 것이 한 달 살 곳을 찾아본 거였어요. 정말 대책이 없었죠.”

▶제주에서 살아보니까 어떠세요?
“저는 아직도 제가 이렇게 제주에 살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어요. 주변에서 많은 친구들이 제주살이를 로망으로 부러워하는데. 막상 제주도 사람 사는 곳이더라고요. 제가 사는 곳은 도심 외 지역이다 보니 빨리 어두워지기도 하고, 아는 사람도 많이 없어요. 의사소통이 가능한 외국. 제 초기 목적을 이룬 것 같아서 엄청 만족하고 있습니다. 인프라가 부족한 것이 아쉽긴 하지만 크게 제 삶이 불편한 정도는 아니에요. 그래서 지금의 제주살이에 더욱 만족하기도 하고요.”

▶지금 창업을 하시긴 했지만, 민음님에게 좋은 직장은 무엇일까요?
“내가 소모되지 않는 느낌을 줄 수 있는. 함께 나아가고 성장하고 있는 느낌을 일깨워주는 그런 직장. 내가 일한 가치에 대해 충분히 인정을 받는 것. 금전적 보상 외적인 부분도 있지만 실제로 제주는 임금이 너무 싸요. 그래서 더 발전을 이루는 것이 어려운 것 같아요.”

▶그렇다면 ㈜단편사무소는 그런 직장이 될 수 있을까요?
“노력해야죠. 지금은 어렵지만 함께 고민하고 실행하는 그런 회사가 되길 바라요.”

▶㈜단편사무소에 대해 소개도 부탁드려요.
“젊은 친구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이 제주에는 부족해요. 수면 위로 나타나지 않는 것도 있겠지만. 젊은 사람들이 취미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친구들과 소소하게 새로운 취미가 될 수 있다는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일을 모색했어요. 그러다 작년 8월부터 단편영화를 집중하게 되었고, 올해 3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단편영화로 제주에서 안정적 사업을 운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 생각해요. 제주만의 이야기는 아니겠지만요. 인디문화에 대한 소비가 확실히 적은 느낌이죠. 단편사무소가 앞으로 그런 일을 해 나갈 예정입니다. 올해부터 ‘숏트롱 버스’라는 이름으로 단편영화 상영을 진행하고 있어요. 추후에는 자유롭게 단편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서비스를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창업이 쉽지만은 않죠?
“이주한 지 1년 정도 되는 해에 사업을 시작했어요. 여러모로 어렵지만 가장 힘든 것은 지역 네트워크가 부족한 점인 것 같아요.”

▶제주에서 또래 친구들을 만나는 게 어렵나요? 
“제가 또래 집단을 적극적으로 찾지 않아서인지 또래를 만나본 적은 많이 없는 것 같아요. 돌이켜보니 회사에 직원으로 있을 때도, 창업을 해서 주위 스타트업 대표님들을 만날 때도 제 또래는 많이 없었네요. 제주도라서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아요.”

▶민음님이 바라는 제주의 모습은 어떤가요?
“인터뷰 제안을 받고 지난 인터뷰들을 읽었어요. 그중 김상민님의 이야기처럼 제주가 변하지 않길 바라요. 지금도 충분히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더 변하는 것이 걱정돼요. 제주의 자연 환경이 주는 낭만이 사라질까 걱정돼요.”

▶제주의 현안 중 관심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이게 현안인지 모르겠지만 제가 최근에 느낀 아쉬운 점이 있어요. 저는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제주에서 집을 구할 때 반려동물과 함께 살 수 있는 집을 구하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반려동물과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삶을 기대해봅니다.”

▶마지막으로 민음님은 어떤 삶을 꿈꾸시나요?
“처음에도 말했지만 저는 부유(富裕)하진 않지만 부유(浮遊)하는 삶을 살고 있어요. 제가 언제까지 제주의 삶을 이어갈지는 모르지만 제주의 문화에 많은 고민을 했어요. 제주4·3도 2000년이 지나서야 말을 꺼내기 시작했듯이 제주의 여러 문화가 아직도 수면 위로 올라오지 못했다고 느껴요. 저는 이런 문화를 재미있는 콘텐츠로 기록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제주인의 삶에 대한 문화를 재미있게 기록하는 사람요.”

부유하지 않지만 부유하는 삶. 지금 우리 청년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말이라 생각한다. 넉넉하진 않더라도 각자의 가치관을 중요하게 여기며, 어떤 하나로 정의되지 않는 삶 말이다. 그리고 이들이 만들어 갈 문화는 민음님의 말처럼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청년들에게 그런 시간을 허락할 수 있는 그런 제주 공동체를 기대해본다.

호야.
호야.

호야. 
6년 가까이 청년 활동가로 살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제주 청년들을 만나 그들이 사는 이야기, 살아갈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이야기들이 모여 앞으로 제주가 가야 할 길을 내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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