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민주노총 1020 총파업 대회 서울 서대문 사거리 모습. (사진=민중총궐기 페이스북)
2021년 민주노총 1020 총파업 대회 서울 서대문 사거리 모습. (사진=민중총궐기 페이스북)

"격차와 불평등을 줄여나가겠다던 문재인 정부가 재벌체제에는 손도 대지 못하는 동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석방됐고,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은 방역수칙을 위반하고 대규모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됐다.

노조 할 권리는 여전히 보장되지 못하고 있고, 자본은 코로나19를 핑계로 노동자들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구조조정을 강행하고 있다. 중소상인들은 여전히 과도한 임대료와 건물주의 갑질에 고통받고 있다.

펜데믹 이후 심화된 일자리난, 고용불안, 주거난에 노동자의 생존권은 벼랑끝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검사 출신 정치인 곽상도 의원 아들은 2015년 6월 아버지 권유로 화천대유에 입사해 대리로 6년여 근무한 뒤 지난 3월 퇴사하며 퇴직금으로 50억원을 챙겼으며 개방농정 지속으로 농민들 삶이 척박해지는 동안 한국토지주택공사(LH·엘에이치) 직원들과 정치인, 고위공직자들은 내부 정보를 활용한 부동산 투기로 수백억원의 이익을 챙겼다."

20일 110만 전국 민주노총 조합원은 한국사회에 만연한 불평등을 타파하고 노동자들이 존중받는 사회로 전환하기 위해 총파업에 나섰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 1일 서울구치소에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견디기 힘든 세상과 이별하는데,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아기가 건물을 소유하고 임대료를 받아간다. 노동자의 일자리는 사라지고 급여는 삭감되는데, 재벌과 대기업은 유례없는 이익을 남기고 있다"며 2021년 민주노총 1020 총파업 대회를 추동하는 옥중 서신을 보냈다.  

전국 광장에 모인 노동자들은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5년 전 광장에 섰던 촛불시민들의 염원을 실현하기 위해 총파업에 나섰다면서 "노동존중 사회야 말로 나라다운 나라"라고 했다. 

40여개 조직 450여 명의 제주지역 노동자들이 도청 앞에 모여 비정규직 철폐와 불평등 타파 등을 외치고 있다. (사진=박소희 기자) 
40여개 조직 450여 명의 제주지역 노동자들이 도청 앞에 모여 비정규직 철폐와 불평등 타파 등을 외치고 있다. (사진=박소희 기자) 

제주지역에서도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호텔 노동자, 건설 노동자, 법원 노동자 등 40여개 조직 450여 명이 도청 앞에 모여 불평등 타파와 노동존중사회로의 전환을 외쳤다.   

이들이 제시한 1020 총파업 요구안은 △5인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중대재해처벌법 적용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 노조 권리 보장 △비정규직 철폐 △일방적 해고와 구조조정 중단 △부동산투기로 인한 불로소득 환수 및 주택공공성 보장 △무상돌봄 실시 △공공의료 강화 △대학까지 무상교육 △대중교통 공영제 △민주노총 탄압 중단 이상 10가지다. 

임기환 민주노총 제주본부장은 "보수 양당은 대장동 투기, 고발사주, 등 서로 기득권 이전투구에 매몰돼 노동자와 민중의 삶은 안중에도 없다"면서 "대선 후보 누구도 노동자의 일자리와 생존과 권리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임 본부장은 "정치권이 침묵하는 동안 '몸뚱이' 하나로 버티는 노동자는 떨어져 죽고, 깔려 죽고, 과로사로 죽어 나가고 있다"면서 제주지역 현실도 다르지 않다고 했다.

해고위기에 놓인 칼호텔 노동자가 1020 총파업에 참여해 불평등 체제 타파를 외치고 있다. (사진=박소희 기자)
해고 위기에 놓인 칼호텔 노동자가 1020 민주노총 총파업에 참여해 사측의 일방적 매각 중단을 외치고 있다. (사진=박소희 기자)

# 거리로 내몰린 제주 호텔노동자들도 '총파업'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KAL(이하 한진칼)이 제주KAL호텔(이하 제주칼)을 부동산개발투자사에 매각함에 따라 제주칼 노동자 300명은 해고 위기에 놓였다. 현재 제주칼은 내년도 객실예약을 받지 않는 상황으로 올해 말 호텔사업이 종료되면 소속 노동자들은 정리해고 순서를 밟게 된다.

