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수오
사진=김수오

 

 

아버님 전상서

-양용찬-

우리는 결코 세계적인 제주를 원하지 않습니다

제주인에 의한 제주인을 위한

제주다운 제주를 원할 뿐

 

빛바랜 갈중이를 걸쳐입은

주름살 투성이 당신의 모습은 

누가 뭐래도

기나긴 고난의 세월을 이겨내신

자랑스러운 나의 아버지이십니다.

그러나, 그러나 아버지

고난의 세월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모진 바람이 불어오고 있습니다. 

해를 넘긴 UR은 

당신의 손에서 괭이를 뺐기 위해

칼날을 갈고 있습니다

당신의 구부러진 허리로 일구어낸 땅을

두발로 딛고 선 아들은

이땅의 농군으로 살기를 원하지만

특조법은 

괭이대신 고데들기를 강요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사느냐 죽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다정한 모습으로

삽과 괭이드는 삶을 찾아야만 합니다

사랑하는 아버지

기나긴 고난의 세월을 이겨낸 그 힘을 모아

마지막 몸부림을 쳐야만 합니다. 

목청터지는 거부의 울부짖음을 

철저한 저항의 몸짓을

이는 반역이 아닙니다.

살아남기위한 모순일 뿐입니다

 

우리는 결코 세계적인 제주를 원하지 않습니다

제주인에 의한 제주인을 위한

제주다운 제주를 원할 뿐

 

양용찬 열사 (캐리커처=1991년 투쟁위원회)
캐리커처=1991년 열사 투쟁 30주년 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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