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제주. (사진=조성진 작품)
가을 제주. (사진=조성진 작가)


*2주에 한 번씩 본지에 칼럼글을 올리면서 일찌감치 글감을 정하는 때도 있지만 이번처럼 글감이 막히기도 한다. 그런 중에 제주투데이에 ‘지방선거에 앞서 제주도에 필요한 10가지 질문’이라는 제하에 좌담회의 내용을 정리한 기사를 보았다. 지역선거를 앞두고 시의적절한 기사라 여겨 살펴보면서 제주의 현안과제와 공약에 대하여 나름대로 정리해보았다.

#1. 제주의 위기 상황을 반영하는 주제 의식 필요

지난 5일 제주가치와 제주대안연구공동체가 공동주최한 '수요정책 라이브러리 와글와글 좌담회'(☞지방선거에 앞서 제주도에 필요한 10가지 질문)에선 지역선거를 앞두고 국제자유도시, 교육, 청년, 농업, 의료문제와 이어서 풀뿌리진보정치, 기후위기, 인권, 언론, 공약의 10개 분야를 정하여 논의를 하였다. 그러니까 지역선거에서 다루어야 할 지역 현안과 과제인 셈이며 문제제기와 해법을 공약화하기 위함이다. 

지난 5일 ‘수요정책 라이브러리 시즌2 전환의 꿈! 정책으로 말하다’ 아홉 번째 시간은 그간 나왔던 내용을 토대로 종합 정리하는 좌담회 형식으로 마련했다.(사진=박성인 대표)
지난 5일 ‘수요정책 라이브러리 시즌2 전환의 꿈! 정책으로 말하다’ 아홉 번째 시간은 그간 나왔던 내용을 토대로 종합 정리하는 좌담회 형식으로 마련했다.(사진=박성인 대표)

먼저 드는 느낌은 주제가 나열적이며 파편적인데 제주의 현실에 대한 이해와 문제의 해법에 대한 느슨하거나 안일한 접근으로 보인다. 많은 이들이 느끼는 지금 여기 제주의 현실은 생존을 위협받는 위기 상황이다. 이제 지하수 고갈과 오염, 하수 처리용량을 넘어선 오폐수 방류, 쓰레기 처리용량을 넘어선 쓰레기 대란, 비료농약 과다와 축산폐수오염, 이를 부추기는 난개발과 과잉관광 문제는 생태환경 파괴 훼손을 넘어서 제주도민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현실을 지적하는, 입에 달라붙은 레퍼토리가 되지 않았는가. 

또 하나 간과되어서는 안 될 위기 상황이 제주의 군사기지화이다. ‘평화의 섬’은 이제 허울뿐인 미명이 된 지 오래지만 핵항모와 핵잠수함이 무시로 드나드는 강정해군기지, 제2공항 관련 공군기지 건설이 확실시되고 덕천리 30만평 국가위성통합센터라는 레이더기지 건설과 이번 1100고지 오름에 지어지는 레이더시설까지 단순한 국토수호가 아니라 미국의 동북아군사운용계획의 최전방 군사기지로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될 것임을 도민들에게 인식시키고 최소한의 자구책 마련을 위하여 애써야 할 것이다. (지금 같으면 도청이고 도의회고 알아서 갖다 바치는 꼴이지 않은가) 

(사진=김수오 작가)
(사진=김수오 작가)

#2. 이번 지역선거의 슬로건은 “제주를 살려줍서”가 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정책적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두루 알다시피 하와이의 경우 지하수와 생태환경 보존을 위한 50년 장기대책을 마련하여 철저하게 시행하고 있다지 않는가. 이와 관련한 교육 홍보 연구가 지속적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지 않는가. 가장 시급한 대책 아닌가. 이와 관련 일정한 권한이나 수당을 지급하고 시민생태감시단이나 모니터링제를 도입하는 일은 주민참여의 효율적인 방안으로 궁리해봄 직하다.

그동안 제2공항건설 반대싸움을 줄기차게 이어온 이유가 이러한 생태환경을 지켜내기 위하여 거대 국책사업 반대를 통하여 주민들의 생태감수성과 의식을 높이고 친자연 친환경의 주민여론을 정착시키기 위함 아니었나. 환경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반려 이후 오히려 제주도정과 찬성세력들의 반동적 모습은 드세지고 있다. 

최근 도의회 행정감사에서 환경도시위원회 고용호·강충룡·강성의 등은 공항확충지원단이 손놓고 있다고 질책하고 단장이라는 이는 “공항건설 추진에 변함없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럼에도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에선 환경부의 반려 이후 싸움을 일단락 지으며 실질적 대응을 하는 움직임은 찾아보기 힘들다.

