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5일, 개인여행을 떠나는 주하의 모습. 매년 볍씨학교 1년차 학생들은 제주 곳곳으로 4박5일 개인여행을 떠난다. (사진=볍씨학교)
지난 10월 25일, 개인여행을 떠나는 주하의 모습. 볍씨학교 1년차 학생들은 매년 제주 곳곳으로 4박5일 개인여행을 떠난다. (사진=볍씨학교)

지난 3월, 제주에 와서 개인여행 이야기를 하던 게 생각난다. 4박 5일 동안 오롯이 혼자 떠나는 개인여행에 대해 엄청 궁금했던 나와 많은 친구들은 선생님과 선배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나는 개인여행을 가면 정말 집은 구할 수 있긴 한 건지, 밥은 먹을 수 있는 건지, 길을 모를 땐 어떻게 해야하는지 등 여러가지가 걱정되었다. 그래도 처음으로 혼자서 여행을 간다는 게 기대되기도 하고, 궁금한 것도 많았다. 하지만 그때는 3월이었고, ‘지금도 너무 힘든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지?, 1학기가 끝나기는 할까?’ 이런 생각들이 더 컸기 때문에 개인여행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지나가 벌써 10월이 되었고, 개인여행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우리 받침반은 개인여행의 공통 주제를 정했다. 코로나였다. 코로나로 힘든 사람들을 위로해주고, 힘을 주는 여행을 다녀오기로 한 것이다.

그 다음은 개인 주제를 정해야 했다. 나는 내 자신이 당당하지 않다고 생각해 더 자신감을 가지기 위해서 일인극을 하며 다니기로 했다. 그런데 일인극은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어렵기만 했다. 일인극이라는 걸 본 적도 없고, 처음 들어본 것 같은데. 많은 고민을 하긴 했지만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래서 준비하는 과정도 쉽진 않았다.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서 출발하기 직전까지 준비만 했고, 못 갈 뻔하기도 했다. 그래도 다행히 친구들이 다 떠난 뒤에 바로 나도 갈 수 있었다. 딱 출발하니 지금까지 개인여행 주제를 정하고, 준비했던 모든 과정이 스쳐 지나갔다.

처음에 제주시에 가려고 히치하이킹을 하는데 차가 잡히지 않아 계속 걸어가다 보니 어느새 함덕 이었다. 그렇게 함덕에서 히치를 했고 1시간 정도 걸려 겨우 히치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겨우 제주시에 도착했는데 5시가 좀 넘어있었다. 일인극을 하기엔 집 구할 시간이 늦은 것 같았다. 불안했다. 그래서 집을 구하기로 했다. 어쩌면 내가 공연을 해도 아무도 모른다는 생각도 있었다. 처음엔 엄청 망설이다가 그냥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재워줄 수 있냐고 물어봤다. 당연히 다 안된다고 했다. 초인종을 눌러야 하는 건 알고 있었는데 무서웠다. 하지만 나중에는 초인종을 눌러서 나온 분들께 물어보기도 했는데 안 된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어떤 분이 위험하고, 민폐라면서 신고를 하셨다. 그게 아닌데 뭐라고 말도 못 하고 답답하고 속상했다. 그렇게 결국 첫째 날엔 경찰서에 갔다가 다시 학사로 돌아오게 되었다.

너무 아쉬웠다. 나에게 여행의 첫날이 없어진 것 같다. 일인극도 안 하고, 밥도 안 먹고, 집도 못 구했다. 그 하루가 너무 아까웠기에 남은 4일 동안 더 적극적으로 하기로 했다. 또 개인여행을 잘 마치고 온 사람은 일상을 지내면서 그 모습이 다 드러난다는 말을 들었던 게 생각났다. 그만큼 성장하는 것이다. 그래서 ‘뭐가 됐든 일인극은 꼭 하자.’는 생각으로 출발했다.

처음엔 히치를 해 다랑쉬오름으로 갔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일인극을 하긴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망설이고 망설이다가 했는데 제대로 하지 않았다. 온갖 상상만 했다. ‘큰 소리로 할까?’, ‘그러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냥 아무도 모르는데 하지 말까?’, ‘그래도 해야 하는데.’ 엄청 긴장되고, 두근 두근 하는 게 크게 느껴졌다. 대사도 하나도 들리지 않았고, 당연히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 한 번 한 것이라고 합리화시켰다.

그다음에 점심을 사주신 분이 식당에서 일인극을 한번 해보라고 하셨다. 진짜 무섭고 하기 싫었는데 거절할 수가 없었다. 이미 식당 주인께 허락도 받았다. 도망가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이 했고, 그게 처음이었다. 또 어떤 분께 내가 모르는 사람 앞에서 일인극 하는 게 힘들다고 했더니 그분은 그냥 일단 해보라고 하셨다. 그 후로 ‘모르겠고, 그냥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했고, 많은 도움이 되었다,

또 첫째 날과는 다르게 개인여행 끝까지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다, 차도 태워주시고, 밥도, 간식도 사주시고, 게스트하우스를 잡아주시기도 하고, 집에서 재워주시기도 하고, 관광지에 데려가 주시기도 하셨다. 많은 분들이 나보다 더 걱정 해주셨다. 특히 마지막날 재워주셨던 분께 너무 감사했다. 전까진 집을 못 구해서 게스트하우스에만 갔었기 때문이다. 꼭 편지 써서 정말 감사했다고 전해야겠다.

개인여행 중에서 좋았던 것이 두 가지가 생각난다. 하나는 밤 8시쯤 히치를 했는데 오픈카를 탄 것이다. 오픈카는 별도 보이고 좋았다. 그때 차에 타서 별을 보는 그 느낌은 잊을 수가 없다. 다 제주가 아름다운 하늘을 가진 덕분인 것 같다. 또 하나는 보롬왓이라는 곳에 간 것이다. 그 곳은 예쁜 꽃밭이 있는 관광지인데 너무 예뻐서 나중에 가족과도 가고 싶었다. 입장료가 4,000원이었는데 내주신 분께 정말정말 감사했다.

다들 개인여행이 위험하다고 하지만 그러기엔 정말 감사한 분들이 많았다. 여행을 하며 만난 분들 다 꼭 필요한 만남이었다. 한 분 한 분이 다 나의 개인여행에 큰 도움을 주셨다.

하기로 했던 일인극도 하고 와서 좋고, 너무 재미있었던 개인여행 이었다. 집이 안 구해질 때, 히치를 2시간~3시간 하는데 계속 태워주시는 차가 없을 때, 경찰서에 갔을 때, 일인극 하기 전의 그 순간들마다 힘들기도 했다. 개인여행은 힘든 순간들이 더 많을 줄 알았지만 그 보다는 재미있는 순간들, 잊지 못할 기억들이 더 많았다. 앞으로도 정말 좋은 기억으로 남을 개인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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