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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밖또북]《농본주의를 말한다》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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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밖또북]《농본주의를 말한다》를 읽고
  • 은종복
  • 승인 2021.10.28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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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본주의를 말한다》
우네 유타카 씀, 김형수 옮김, 녹색평론사 펴냄
《농본주의를 말한다》우네 유타카 씀, 김형수 옮김, 녹색평론사 펴냄
《농본주의를 말한다》우네 유타카 씀, 김형수 옮김, 녹색평론사

이 책은 일본에서 2016년에 나왔다. 우리나라에는 2021년에 옮겨졌다. 이 책을 읽으면 일본 농촌과 우리나라 농촌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도 석유와 기계를 써서 농사를 짓고, 풀과 벌레를 죽이는 제초제와 살충제를 뿌려서 농사를 짓는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그 원인도 똑같다. 두 나라 모두 공업 중심 사회로 가서 그렇다. 농촌에서 살던 많은 사람들이 도시로 떠나니 시골에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든다. 일본이나 우리나라는 서양에서 들어온 근대문명사회를 이루려 했다. 일본은 1868년에 있었던 메이지유신으로 산업 국가를 이루는 근대화 길로 들어섰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박정희 군사독재정권이 들어서고 새마을운동을 하면서 빠른 속도로 농사꾼들은 땅을 버리고 도시로 떠났다.

글쓴이는 말한다. 농본주의를 되찾자고. 농본주의란 무엇일까. 글쓴이는 농업과 농사를 다르게 본다. 농업은 자본주의가 만들었다.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면 땅에 사는 수많은 생명들을 죽여도 된다고 생각한다. 농사는 다르다. 단지 땅에서 먹을거리를 거두는 것만이 아니다. 그 땅에서 나고 자라는 풀과 꽃, 나비와 잠자리, 올챙이, 개구리, 송사리, 물방개 같은 수많은 목숨들과 더불어 사는 일이다. 이것이 바로 농본주의다.

글쓴이는 말한다. 농사는 모두가 타고 있는 커다란 배라고. 그 큰 배 안에 있는 아주 작은 배가 농업이라고.  농사라는 큰 배는 천지라는 바다에 떠 있다. 천지는 자연과 다르다고 한다. 자연은 사람들이 바꿀 수 있는 어떤 것으로 보지만 천지는 사람 힘으로 바꿀 수 없는 것이라고. 요즘 사람들은 자연과 천지를 섞어서 쓰기도 하지만 말이다. 아무튼 농사와 농업을 다르다고 한다. 농사는 먹을거리를 거두는 일이고 농업은 먹을거리를 만드는 일이다. 농사꾼은 하늘과 땅, 해와 바람 힘으로 먹을거리를 일구는 일을 도와줄 뿐이다.

농업이라는 말에는 공업처럼 시간을 적게 들이고 일손을 적게 들여서 생산량을 늘리고 돈을 벌려는 산업적 인식과 태도가 반영된다. 이 같은 인식으로 인해 농사꾼 사이에도 경쟁이 일어난다. 마을공동체가 사라진다. 글쓴이는 말한다. 나라가 잘 되어야 마을이 살맛나는 곳이 되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마을이 살맛나야 나라가 튼튼하다.

사실 일본과 우리나라 말고도 대부분 나라들이 근대화 물결을 타면서 공업과 산업 중심사회로 치닫고 있다. 자본주의사회다. 농사는 자본주의사회와 맞지 않는다. 농사뿐 아니라 지금 점점 심해지는 기후위기도 자본주의사회가 만들었다. 진짜 행복한 나라는 백성이 임금 이름을 모르는 시대다. 지금은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되는지에 따라서 세상이 뒤집힌다. 우리나라도 일본도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들에 따라서 마을 사람들은 불안에 떤다. 이런 일이 없으려면 마을공동체가 살아나야 한다. 마을공동체가 살아나려면 농업이 아니라 농본주의가 힘을 얻어야 한다.

농본주의는 기계문명사회를 거부한다. 손으로 모내기를 하고 낫으로 풀을 벤다. 그러면서 그 땅에 사는 수많은 생명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글쓴이는 말한다. 자본주의는 저절로 망할 거라고. 더 빨리 망하도록 힘을 써야 한다고. 정말 돈에 눈이 멀어가는 세상, 자본주의사회가 없어질까. 기후위기가 닥쳐와서 곧 지구에서 사람뿐 아니라 모든 목숨들이 사라질 날이 멀지 않았다.

많은 나라들이 이 일을 막으려고 애를 쓴다. 하지만 이것도 경제를 성장시키면서 이루려 한다. 자본가들이 더 돈을 벌려고 애를 쓴다. 그럴수록 더 자연은 더럽혀진다. 먼저 농사꾼들이 나서서 이것을 막아야 하지 않을까. 지난날에는 농사꾼을 시인이라고 했다. 자연과 천지 마음을 잘 알았고 풀과 벌레, 새들 말을 알아들었다. 그런 날이 와야 세상은 정말 평화롭고 자본주의 삶에서 떠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이 책을 꼭 읽었으면 좋겠다.

은종복

글쓴이 은종복 씨는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에 위치한 인문사회과학 책방 '제주풀무질'의 일꾼이라고 자기 자신을 소개한다. 책과 사회를 또박또박 읽어내려가는 [또밖또북] 코너로 매달 마지막 목요일에 독자들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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