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제주도의회는 제395회 2차 본회의를 열어 제주시 오등봉공원과 중부공원 등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 환경영향평가서 협의내용 동의안을 통과시켰다. (사진=제주도의회 인터넷방송 갈무리)
9일 제주도의회는 제395회 2차 본회의를 열어 제주시 오등봉공원과 중부공원 등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 환경영향평가서 협의내용 동의안을 통과시켰다. (사진=제주투데이DB)

홍명환 제주도의원의 관련 협약서 공개로 이미 많은 언론이 제주시(엄밀히 말하면 제주시장은 제주도지사의 지휘를 받는 임명직으로 제주도지사의 권한으로 보는 것이 맞다)의 오등봉공원 등 민간특례사업자 선정과 진행 과정에서 그 위법성과 중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제주도의회는 아무 책임이 없을까. 

# 민낯 1

장면 하나, 지난 4월 28일 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도의원들의 오등봉공원 및 중부공원 민간특례사업 현장방문 자리. 아파트에서 나오는 하수처리 대책을 의원들이 묻는다. 이미 도두동 하수처리장이 포화상태여서 현재 처리용량으로는 이 곳에서 나오는 하수 처리할 수 없는 상태.

김희현 의원(더불어민주당), “그러면 만약에 도두하수처리장이 (증설공사가) 제대로 안 돼서 연기가 됐다. 이러면 어떤 대책이 있습니까. 2025년도까지 준공이 안 됐을 때.”

강성의 의원(더불어민주당), “1870톤 중에 (하수처리장으로 보낼 수 없는) 1840톤을 어떤 식으로 활용할 것인지 대비책이 있겠냐는 거에요.”

고성대 제주시 도시건설국장, “총 하수량의 80%를 12시간 이상 저장할 수 있는 유량저장조를 설치해서 (배출) 시간대 조절을 (하수처리장과) 충분히 협의하면서”

아파트 700여 세대가 추진 중인 제주시 중부공원 하수처리대책에 대하여 사업자가 하수처리장 증설공사가 늦어지면 아파트 입주시기도 늦추겠다고 밝히자 의원들은 하수처리계획도 없이 환경영향평가를 받는다며 언성을 높임.

고용호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런 계획도 없이 의회에 와서 심의해서 처리해주라 이거 말이 되는 거에요?”

김희현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게 (하수처리장 증설이) 안 되면 (아파트 입주를) 늦추겠다는 걸 여기 와서 설명하는 것 자체가 이해가 가는 얘기예요? 계획을 내놓아야지 완공을 늦추겠다면 계획이 없다는 거 아니에요” [이상 제주MBC 기사내용 발췌]

의원들은 시민을 위한 공원이 아파트 주민들에게 사유화되고 학교 신설과 토지주 반발 대책도 미흡하다고 지적, 환경도시위원회는 심사보류 결정. 

(사진=제주MBC 방송 화면 갈무리)
(사진=제주MBC 방송 화면 갈무리)

장면 둘, 지난 6월 9일 도의회 본회의에 심사보류 핵심사안인 하수처리대책에 대하여 대책이 없음과 학교 부지 미확보상태를 확인하고서도 환경도시위원회를 원안 통과한 제주시의 ‘도시공원(오등봉)·중부 근린공원 민간특례사업 환경영향평가서 협의 내용 동의안’을 상정.

김희현 의원 (더불어민주당), “우리가 계속적으로 요구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그런 분야는 상하수도본부와 우리 제주시, 사업시행자가 협의를 잘 해야 할 것 같다. 주택사업 심의할 때 제대로 좀 해야될 것 같아요.”

강충룡 의원 (국민의힘) “(학교 부지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하겠다. 이렇게 봐도 무방합니까?”  [이상 제주MBC 기사내용 발췌]

이날 표결에서 오등봉 공원 동의안은 재석 의원 41명 중 찬성 31명, 반대 9명, 기권 1명, 중부공원은 재석 의원 40명 중 찬성 39명, 반대 1명으로 가결.

위의 장면들은 공원지구 해제(일몰제)를 앞두고 제주시가 부랴부랴 민간특례사업자를 선정, 제주시가 공동사업자로 참여하면서 법적 절차로 ‘민간특례사업 환경영향평가서 협의 내용’에 대하여 도의회가 동의안을 가결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환경영향평가의 핵심인 1천400여세대 상하수도 처리, 자연생태오염 및 훼손과 학교부지 확보 등의 대책이 전혀 마련되지 않음을 질타하고 심사보류 하였음에도 기껏 한 달여가 지난 뒤 아무런 대책도 보완되지 않은 상황에서 하수처리장과 잘 협의하고 학교부지 확보 노력을 하라면서 압도적 다수로 원안 가결하는 이들이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들 맞는지.

