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봉 행정자치위원장.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이상봉 행정자치위원장.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서귀포시와 제주문화예술재단(이사장 이승택)이 총사업비 수십억원에 이르는 프로젝트를 예산도 확보하지 않고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이상봉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장(더불어민주당·제주시 노형을)은 서귀포시 자치행정국을 대상으로 진행한 행정사무감사에서 ‘유휴공간을 활용한 연결공간 프로젝트’가 재원 조달 계획도 없이 추진되는 점을 지적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제주문예재단이 올해 신규 사업으로 발표한 ‘제주문화예술의섬’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사업이다. 유휴공간을 활용해 지역문화의 균형 발전을 꾀한다는 취지다. 

서귀포권에선 옛 중문소방서(연면적 548㎡·3층) 건물을 활용해 예술 대안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기존엔 서귀포시 자치행정과에서 관리했으나 프로젝트 입지로 선정되면서 지금은 문화예술과로 관리 부서가 바뀌었다. 

서귀포시와 재단의 협의자료에 따르면 이달 중 문예재단이 해당 공간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협약을 체결한다. 이후 오는 12월까지 공간 리모델링을 마치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영을 시작한다. 

문제는 이 공간을 운영하는 예산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것. 서귀포시와 재단에 따르면 서귀포권 유휴공간 프로젝트에 20억원에 이르는 사업비가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문119 유휴공간 문화재생 중장기 운영계획안 중 예산 조달계획서’를 살펴보면 재단은 올해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비용 1억5000만원, 내년부터 오는 2025년까지 매년 1억여원을 출연할 계획이다. 

나머지 필요한 14억여원은 국비 또는 매칭사업비 등으로 조달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국비 확보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  

이상봉 위원장은 “중장기 계획이 빠져있다”며 “계획서를 보면 국비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재단 예산으로 운영한다고 돼 있다. 사실상 출자출연기관 예산이 감액되면 이 사업은 흐지부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행정의 유휴공간을 활용해 주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을 마련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지속가능해야 한다. 앞으로 예산 확보가 안 될 경우 그야말로 혈세만 낭비하는 꼴”이라며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분들이 일을 벌였다가 잘 안 되면 책임지는 사람도 없을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에 한웅 부시장은 “공간 구성 계획에 대해 논의하는 단계일 뿐 아직 예산이나 구체적인 계획이 확정되진 않은 상황”이라며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서귀포시 관계자는 제주투데이와 통화에서 “나름대로 재단 측으로부터 예산 확보 계획을 받아봤는데 어느 정도 계획이 있더라”며 “혹시라도 (예산 확보가) 안 되면 우리 시가 직접 하면 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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