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국립공원 내 삼형제큰오름 정상부근에서 이뤄지는 레이더 시설 설치 공사가 조례를 위반했다면서 허가 취소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14일 발표한 논평에서 "‘한라산국립공원, 천연보호구역(천연기념물 제182호), 절대보전지역, 오름’ 4가지에 해당하는 지역에 제주남부 항공로 레이더 시설(이하 레이더 시설)을 허가해주면서 큰 논란이 일고 있다. 국토부에서 추진하는 레이더 시설은 지난 4월 제주도지사의 허가를 받아 삼형제큰오름 정상부근에서 현재 공사를 시작했다."면서 허가 취소를 촉구했다.

▲ 레이더 시설이 허가된 삼형제큰오름 위치(DAUM지도 캡처)

제주환경운동연합은 레이더 시설 공사가 이뤄지는 곳이 국립공원의 핵심지역이라면서 문제를 제기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삼형제큰오름을 포함한 삼형제오름은 1100고지의 탐라각 휴게소 인근에 동서 방향으로 나란히 있는 크고 작은 3개의 오름을 합쳐 부르는 이름인데 백록담과도 5km밖에 떨어져있지 않은, 국립공원의 핵심지역이다. 오름 인근에는 람사르습지인 숨은물벵듸가 있다."며 "심각한 문제는 법의 중심에 있어야 할 제주도당국과 정부가 법을 어기며 허가를 내주고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주도당국은 문화재현상변경허가를 받고 절대보전지역내 허가도 받았다는 입장이지만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제주도 조례를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다는 것.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제주특별법 제355조(절대보전지역)에서 절대보전지역내에서도 개발행위를 할 수 있는 예외 조항을 도조례로 위임하고 있다. 하지만 ‘제주특별자치도 보전지역 관리에 관한 조례 ’ 제6조(절대보전지역 안에서의 행위허가 대상) 5호에서는 “「전파법」 제2조제5호에 따른 무선설비의 설치나 그 부대시설의 신ㆍ증축. 다만, 보전지역 중 기생화산에서는 무선설비의 설치나 그 부대시설의 신ㆍ증축을 할 수 없다.”라고 분명히 못 박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즉, 오름인 기생화산에서는 레이더시설을 건설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레이더 시설은 1499㎡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1층 규모이다. 평수로는 500평에 가까운 큰 시설물이다. 게다가 오름 정상에 설치함으로써 삼형제큰오름의 막대한 원형 훼손은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이번 레이더 시설을 건설을 위해 지하 5m까지 지반을 파야한다. 하지만 제주도는 주변 식생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판단하고 건축허가를 내줬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이 건축허가 자체가 법을 어긴 것을 떠나서 오름 정상에 이런 대형 시설물을 건축하는데 주변 식생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판단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고 개탄했다.

이어 "더 황당한 것은 제주도당국은 건설 예정지가 오름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건축 허가를 내줬다고 언론에 밝힌 점이다. 몰랐다고 해도 큰 문제고 알고도 진행했다면 심각한 문제"라면서 "세계자연유산인 한라산국립공원을 제주도당국이 스스로 법을 위반하면서까지 훼손하고 있다는 것은 중대한 문제이다. 이는 한라산국립공원을 포함한 제주도의 자연환경에 대한 제주도당국의 인식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힐난했다. 

끝으로 제주환경운동연합은 "관계공무원이 몰랐다고 은근슬쩍 넘어갈 것이 아니라 허가 과정을 철저하게 조사하여 도민에게 보고하고 이번 레이더 시설 허가에 대해 도민에게 공개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이와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한라산을 포함한 제주도 자연환경 보전에 대한 철저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제주도당국에 즉각 레이더 시설의 건축허가를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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