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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에 ‘농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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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에 ‘농민’이 없다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1.10.28 1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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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2021 제주인권포럼’ 주제회의3 ‘제주 농지의 실태와 농민의 권리’ 세션
여성농민 자료사진. (사진=픽사베이)
여성농민 자료사진. (사진=제주투데이DB)

농민은 누구인가. 농사를 짓는 사람? 농촌에 사는 사람? 논밭을 가진 사람? 

지난 2018년 12월17일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결의안 ‘유엔 농민과 농촌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 선언’에서 정의하는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농민이란 혼자서, 연합하여 생계 또는 판매를 위한 소규모 농업 생산을 하고 있거나 종사하려는 사람으로서 토지와 뗄 수 없이 특별히 의존하는 사람을 말한다. 농촌 지역에서 유관 직종에 종사하는 모든 이들과 부양 가족, 토지가 없거나 고용 노동자나 계절노동자에게도 적용된다. 

한국에선 농민을 어떻게 정의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농업 정책이나 통계, 법률 등에선 ‘농민’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한국 농업엔 ‘농민’이 없다. 

28일부터 오는 29일까지 ㈔제주대안연구공동체가 주최·주관한 ‘2021 제주인권포럼’이 제주시 아스타호텔에서 열리고 있다. 

이날 오전 주제회의3 ‘제주 농지의 실태와 농민의 권리’ 세션에서 강마야 충남연구원 연구위원이 ‘우리나라 농지와 농민 실태, 그리고 대안:충남의 실태조사 경험 사례’를 발표했다. 

강마야 연구위원은 “농업이 겪고 있는 기후위기와 공동체 위기, 소멸 위기, 먹거리 위기 등 각종 위기 상황에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사람’”이라며 “다른 분야와 달리 농업과 농촌은 사람과 농지가 긴밀한 관계에 있으므로 ‘사람’ 문제 해결이 곧 ‘농지에서 농사를 짓는’ 문제와 연결됐다”고 강조했다. 

28일 ㈔제주대안연구공동체가 주최·주관한 ‘2021 제주인권포럼’ 주제회의3 ‘제주 농지의 실태와 농민의 권리’ 세션에서 강마야 충남연구원 연구위원(가운데)이 ‘우리나라 농지와 농민 실태, 그리고 대안:충남의 실태조사 경험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28일 ㈔제주대안연구공동체가 주최·주관한 ‘2021 제주인권포럼’ 주제회의3 ‘제주 농지의 실태와 농민의 권리’ 세션에서 강마야 충남연구원 연구위원(가운데)이 ‘우리나라 농지와 농민 실태, 그리고 대안:충남의 실태조사 경험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농업인, 농민, 농업경영체

강 연구위원은 우선 한국 사회에서 농민을 뜻하는 용어가 혼재한 상황을 지적했다.

‘농업인’은 법률과 시행령에서만 쓰이는 용어로 기본법과 농지법, 협동조합법 등에 개념과 기준이 있으나 현장에선 거의 사용하지 않고 공식 집계되는 통계가 없다. 다만 ‘농가인구’를 농업인으로 대체 지표 정도로만 사용하고 있다. 

헌법과 현실에선 ‘농민’이라는 말을 자주 쓰지만 그 외의 분야, 즉 법률, 시행령, 제도권, 행정문서, 통계 등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지난 1987년 개정된 헌법에 ‘농어민’이란 용어가 남아있긴 하지만 개별 법률에서 농민 용어는 1994년 농지법 제정 이후 사라졌다. 

제도권과 행정문서에서만 쓰이는 용어는 ‘농업경영체’다. 각종 농업 보조사업 대상자 자격기준에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는 절대 원칙의 용어이자 공식 집계되는 통계도 있다. 

결국 강 연구위원은 “농업인은 유명무실하며 농민은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이름”이라며 “실제로는 농업경영체만 존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실 용어와 제도 용어의 괴리, 왜 문제인가

현실에서 쓰는 용어와 법률 등에서 쓰는 용어가 다를 경우 어떤 문제들이 발생하는가. 우선 농민과 농업인은 현실에서 인정받는 것과 법·제도적으로 인정받는 것이 달라서 사업대상 자격 요건이나 기준으로부터 ‘사각지대’가 발생한다.

실제로 농가와 농가인구, 농업인, 농업경영체 등 용어별로 통계 수치 편차가 있다. (농업인의 경우 통계가 없는 대신 농가인구로 대체하고 있다.) 지난 2019년 기준 농가 수치와 농업경영체(기존 표기-농가, 최근 표기-농업인) 수치를 비교해보면 67.8만가구 차이난다. 

지난해 충남연구원이 충남지역의 6개 마을을 조사한 결과 마을 이장이 직관적으로 인정한 법적 농업인 300명 중 약 68명이 농업경영체에 등록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정책 사각지대가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농업경영체, 농가, 농업인, 농민 등을 섞어서 쓰다 보니 현장에선 혼란을 일으키고 있고 정책 신뢰도에도 부정 영향을 초래한다는 것. 강 연구위원은 “농업과 농촌의 각종 위기 속에서 용어의 혼란은 지금까지 농정 철학과 방향을 되돌아보게 한다”고 말했다. 

28일 제주시 아스타호텔에서 ㈔제주대안연구공동체가 주최·주관한 ‘2021 제주인권포럼’ 주제회의3 ‘제주 농지의 실태와 농민의 권리’ 세션에서 강마야 충남연구원 연구위원(가운데)이 열리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28일 제주시 아스타호텔에서 ㈔제주대안연구공동체가 주최·주관한 ‘2021 제주인권포럼’ 주제회의3 ‘제주 농지의 실태와 농민의 권리’ 세션에서 강마야 충남연구원 연구위원(가운데)이 열리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농촌-농지-농민 삼위일체 돼야”

그렇다면 ‘농민’은 앞으로 어떻게 불러야 할까? 또 개념과 기준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강 연구위원은 ‘용어’ 자체보다 ‘실제’ 여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농촌’과 ‘농민’, ‘농지’가 삼위일체가 되게끔 상호 일관성을 가진 확보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는 것.

예를 들면 농민의 개념과 기준으로 정책 용어를 통일시키되 세부 사업에서 ‘OO농지 규모 이상 실제 경작하는 자’, ‘OO작목을 실제로 재배하는 자’, ‘OO지역에 실제 거주하는 자’ 등으로 규정한다. 

또 중앙부처의 일괄적인 통제와 관리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으로, 마을로 권한을 세밀하게 분산하는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을 내 민간과 행정이 협업하고 협치하는 추진 체계 그리고 민간 스스로 작동시킬 수 있는 기재와 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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