#3. 제2공항건설 반대여론을 정착시켜야

거기에 여야를 막론하고 대통령 후보로 나온 이들은 하나같이 제2공항 건설 찬성이거나 유보 입장을 보이는 지경인데 오히려 지역선거를 앞두고 제2공항 건설 반대싸움은 희석화되거나 찬성 입장에 끌려가기 십상이다. 

분명한 것은 지역선거의 공간은 도지사나 도의원의 당선이라는 목표와 함께 제2공항건설 반대여론을 정착시키는 선전 공간의 역할로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1번 주제인 국제자유도시는 원론적 접근이 아니라 제2공항건설 반대싸움 등의 구체적이고 연결된 문제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1988년 송악산 군사기지 철회투쟁. (사진=송동효)
1988년 송악산 군사기지 철회투쟁. (사진=송동효)

#4. 지역민 안전과 돌봄, 공존을 위한 현실적 고민

그리고 지역선거에서 가장 중요하게 들여다봐야 할 것이 무엇일까. 이는 지역민의 안전과 돌봄과 공존일 것이다. 이는 생계를 위한 안정된 일자리, 주민복지, 취약계층이나 소외계층을 최소화시키려는 노력을 일컬음인데 이것들을 ‘어떻게 정책으로 만들고 연결시킬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고민의 내용이 지역선거를 앞둔 질문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에 비추어 제주의 현안은 기반산업인 농업과 관광산업을 중심으로 지속가능한 산업기반 마련과 장기 발전대책을 세우는 일일 것이다. 농업의 경우 친환경농업을 위한 현실적 대안의 필요성은 누누이 강조되었다. 그런데 가장 기본적인 “농지는 농민에게”를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지 않을까. 

실경작 농민을 위한 농지법으로 개정하고 임차농을 보호하고 부동산투기세력 근절을 위한 투기지역 농지소유현황 전수조사 및 불법지주 고발 등을 약속하여 농지를 땅투기 수단으로 여겨온 악행을 색원하여 발본하기 위한 대책은 현행법으로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은가. 어쨌든 이런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농업정책에서 출발할 일이다. 

이준석 부 불법 농지투기 규탄 기자회견. (사진=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제공)
이준석 부 불법 농지투기 규탄 기자회견. (사진=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제공)

#5. 관광과 문화라는 ‘환상섬 제주’의 두 가지 축

관광산업의 경우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닌 섬’이라는 특성을 살리는 대책이 요구되는데 어떤 이의 표현대로 제주는 ‘섬이라는 고립된 지역이 아니라 섬이라는 독립된 지역’이라는 발상의 전환, 멋지지 않는가. 지속가능한 ‘판타스틱 아일랜드’를 이루기 위한 대책, 입도세나 환경부담금같은 징세적 방법도 있겠는데 하책인 느낌이다. 자연과 사람과 문화가 어우러진 관광, 구체적인 그림은 아니지만 끼 많고 재주 있고 의식 있는 이들이 기발하고 창의적인 궁리를 많이 할 수 있지 않을까. 행정은 이를 지원하는 일을 맡는 것이다. 

이참에 문화에 대한 얘기를 같이 끄집어 내보자. 앞의 주제에는 보이지 않는데 제주의 기간산업으로 문화예술산업이 꼭 필요하다고 여긴다. 이는 관광문화산업의 틀로 한계 지을 수 없는 그보다 큰 그림의 문화(관광)산업이다. 예를 들어 춤 축제를 하더라도 돌문화공원에서 또는 함덕바당이나 금릉바당에서 열리는 그림같은 것. 이를 위하여 문화예술인을 제대로 지원하는 일이 중요한데 여러 문화예술(지원)단체를 올바르게 운영하거나 필요에 따라 이를 새로 만들고 늘릴 수도 있지 않겠는가. 

물론 문화예술 그 자체의 역할이나 효과도 필요하지만 지역사회나 마을이나 이웃도 끝내 사람이 중심이 되는 공동체라면 그 구성원이 되는 사람을 귀히 여기고 중히 여기는 풍토를 만들자는 것이다. 일상 속의 그이들이 꾸미게 될 재미지고 환한 공동체의 그림을 그려보자는 것이다. 

이와 관련 나쁜 소식은 제주에 터붙이고 산 지 5년에서 10년 된 이들이 제주를 떠나고 있단다. 대개 한 지역에서 5년 정도의 기간을 살아내면 거기에 정착하고 안정적 기반을 가졌다고 보는데 이 같은 현실은 제주의 미래를 생각할 때 참담할 수 있겠다. 동열이도 종범이도 다 떠나면 이제 어찌하겠는가. 

