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4·3문화예술제 ‘우리의 4·3은 푸르다’에 참가하기 위해 마임공연을 연습중인 볍씨학교 친구들.(사진=볍씨학교)
청소년 4·3문화예술제 ‘우리의 4·3은 푸르다’에 참가하기 위해 마임공연을 연습중인 볍씨학교 친구들.(사진=볍씨학교)

내가 2학기때 기획을 맡은 행사가 몇 가지가 있다. 그중 제일 마음에 두고 있는 것은 바로 공모전에 출품 준비중인 마임공연 '우리의 4·3은 푸르다'이다.

매주 진행되는 마임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수업이기 때문에 그만큼 하고 싶은 이야기와 내용을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를 쏟고 싶었다. 또 이번 공연은 민찬, 창학 이렇게 1년차 받침반 친구들과 함께하는 기획이기에 더 주도적으로 나설 수 있는 기회였다. 우리 셋은 9월 초부터 공연내용을 만드는 작업에 들어갔다. 매주 월요일마다 마임을 가르쳐주시는 마임이스트 이경식 선생님도 도와주셨다. 

처음 시작할 때는 먼저 나서서 진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나만 나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는 생각에 불편함과 불만이 생겼다. 다른 준비팀 아이들이 좀 나섰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 혼자만 준비팀도 아닌데 왜 나 혼자하고 있는건지, 억울함도 올라왔다. 그런데 나중에는 나조차도 이 억울함에 묻혀 다른 기획팀 친구들이 나서서 하기를 기다렸다. ‘이제는 쟤가 좀 하면 좋겠는데’ 하는 마음만 들었다. 

한편으로는 내가 총대를 매고 앞으로의 상황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어느 정도만 하고 빠지거나 교묘하게 리더의 자리를 피했다. 지난 1학기에도 이런 기획을 해본 적이 없었고 처음 하는 것이라 책임을 맡아서 진행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더 생겼다.

계속 이런식으로 서로 책임을 미루다 보니 원래 같은 작품으로 출품 준비중이던 탐라문화제 신청일을 놓치고 말았다. 이 사태도 결국 우리가 책임을 미루는 것이 원인이었다. 먼저 챙기고 신청한 사람이 없기에 결국에는 다 잊어버리고 있다가 신청일이 지나고 나서야 날짜를 놓쳤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때도 나의 책임감을 좀 더 키우는 연습을 해야겠다고 정리를 했다.

그 후에도 나아지지 않았다. 공연에서 짜야 하는 전체적인 틀은 미리 짜두었으니 이제 개인별로 자신의 캐릭터와 동작을 만들어야 할 때였다. 그 과정에서 나는 계속 제대로, 깊게 고민하지 않았다. 만들어야 할 캐릭터에 대해서도 준비시간 외에는 생각하지 않는 등 준비팀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바빴다는 핑계와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는 합리화로 넘어갔다.

미루고 또 미루고 하다 보니 결국 마지막까지 나의 캐릭터를 챙기지 못했다. 그동안 경식 선생님께서는 수도 없이 코멘트를 해주셨다. 특히 우리가 해야 할 고민을 하지 않는것에 대한 코멘트 였다.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진작에 책임감 있게 할걸’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지금의 스토리 까지 도달하는데 오랜시간 동안 우리가 책임지지 못한 일들이 있었다. 나도 이제야 책임감 있게 맡아서 회의를 주도하려고 한다. 공연준비 시작부터 지금까지 몇주의 시간이 흘렀고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그러나 시간을 낭비했거나 날렸다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지금까지의 일을 바탕으로 앞으로 더 발전되고 책임감 있는 기획을 할 수 있을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흐른 시간 속에서 내가 느낀 것은 내가 하고 싶은 일에는 열정을 가지고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임공연 같은 경우에도 내가 하고 싶어서 기획한다고 나선 것이고 그런 마음은 현재까지도 있다. 또 내가 하고싶은 것은 내가 만족스럽고 뿌듯할 정도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식선생님께서도 늘 말씀하신다. 잘하라는 것이 아니라 이정도면 충분하다고 만족할 정도로 하면 된다고 말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앞으로 이 시간을 바탕으로 책임감 있게 기획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다.

먼저 기획 회의와 회의 내용 공유를 나서서 맡아 갈 것이다. 만약 책임감이 떨어지고 계속 회의와 준비를 미루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내가 이 프로그램을 왜 하는지 곰곰히 생각 해보고 그 생각을 바탕으로 다시 책임감을 유지하며 기획하겠다. 이번 일로 더 성장한 나의 모습을 기대 한다.

 

3일 김민찬(왼쪽)과 글쓴이 이제윤 학생이 드로잉 수업을 받으면 장난치는 모습. (사진=볍씨학교)
3일 김민찬(왼쪽)과 글쓴이 이제윤 학생이 드로잉 수업을 받으면 장난치는 모습. (사진=볍씨학교)

이제윤
저는 올해 처음으로 제주학사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자립을 연습하고 내면에서의 성장을 위해 제주학사에 내려왔습니다. 일상의 패턴이 바뀌고 정신적인 힘듦도 따르지만 그만큼 성장하고 있고 성장하리라고 믿기 때문에 제주학사를 선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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