이날 연단에 오른 서승환 제주관광서비스노조 칼호텔지부 지부장은 "일터에서 하루아침에 쫓겨날 처지가 되다 보니 (노동자의 삶의 지키는) '정의로운 전환'이란 구호가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며 입을 열었다. 

서승환 지부장은 "한진그룹은 재정건정성 악화로 수입이 나지 않는 사업들을 매각한다면서 돈을 더 주겠다고 하니까 제주칼을 고용보장이 안 되는 부동산 투기회사에 판다고 한다"면서 "노동자는 안중에 없고 재벌 잇속만 챙기는 천박한 한진그룹"이라고 일갈했다. 

서 지부장은 "노동자들이 무조건 매각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부동산 투기 자본이 아니라 고용보장이 이뤄질 수 있는 건전한 업체에 팔아라. 제주자원과 노동자의 땀으로 성장해놓고 이제와 제주의 아들과 딸을 거기로 내모는 후안무치한 행태를 노동자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끝까지 싸워 고용보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제주칼 노동자들 힘만으로 부족하다"며 제주지역 노동자들에게 연대와 지지를 호소했다. 

서승환 제주관광서비스노조 칼호텔지부 지부장
서승환 제주관광서비스노조 칼호텔지부 지부장

해고 위기에 놓인 건 제주칼 노동자 뿐만이 아니다. 

제주 신화월드 내 랜딩카지노(이하 랜딩카지노)는 전직원을 대상으로 지난 5일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가운데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은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사실상 정리해고 절차를 밟고 있다. 총 450명 가운데 희망퇴직을 신청한 노동자는 100여명. 나머지 350명은 정리해고라는 칼날 위에서 하루하루를 불안에 떨고 있다. 

신화월드는 도민 5200명을 고용하겠다면서 제주도 곶자왈을 밀어내고 온갖 세금 혜택을 받으며 지어졌지만 이를 막을 법적 근거가 없어 아무런 제재 없이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1년 6개월간 영업 중단 사태를 빚고 있는 '제주 썬호텔&카지노(이하 썬호텔)' 노동자들도 언제 해고될 지 몰라 불안에 떨긴 마찬가지다. 

부장원 민주노총 제주본부 사무처장은 "제주칼 매각, 신화월드 랜딩카지노 구조조정, 썬호텔 휴업 등 (해당 사업장 노동자들에게) 언제 칼바람 불어닥칠지 모르는 상황"이라면서 "코로나19를 핑계로 노동자들을 일터에서 내쫓는 자본의 간악한 시대"라고 개탄했다. 

1020 민주노총 총파업에 참여한 제주지역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 이날 산별 조직 가운데 가장 많은 인원이 모였다. (사진=박소희 기자)
1020 민주노총 총파업에 참여한 제주지역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 이날 산별 조직 가운데 가장 많은 인원이 모였다. (사진=박소희 기자)

#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총파업'

이날 학교 비정규직(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은 역대 최대 규모인 하루 4만명이 파업에 참가했다. 제주지역에서도 산별노조 가운데 가장 많은 인원이 대열을 이뤘다.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이하 학비연대)와 교육부·17개 시도교육청은 지난 7월부터 2021년 집단임금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4일까지 막판 교섭을 진행했으나, 교육당국은 여전히 공무원평균임금인상률(1.4%)에도 못미치는 기본급 2만5000원, 근속수당 1000원 인상안을 제시하고 있다. 

제주지역 학비연대는 이날 "올해 시도교육청으로 내려간 6조원 이상의 추경예산과 내년에 20% 인상(11조 700억원 이상 증액)되는 지방교육재정으로 시도교육청의 예산은 역대급 호황인 상태"라면서 "학교비정규직 정규직화 약속도 어기고, 국가인권위 공무직위원회의 비정규직 차별 격차해소 권고도 무시하며 파업을 수수방관하고 있는 교육부와 제주도 교육감을 총파업으로 강력히 규탄한다"고 했다. 

