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코비드 시간을 지나가면서 세계는 경제위기, 물류난, 인력난 등 여러 문제들에 직면해 있다고 연일 언론은 떠든다.  하지만 우리가 가장 눈여겨야 할 부분 중 하나는 새로운 삶의 패턴 속에 서서히  전세계적으로 번져가는 마약과 마약 카르텔이다. 이는 또 다른 코로나다. 

2000년대 초반 볼티모어 시내에 조그마한 편의점을 운영한 적이 있었다. 한국에서 생각하는 일반적인 모습의 편의점을 상상해서는 안된다. 약 80년이 다 되어가는 나무로 지어진 연립성 타운하우스의 마지막 끝자락 부분이 보통 미국에서 얘기하는 코너스토어들이다. 쥐가 너무 많은데 조그마한 놈들(mouse) 부터 큰 놈(rat)까지 세상 온갖 종류의 쥐들을 다 모아놓은 곳이다. 흑인밀집지역이며 대낮에도 총격사건이 벌어지고 길가의 집들은 흉가들이 되어 버려진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많은 이들이 거주했다. 

이민 초기 그 정도 충격은 견딜 만 했지만 가장 힘든 부분은 가게 앞에 펼쳐진 또 다른 장사진이다. 마약상들이 약 5명씩 짝을 이뤄 대략 20여 명씩 항상 가게 앞에서 배회하고 지나가는 차들에 마약을 팔고 심지어 가게 안에서 손님들과 마약거래를 버젓이 했다. 세상 태어나 가장 큰 충격은 이들 마약상과 함께 마약에 취한 이들의 모습이었다. 그야말로 딱 맞는 표현은 ‘좀비’다.

영화 '바스켓볼다이어리' 마약중독자로 출연한 레오나르도디카프리오. (사진=영화 스틸컷)
영화 '바스켓볼다이어리' 마약중독자로 출연한 레오나르도디카프리오. (사진=영화 스틸컷)

눈은 항상 감겨있고 등은 꼬부랑 할머니처럼 앞으로 숙여져 꼼짝도 하지 않고 있다 갑자기 일어서서는 걷는 걸음걸이는 그야말로 좀비였다. 영혼이 과연 있을까 할 정도로 처참한 모습에 대부분 싼 마약을 해서인지 이빨은 거의 다 빠져있고, 앙상한 뼈만 남은 모습이었다.

미국에서는 매월 1일이 되면 저소득층에 대한 돈이 카드로 입금된다. 자녀들 숫자와 소득 등 여러 가지 고려사항에 의해 정부 보조금이 지급되는 것이다. 음식만 살 수 있는 푸드스템프(food stamp)와 더불어 일반 제품을 살 수 있는 현금성 보조금이 지급된다.

매월 첫째 주는 시내의 모든 가게가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바쁘다. 입금된 돈으로 한 달 동안 먹을 수 있는데, 사재기를 하느라 조용했던 동네는 활기가 차고 웃음소리가 들린다. 이런 동네 축제는 딱 7일이면 끝이 난다. 

7일간의 축제 속에 마약상들도 정신없이 바쁘다.

마약상들은 5명이 보통 한 조를 이룬다. 신입 마약상 셋이 보통 마약을 소지함과 동시에 망을 본다. 그리고 중간보스가 돈을 챙기고 그 팀의 보스는 가끔 나타나 돈을 수거해 가는 게 일종의 패턴이었다. 마약과 돈을 소지하지 않았으니 팀의 보스는 잡혀들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 이들은 자신들의 이름을 절대 말하지 않는다.  보통 닉네임을 불리는데 미드나잇(midnight), 메일맨(mailman), 덤에스(dump ass) 등이다.

항상 가게 앞에서 얼쩡거렀던 놈들이라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정도 들고 친해지기 마련이지만 6개월이 지나면 어김없이 신입 마약상들은 감옥으로 잡혀가고 다시금 어디선가 앳된 애들이 나타나곤 했다.

미국 대도시 살인율이 높은 이유는 마약이 크다. 마약 범죄 조직 간의 세력 싸움과 함께 이를 외상으로 구매했다가 차츰 빚이 많이 쌓여 보복으로 살인을 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일상의 초상화의 모습은 세계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을 것이다.

필리핀을 필두로 한 동남아시아의 여러 국가와 남미 콜롬비아, 멕시코, 엘살바도르, 온두라스에 더불어 마약 카르텔에 나라 전체가 점령당한 아이티, 아프리카 국가들 모두 마약에 의존하고 마약 카르텔이 세상을 지배하는 갱들의 나라로 차츰 변하고 있다.

미래 사회는 4차 산업혁명 속에 인공지능과 가상세계 안에서 인간은 실존성과 자립성의 부재로 점점 쾌락에 빠져들게 뻔하다. 그 선두에 마약문제가 항상 크게 부각이 될 것이다.

미국의 경우 60, 70년대 히피 문화에 기반을 둔 사회 저항의 의미로 마약에 빠졌으며, 90년대에 이르러서는 오피오이드가 주축이 된 진통 처방제에 의해 마약에 빠져들었다. 현재는 저렴한 가격에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펜타닐”이 보급되면서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 등 전 세계가 마약에 젖어 들고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 마이네임 스틸컷.
넷플릭스 드라마 마이네임 스틸컷.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다시금 마이네임 드라마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마이네임의 배경은 한국 마약 조폭들과 마약 수사대 이야기이다. 드라마를 통해 보이는 한국은 이미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

2020년 기준 마약사범 검거는 1만 8000여 명이었다.  이중 20대가 3.211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2018년 596명이던 국내 외국인 마약 사범은 3년 사이 145%가 증가한 1466명이다.

국내 마약류 범죄는 보통 검거 인원의 30배 정도 많다고 한다.  즉 2020년 기준 한국의 마약 중독자는 대략 50만 명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인구 대비 적은 숫자처럼 보이지만 보급이 쉽고 중독성을 고려하면 지금 이 시점에 큰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마약 문제는 전국 교육 당국에 나서서 초등학교 시절부터 철저히 반복 학습으로 그 파괴성과  중독성을 가르쳐야 할 것이다.

나의 30대 초반 미국에서의 삶은 인간에 대해 쓸쓸함과 슬픔에 젖어 있던 날이 많았던 것 같다.
 

양영준
제주 한경면이 고향인 양영준 한의사는 2000년 미국으로 이주, 새 삶을 꿈꾸다. 건설 노동자, 자동차 정비, 편의점 운영 등 온갖 일을 하다가 미 연방 우정사업부에 11년 몸담은 ‘어공’ 출신. 이민 16년차 돌연 침 놓는 한의사가 되다. 외가가 북촌 4.3 희생자다. 현재 미주제주4.3유족회준비위원을 맡고 있으며 민주평통워싱턴협의회에 참여하고 있다. 제주투데이 칼럼 [워싱턴리포트]를 통해 미국의 시시콜콜한 일상을 이방인의 시선으로 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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