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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하다]차 없는 이들에게 도보소득을①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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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하다]차 없는 이들에게 도보소득을① 프롤로그
  • 김재훈 기자
  • 승인 2021.11.05 2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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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큼! 도보소득
'성큼!!' 보행자의 권리가 보장되는 제주를 위해.(사진=박소희 기자/픽사베이)

원희룡 전 도지사 재임 기간 중 제주도에 추가 등록된 자동차 수는 20만 대가 넘는다. 2014년 38만4117대였던 제주도 등록 자동차 수는 2021년 65만1613대로 증가했다. 이 중 등록만 하고 다른 지역에서 운행하는 '허수'를 제외하더라도 제주 주민 1세대 당 자동차 보유 대수는 1.3대로 전국 1위다. 제주시내 도로가 서울시보다 더 혼잡스럽게 느껴진다는 불평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비단 ‘느낌적인 느낌’만은 아닌 것이다.

원희룡 도정은 제주 도로에 자동차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것을 방치했다. 방치를 넘어서 오히려 전기차 구입 지원 정책 등을 펼치며 자동차 수를 증가시키는 데 적극 기여했다. 원희룡 전 지사는 제주도에 자동차를 뿌려놓고 떠났고, 그로 인한 사회적 문제들은 제주도민이 오롯이 껴안고 살아가야 할 몫이 됐다.

현재 제주 전역의 주택가는 주차 전쟁터다. 제주도 행정 당국은 주차 문제를 해결한답시고 부랴부랴 공영주차빌딩 신설, 주택가 주차장 부지 임대, 차고지증명제 등의 정책을 실시했다. 물론 역부족이다. 제주도가 시행한 이런 정책들은 무섭게 늘어나는 자동차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제주도는 교통체증 완화와 주차 문제를 해결한다는 명분으로 새 도로와 주차장을 신설하며 막대한 돈을 퍼붓고 있다. 하지만 신설된 도로와 주차장은 그 효과를 체감할 새도 없이 다시 자동차로 빼곡이 채워진다.

자동차 증가로 인해 발생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자동차를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제주도는 자동차 소유자에게 편의적인 정책들에 집중하고 있다. 제주도는 전기차 구입 지원을 통해 차량 구입을 촉진했다. 넘쳐나는 자동차로 인한 문제가 심각한 상황인데도 차 구입을 지원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제주도 자동차 등록 현황 2021년 10월 말 기준
.2021년 10월 기준 제주도 자동차 등록 현황(표=제주특별자치도 제공)

공영주차빌딩, 임대 부지 주차장 신설 정책 역시 차량 소유자들에게 편의적인 정책이다. 주택가의 부지를 임대해 공영주차장으로 만든 경우, 추후 주차장 임대가 끝난 뒤에는 어떻게 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주민들은 주차‘시한폭탄’을 옆에 두고 살고 있다.

제주도가 시행한 정책 중 차량 소유자에게 부담을 주는 정책은 차고지증명제가 거의 유일하다. 차고지증명제는 주차할 수 있는 차고지가 없으면 자동차를 등록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다. 하지만 차고지 증명 문제로 자동차를 처분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애초에 차고지가 있는 거주지를 택하거나, 차고지를 임대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차고지증명제는 자동차 수를 줄이는 데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제주시에서 차를 몰고 시내를 횡단하는 것보다 거리상으로 훨씬 먼 서귀포시를 가는 것이 더 수월하게 느껴진다. 한라산을 넘어가야 하는데도. 시내 교통체증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교통체증은 버스 운행 속도도 떨어뜨린다. 제시간을 지켜야 하는 버스 운행에 악영향을 끼친다. 버스 이용 불편은 이용자들에게 자동차 구매의 압력으로 작용한다. 그러면 자동차가 늘고 교통체증을 유발하고 다시 버스 이용이 불편해지고... 이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어떻게 끊을 수 있을까.

그 해법 중 하나를 제시하고자 한다. 바로, 도보소득이다. 도보소득은 말 그대로 소유한 자동차가 없어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이동하는 ‘뚜벅이’들에게 지급하는 소득이다. 자동차 소유자들로 인해 거주환경 악화, 매연, 대중교통 이용 불편 등의 피해를 보고 있는 ‘뚜벅이’들을 위한 소득으로 피해보상과 권리보장의 성격이 따른다.

도보소득은 자동차 소유자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목적도 지닌다. 자동차 등록 대수가 감소하면 도로 신설의 필요성이 줄어든다. 도로 공사에 들어가는 혈세를 줄이며 만성적자인 대중교통의 활성화를 도모한다. 꿈꾸는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제주도의 현재와 같은 난개발과 교통체증 역시 꿈꿔 본 적 없다. 이 악몽 속에 머무를 수는 없다.

한편, 20대 대선을 맞아 기본소득과 주4일 근무제 등 '삼성공화국'에서는 절대 불가능할 것으로 여긴 정책들이 주요 후보들의 공약으로 나오고 있다. 보행자의 권리를 지키고 더 나은 교통환경을 만들기 위한 도보소득이 제공되는 사회도 꿈꿔 볼 만하다.

앞으로 5차례에 걸쳐 제주 교통환경과 정책에 대해 진단하고 문제 해결 방안으로 도보소득을 제시하고자 한다. 보행자가 침해받고 있는 권리와 피해상태를 살필 것이다. 또 도보소득의 의미를 밝히며 그 기대 효과 및 실현 가능성을 뚜벅뚜벅 타진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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