지난해 돌문화공원에서 열린 즉흥춤축제. (사진=이성홍)
지난해 돌문화공원에서 열린 즉흥춤축제. (사진=이성홍)

#6. 제주에서 이주민이란 상수인가 변수인가

말 나온 김에 이주민 대책 얘기를 해보자. 뭍에는 귀농하면 보조금을 주거나 정착을 위해 여러 혜택을 주는 걸로 안다. 제주의 경우 한때 이주 열풍을 이루면서 땅값과 집값 상승이나 난개발 투기붐의 주역이라는 오명을 쓰고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가 되기도 하였는데 현실적으로 집값과 땅값이 오르면서 높은 주거비용이나 고물가 부족한 일자리 저임금 문제 등으로 진입장벽이 높아지고 앞에서 말했듯이 정착단계의 이주민까지 제주를 떠나는 불안한 상황임에 분명해 보인다. 

섬이라는 제한된 지역조건과 역사 이래 오래도록 선주민과 이주민 사이의 갈등과 대립 또 화합과 협력을 통한 공동체의 삶이 관통한다면 제주다움이나 제주사람의 규정에 있어 이주민의 존재는 변수나 특이점이 아니라 열린 공간으로서 지속가능한 제주의 한 축이 되는 상수로 봐야하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양질의 인적자원을 바라는 일은 당연하겠는데 이를 위한 정책적 방안을 마련하는 일 또한 도정과 도의회의 할 일인 것이다. 이는 따로 이주민을 위한 방안 마련보다 주제에서 언급한 청년들의 주거권 안정 대책이나 이주를 유인할 수 있는 후생복지대책 마련을 통하여 가능할 것이다.

#7. 제주민 공존을 위한 주거권 정책

이는 앞에서 말한 지역민들의 안전과 돌봄, 공존에 관한 발언이다. 그중 가장 중요한 주거문제와 관련, 홍명환 의원의 주장을 옮기면 최근 보건복지안전위원회의 서귀포시 행정사무감사에서 최근 5년간 기초생활수급자가 급속히 증가(최근 5년 42%증가)하였다. 

가장 큰 증가이유는 기초 주거문제인데 20여 년 국제자유도시 등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도민은 소외되고 기초생활수급자는 증가하는 현실이며 부동산가격 폭등에 따른 주거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주거복지 대책이 최우선순위 정책이 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오등봉공원부지에 들어설 대단위 고급아파트 건설을 허가하여 성남시 대장동 뺨치는 불로소득과 부동산투기를 부추기는 정책이 될 법한 일인가.

종교단체 어린이집 보육교사 괴롭힘 규탄 기자회견. (사진=이성홍 제공)
종교단체 어린이집 보육교사 괴롭힘 규탄 기자회견. (사진=이성홍 제공)

#8. 기본적인 생존권이자 인권인 노동권 정책

최근 제주칼호텔이 고용노동자들의 고용승계나 대책 마련없이 이를 매각함으로써 300여명 직고용 노동자들이 해고를 앞두게 되었는데 이에 대한 도청이나 도의회의 대응은 미비하거나 전무하다. 

뿐만 아니라 제주시 종교법인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를 종교적 이유로 갑질과 집단으로 괴롭힌 사건, 신생아 육아지원금 관련 생색내기 수준의 예산편성이라든지 이는 단순히 복리후생의 문제이기보다 노동권과 육아권 종교의 자유 등 인권의 문제인 것이다.

이 같은 인권이 살아있는 또는 이를 지키려는 도지사 도의원 후보의 그림을 그리는 것이고 선거판을 통하여 이를 이슈화하고 여론화하고 정착시킬 수 있도록 방안을 궁리하고 마련하는 일이 필요할 것이다.

# 맺으면서

제주투데이에 게재된 지역선거 관련 좌담회 기사를 빌어 지역선거를 앞둔 제주의 현안과 과제를 내식으로 정리해보았다. 제주민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위기 상황이라는 인식과 제2공항건설반대를 비롯한 생태환경의 보존대책이 정책의 맨 앞이 되어야 하는 점, 그리고 제주의 기반산업인 농업과 관광, 문화산업까지 전망해보려고 하였다.

끝내 제주민의 행복한 삶을 지원하고 울타리를 쌓는 일이 도정과 도의회의 역할이라면 사람답게 살수있는, 인권이라고 해도 좋을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주제에도 나와있듯 지역선거를 앞둔 풀뿌리 진보정치의 원론적이고 타성적인 접근과 제주만의 독특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는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의 포지션과 지역선거를 아우른 진보 정치판의 현실은 다음 기회에 짚어보고자 한다.

이성홍. (사진=정미숙 작가)
이성홍. (사진=정미숙 작가)

제주에 살러온 8년차 가시리주민이다. '살러오다', 한 때의 자연을 벗삼고 풍광을 즐기고자 함이 아니라 끼니를 챙기고 텃밭을 일구고 호롱불 아니라도 저녁무렵 은근한 난롯가에서 콩꼬투리를 까고 일찌감치 곤한 잠들어 내일의 노동을 준비하는 생.활.자, 그리 살고싶다, 그리 살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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