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제주도연합은 21일 오후 5시 제주시청 앞 조형물 앞에서 제주여성농민대회를 열고 "이대로 못 살겠다"면서 골갱이를 들고 농업 분야 낡은 제도를 뒤집자고 했다. (사진=박소희 기자)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제주도연합은 21일 오후 5시 제주시청 앞 조형물 앞에서 제주여성농민대회를 열고 "이대로 못 살겠다"면서 골갱이를 들고 농업 분야 낡은 제도를 뒤집자고 했다. (사진=박소희 기자)

제주지역 여성농민들이 내년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성농의 법적지위 향상과 남성농 중심의 낡은 제도 개선을 위해 '골갱이'(호미)를 들었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제주도연합은 21일 오후 5시 제주시청 앞 조형물 앞에서 제주여성농민대회를 열고 "이대로 못 살겠다"면서 "여성농민을 배제하고 농민의 생산수단인 땅과 종자를 빼앗는 농업 정책을 뒤집자"고 소리쳤다. 

이들은 먼저 20대 대통령 후보들을 향해 여성농의 법적 지위를 요구했다. 

현행법은 여성농이 남성농과 견줘 농업인으로 인정받기 쉽지 않은 구조다.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농업식품기본법)’은 여성농을 정책 대상으로 각종 육성 및 지원 정책을 수립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여성농의 자격 기준이 ▲1000㎡(303평) 이상의 농지 경영 혹은 경작 ▲연간 농산물 판매액이 120만원 이상 ▲1년 중 90일 이상 농업에 종사 ▲영농조합법인·농업회사법인의 활동에 1년 이상 계속 고용 이상 4가지 기준 가운데 하나를 충족해야 한다. 여성농은 남성농과 비교해 농지 소유 비율이 낮은 데다 농산물 거래도 주로 남편 명의로 이뤄져 많은 여성농은 정책 대상에서 배제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여성농의 지위를 남성농과 동등하게 인정하는 ‘공동경영주 제도’도 있지만 차별적 요소가 많다.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농어업경영체법)'에 따라 농업경영체는 ‘경영주’와 ‘경영주 외 농업인’으로 구분되는데, 통상 농가 경영주가 남성이다보니 배우자인 여성농 대다수는 '경영주 외 농업인'으로 분류된다. 이에 정부는 공동경영주 제도를 2016년에 도입했지만 이는 '법령상 경영주'와 같은 지위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농업경영체 경영주'는 농업 이외 겸업활동을 해도 농업인 지위를 유지할 수 있지만 '공동경영주'는 겸업 소득이 발생하면 경영주로 등록할 수 없다. 따라서 부족한 농업소득을 보완하기 위해 돌봄, 급식 등 겸업을 하는 상당수 여성농은 공동경영주로 인정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에 여농 제주도연합은 "현행 식품산업기본법과 농어업경영체법은 수많은 여농을 차별하고 배제하고 있다"면서 성평등 농업 정책 실현을 촉구했다. 

이들은 지속가능한 농업에 대한 대책으로 △성평등 농업 정책 실현 △농민기본법 제정 △농민수당법 제정 △농지 개혁 실시 △농산물 가격보장을 위한 공공수급제 실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농업재해 보상법 제정 △농업예산 국가예산 5%로 확충 △ 여성농민 건강권 및 생활기본권 보장 △국가먹거리 전략으로서의 먹거리 기본법 제정 △농업 인력난 근본 대책 이상 10가지 요구안도 제시했다. 

그러면서  "정치권과 언론은 허구헌날 대장동 이야기만 하고 있다. 식량 주권과 연결되는 농촌・농업・농민 살릴 정책 이야기하는 대통령 후보가 한 명도 없다"고 개탄했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제주도연합은 21일 오후 5시 제주시청 앞 조형물 앞에서 제주여성농민대회를 열고 "이대로 못 살겠다"면서 골갱이를 들고 농업 분야 낡은 제도를 뒤집자고 했다. (사진=박소희 기자)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제주도연합은 21일 오후 5시 제주시청 앞 조형물 앞에서 제주여성농민대회를 열고 농업의 가치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정치인들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심판하겠다고 외쳤다. (사진=박소희 기자)

제주 여농들은 현 정부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여농 제주도연합은 "기후변화와 펜데믹으로 식량안보에 비상등이 켜졌지만 문재인 정부는 21%에 불과한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그 어떤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문 정부는 역대 정부 사상 최고 낮은 농업예산을 배정하고 코로나 피해 대책을 위한 추경에서도 농업 예산은 한 푼도 세우지 않았다"면서 "지속가능한 생태계와 지속가능한 지구를 지켜내는 농민과 농촌 농업을 지키기는 커녕 철저하게 내팽개치고 있다"고 했다. 

농촌・농업・농민에 대한 제주도정과 도의회의 낮은 인식 수준도 지적했다. 

이들은 '농민수당 실효성 논란' 발언을 한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 소속 현길호 위원장(더불어민주당·제주시 조천읍)을 향해 "내년 지방선거에서 심판하겠다"고 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해 농민수당 지원 조례를 제정, 내년부터 농민 한 명당 연간 40만원에 이르는 지원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이날 현 위원장은 농축산식품국을 대상으로 벌인 행정사무감사에서 “금액이 적어 실효성이 낮을 것이다. 사회적 갈등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해 농민들의 분노를 샀다. (관련기사 ☞“농민수당, 사회적 갈등” 현길호 발언에 “제도 취지 몰이해” 비판)

이들은 "(현 위원장이)농민수당을 마치 기본소득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다”며 “농민 개개인에 지급하는 지원금이 아닌 사회적으로 합의된 농민의 공익적 가치에 대해 국가가 지불하는 비용"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내년에는 대통령 선거만 있는 것이 아니다. 농업과 농촌의 공익적 기능에 대한 이해가 없는 정치인은 반드시 내년 지방선거에서 심판하겠다"고 했다. 

농민의 생산수단은 토지와 종자라며 토지 개혁과 종자 주권을 외치고 있는 여성 농민. (사진=박소희 기자)
농민의 생산수단은 토지와 종자라며 토지 개혁과 종자 주권을 외치고 있는 여성 농민. (사진=박소희 기자)

제주도가 시행하고 있는 제주 토종농산물 소득보전 직불제사업 대한 문제점도 지적했다. 

해당 사업은 토종농업자원의 보존・육성으로 자원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토종농작물 재배 농업인의 소득보전 및 생산비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인데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농업경영체 등록 농민이거나 1000㎡이상 농지를 경영 혹은 경작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문제는 이를 증명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 농민은 "도청 관계자는 임대차 계약서나 토지소유자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지원이 불가능하다고 하는데, 임대차 계약서를 쓰고 임대하는 소농이 얼마나 되냐. 현재까지 5명만 지원비를 받아갔다고 하더라"라며 토종종자 보호라는 사업의 기존 취지는 사라지고 행정 편의주의만 남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농민의 생산수단은 토지와 종자다. 그런데 둘 다 내겐 없더라"며 토지 개혁과 종자 주권 실현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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