# 민낯 2

이번에 공개된 사업자와 제주시장의 협약서에는 도시계획 심의와 환경영향평가 심의를 단 한 번에 통과시키고 도의회의 ‘환경영향평가 협의동의안’을 제주시장이 책임지고 통과시키며 일몰기한인 8월 10일까지 사업실시계획 인가를 받지 못할 경우 제주시장의 귀책 사유로 못 박아 놓았다.

도시계획과 환경영향평가 심의는 전문가 위주의 심의위원을 따로 정하여 독립적으로 운영되어야 함에도 이미 제주시장의 지시에 따르는 ‘어용’임을 알 수 있는데 실제 협의내용 그대로 움직였다. 이것도 말이 안 되지만 실제 제주민의 손으로 뽑고 제주민의 뜻을 대변해야 할 도의회 의원들까지 제주시장이 제 뜻대로 할 수 있다는 말 아닌가. 실제로 본회의에서 도의원들의 작태를 보면 현장방문에서 보여준 기세는 오간 데 없고 꼬리를 내린 채 꼭두각시 노릇을 하고 있음에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들은 가오도 없는지.

이도저도 떠나서 제주시의 노른자위 공원 부지에 14층 고급 고층아파트가 들어서길 바라는 제주시민이 누가 있겠는가. 모 방송사의 여론조사에서도 대부분 시민들이 아파트 건설을 반대하지 않았는가. 당연히 시민들의 쉼터 놀이터가 되어야 할 곳이라면 건설업자와 토호세력의 잇속만 채우는 개발사업에 대하여 도의원들이 팔 걷어부치고 나서서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이미 5년 전에 현 사업 규모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680여세대 12층 규모의 민간특례사업을 두고 제주시가 사전검토에서 불가(불수용)입장을 밝히지 않았는가. 당시 불가 이유는 해당 지역의 임상이 양호하고 자연녹지지역으로 대규모 공동주택이 들어서면 경관이 훼손되고 하천오염 재해위험 등 우려 때문이었다. 이런 사유들이 지금은 달라졌는가.

오히려 자연생태 훼손과 하수처리용량 초과 등 도의원들이 막고자 하면 시민들의 바람과 지지를 얻고 쉽게 납득할 수 있음에도 어찌 제주도정의 거수기 노릇을 자청하는가. 거기에 환경도시위원장 강성의 의원은 이 같은 지적에 당시는 도시공원 기본계획의 근거가 마련되지 않았고 당시는 공원부지의 일부만 해당돼 전체적으로 현재 사업이 환경영향이 적다는 식의 억지주장까지 펼치며 적극적으로 제주시의 입장을 대변하면서 제주의 환경을 감시하고 행정을 견제하는 책임 있는 자리에 걸맞는지 되묻게 된다. (참고로 그이는 개발사업에 편의를 봐주는 행정사무조사 특위위윈을 지냈다.)

제주환경운동연합과 오등봉공원 지키기 도민은 21일 오전 10시 제주지방법원에 오등봉공원 실시계획인가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사진=박소희 기자)
제주환경운동연합과 오등봉공원 지키기 도민은 지난 21일 오전 10시 제주지방법원에 오등봉공원 실시계획인가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사진=박소희 기자)

# 민낯 3

이번 홍의원의 협약서 공개로 제주시의 밀실 협약과 개발사업자와의 짬짜미로 제주시장이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 도의회의 행정사무감사장에서 기가 막히는 해프닝 하나. 

주인공은 이경용 의원 (국민의힘), 안동우 제주시장을 상대로 감사를 벌이면서 느닷없이 이 의원은 “안 시장은 도의원 출신으로, 정무부지사와 제주시장 등을 훌륭하게 역임했다”고 치켜세우며 내년 6월 실시되는 제주도지사 선거에 국민의힘 소속으로 출마할 것을 권유한 것이다. 

감사장이 아니라 국민의힘 간담회 자리쯤으로 여기는 게 아닌가 뜨악해지는데 여론의 질타와 무엇보다 도의회를 장기판의 졸로 보는 협약서 내용에도 이를 추궁하는 대신에 제주시장을 추켜세우는 데는 당해도 싸다는 분노를 넘어 최소한의 자존감마저 내팽개치는 모습에 서글퍼지기까지 할 정도다.