이들은 "학교도 세상도 비정규직이 넘쳐나고 불평등과 불공정이 판치는 우리 사회의 현실이 어쩌면 진짜 대란"이라면서 "우리 사회에 심각한 불평등, 사회양극화, 비정규직 차별, 고용불안 문제의 해결을 요구하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당한 파업투쟁을 급식대란, 돌봄대란, 교육복지대란 등 부정적인 방향으로 보도하지 말아달라"고 언론에 요구했다.

학비연대에 따르면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급식, 돌봄, 특수교육분야 외에도 교무실, 행정실, 과학실, 전산, 도서관, 상담실, 유치원, 학교시설관리, 청소, 야간당직 등 경비, 영어・체육・다문화 교육, 교육복지 등 약 100개가 넘는 직종이 있다.

이들은 "모두가 교육현장에서 필요한 소중한 노동을 하고 있다. 이번 총파업에는 다양한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참여했다"면서 △학교비정규직 차별해소 △학교비정규직 정규직화 △노동강도 완화 등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 전면 개선 이상 3가지를 총파업 주요 요구안으로 내놨다. 

비정규직 철폐 스티커를 제주교육청 입구 바닥에 붙이고 있는 제주지역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사진=박소희 기자)
비정규직 철폐 스티커를 제주교육청 입구 바닥에 붙이고 있는 제주지역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사진=박소희 기자)

이날 연대에 오른 박인수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제주지부 지부장은 "얼마 전 취사병 1명이 75인분을 조리한다면서 일부 부대 부실 급식 논란이 일어났다. 학교는 더하다. 전국 평균 146명이다. 제때 식사도 못하고. 제때  화장실도 못간다"면서 급식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학교돌봄 운영개선 대책도 촉구했다. 

이를 위해 △온종일돌봄법 폐기와 학교돌봄의 지자체 민간위탁 저지, △돌봄전담사 상시전일제 전환 △복리후생 차별 해소 △재난업무수당 지급 등을 요구했다. 

이에 부장원 사무처장은 "팬데믹 이후 그 어느때보다 돌봄 등 사회공공성 강화가 요구되고 있다. 주택, 교육, 의료, 돌봄, 교통 등의 부분에서 공공성이 담보되는 사회로 대전환을 해야 할 때"라고 했다. 

1020 민주노총 총파업 대회에 참여한 노동자.(사진=박소희 기자)
1020 민주노총 총파업 대회에 참여한 노동자.(사진=박소희 기자)

# 법원 역사상 처음으로 법원공무직 '총파업'  

제주법원 공무직 노동실태도 열악하긴 마찬가지였다. 

법원은 2014년부터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 합리적 이유 없이 임금 수당 복리후생적 비용에 대한 차별을 해서는 안된다는 판결을 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7월 중앙해정기관 소속 공무직 노동자들에게 '공무원 과의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해 직무 무관 수당에 대해 합리적 복리후생비 기준을 마련하라'고 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제주지법서 18년 시설관리직으로 일한 노동자는 간접고용에서 직접고용 형태로 전환되며 월급이 50만원 이상 깎였다. 직책수당이 사라져서다. 

20년 일한 청소노동자의 경우 늘 최저임금만 받았기 때문에 1년차 노동자와 월급이 똑같다. 

호봉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공무원과 달리 법원 공무직 노동자의 인건비는 예산상 사업비로 편재되고 있다. 사업 진행 유무에 따라 깎이고 없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사업비 절감 압박에 임금 상승은 언제나 '그림의 떡'. 위험업무에 위험수당도 없고, 야간노동을 하더라도 식대와 교통비 지급도 안 된다. 

이에 전국 공무직 노조는 지난 5월 대법원과 교섭에 나서 공무직 노동자의 기본급을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사용자인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제주지법 공무직노동자들은 "법 앞에 평등해야 한다는 상식이 법원 앞에서 무너지고 있다. 우리가 살아있는 증거"라면서 △경력 인정 및 기본급 인상 △직무무관 수당(명절 휴가비 등) 차별 해소 △시간외 근무 시 식대 및 교통비 지급 △미사용 연차 수당 지급 등을 총파업 요구안으로 제시했다

한편 이날 제주지역 노동자 총파업은 산별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질서정연하게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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