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최근 국민의힘 강충룡 제주도의원(송산·효돈·영천동)이 성소수자 혐오발언에 대한 재발방지 대책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지난해 12월 23일 강충룡 의원이 제주도의회 본회의장에서 “저는 동성애, 동성애자를 싫어한다. 우리 자식들에게 동성애가 괜찮다, 정상적이다, 문제가 없다는 것을 계속적으로 학습·이해시키는 것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 그것은 동성애를 권장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한 데 대한 조치다.

이날 강 의원은 학생인권조례 제정 반대 의견을 피력하면서 이 같은 말을 내뱉었다. 학생인권조례에 강 의원이 말하는 내용 자체가 담겨있지 않았음에도, 그와 같은 발언을 해 빈축을 샀다. 발의된 조례 내용에 대한 이해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강충룡 의원의 혐오발언에 대해 “피진정인(강충룡 의원)의 발언이 성소수자 집단을 비정상적이고 일탈적인 존재로 규정하는 혐오표현으로, 성소수자 집단 구성원들에게 위축감, 공포감, 좌절감을 야기할 뿐 아니라 그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키는 등 사회에 미치는 해악의 정도가 매우 크다”고 봤다. 

인권위는 이 같은 판단을 토대로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장에게 향후 소속 도의원이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표현을 하지 않도록 주의를 촉구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고 지난 6일 밝혔다.

국민의힘 소속 도의원이 인권위로부터 이 같은 지적을 받자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은 인권이 존중되는 제주를 위해 더 노력하겠다며 지난 9일 논평을 냈다. 

민주당 도당은 이날 “인권위가 강 의원의 발언을 ‘성소수자 혐오 표현’이라고 규정한 것에 대해 환영한다. 지역주민의 대표인 도의원의 혐오표현이 혐오와 편견이 용인되는 것으로 인식시키고, 성소수자에 대한 증오범죄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공감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모두가 머리를 맞대 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구체적이면서 직접적인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민주당 제주도당은 차별받지 않는, 인권이 존중받는 제주를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민주당 도당은 강충룡 의원이 혐오 발언을 내뱉은 당시부터 국가인권위의 결정이 나오기 이전까지 강 의원의 혐오발언에 대해 단 한 차례도 언급한 적이 없다. 인권위가 강 의원에게 주의를 촉구하는 지경에 이르자 그제서야 슬쩍 발을 걸쳤다.

민주당 도당이 낸 논평은 구호 수준에 그치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무기력하다. “차별받지 않는, 인권이 존중받는 제주를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지만 어떤 노력을 할 것인지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흔히 민주당과 적대적 공생관계라 일컬어지는 국민의힘 소속 의원을 비판하는 것으로 체면치레나 하는 모양새다.

이 같은 비판에서 자유롭고자 한다면 공당답게 구체적인 조례 제정 등 실천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강충룡 의원이 혐오발언을 내뱉은 계기가 된 제주학생인권조례를 타 지자체의 인권 감수성을 따르는 수준으로 개정하는 것을 그 시작점으로 삼아야 한다. 현 제주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인권을 국민의 인권보다 낮은 수준에서 정의하고 있다. 학생의 인권 역시 국민의 인권과 동일한 수준에서 다뤄져야 한다. 이와 함께 차별금지와 성평등 조례 제정도 적극 고려해봐야 할 사안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제주도의회의 절대적 다수를 점하고 있다. 즉, 민주당 의원들이 의지가 있다면 도민 인권 향상을 위한 제도들을 당론으로 내세워 얼마든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 소속 의원들이 그런 의지와 용기를 갖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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