비자림로 공사 구역. (사진=이성홍 제공)
비자림로 공사 구역. (사진=이성홍 제공)

또 한 의원, 잘 아다시피 제주도의회에서 뜬금없이 ‘비자림로 확포장사업 조기개설촉구결의안’이 가결되는 기막힌 일이 일어났는데 그 주동자인 고용호 의원(더불어민주당)도 못지않다. 도정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도의원의 기본적 책무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그이의 ‘막말 시전’은 이미 호가 났는데 이번 ‘비자림로 결의안’ 건에 대하여 “건설과에서 일을 제대로 안 해서 본인이 나섰다”고 하였나. 조금 있으면 비자림로 공사현장에서 포크레인 장비도 운전하는 거 아닌가.

더하여 비자림로 확포장 공사에 인도도 갓길도 없다며 “사람이 곤충보다 못한가”라는 발언에는 바닥인 생태 감수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제주민으로서 어쩔 수 없이 생태환경을 훼손하고 파괴할 때도 있지만 비자림로의 경우 인간의 편리와 이익을 위하여 희생되는 숱한 목숨부치들에 대한 미안함이나 죄스러움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모습에 사람동물이 지구별의 쓰레기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

# 민낯 4

앞에서 언급한 대로 지난 9월 7일 ‘비자림로 확포장사업 조기개설촉구결의안’이 가결되었는데 먼저 이 결의안에 대하여 도의원 26인의 발의가 있었다. 결의안 중에 시민환경단체를 폄훼하고 매도하는 내용이 문제가 되자 발의에 서명한 다수 의원들이 내용을 살피지 않고 관행처럼 서명하였다고 진술하였다. 그러니까 “형님 아우” 해가면서 서로의 뒷배를 봐준 관행이겠는데 그럴 수 있다 치자. 

그런데 제주도정이 강행 의지를 갖고 절차에 따라 영산강유역환경청과 협의를 통하여 진행하고 있는 사안임에도 그 절차나 과정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야하는 것이 도의희의 책무라면 전혀 상식적이지도 실효성도 없는 내용 아닌가. 

(사진=제주도의회 중계 방송 화면 갈무리)
(사진=제주도의회 중계 방송 화면 갈무리)

대체 누구한테 촉구하는 것인가. 지역주민들에게 ‘나 이렇게 예산 따와서 길 넖히고 있네’ 시늉하는 것 아닌가. 해당 지역 의원이야 그럴 수 있다치고 하겠지만 도의회 차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수치스럽지 않은가. 

그럼에도 환경도시위원회에서 문구를 조금 고쳐 본회의에 올리고 내용도 모르고 서명했다는 대부분의 의원과 강성의 환도위원장까지 포함하여 총 35명의 재석의원 중 26명이 찬성하는 끈끈한 동료애를 보여주지 않았는가. 도의원의 품격이야 기대난망이지만 최소한의 자질과 양식마저 저버린 망동임에랴. 

# 맺으면서

앞에서 지난 몇달 동안의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도의원들의 사례를 들어가며 그이들의 민낯을 드러내보이고자 하였다. 제주민을 대변하고 제주민의 민생과 복리를 따져 제주도정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일은 대부분 도의원들에게 관심 밖의 일이다. 제 잇속 챙기고 무리를 지어 제 앞길 닦는데 급급한 모습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여야가 차이가 없으며 이들을 관리하거나 규제할 수 있는 도당이나 국회의원의 역할도 기대하기 어렵다. 

내년 지역선거도 여전히 그 나물에 그 밥이기 십상이지만 어쩌겠는가. 하나씩 민낯을 까발리고 선거라는 제한된 운동장에서나마 최선을 다할밖에. 새롭게 출마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지지와 연대의 악수를 청한다.

이성홍. (사진=정미숙 작가)
이성홍. (사진=정미숙 작가)

제주에 살러온 8년차 가시리주민이다. '살러오다', 한 때의 자연을 벗삼고 풍광을 즐기고자 함이 아니라 끼니를 챙기고 텃밭을 일구고 호롱불 아니라도 저녁무렵 은근한 난롯가에서 콩꼬투리를 까고 일찌감치 곤한 잠들어 내일의 노동을 준비하는 생.활.자, 그리 살고싶다, 그리 살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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