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돌봄교실의 한 장면@사진출처 신제주초등학교
▲초등학교 돌봄교실의 한 장면@사진출처 신제주초등학교

돌봄이란 관계 속에서 나 아닌 이들의 생명과 생활에 관한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활동이다. 아이, 노인, 환자, 장애인 등 혼자서 생명과 생활을 이어가기 어려운 타인을 옆에서 도와주는 일, 정서적인 지지가 필요한 사람을 위로하고 공감하는 일 모두 돌봄이다. 

전통적으로 돌봄은 ‘정상 가족’ 안에서 주로 여성의 몫으로 여겨졌으나 가족 해체와 개인화가 진행되면서 돌봄의 영역이 차츰 공적 영역으로 확장되기 시작했다. 문제는 사회보험, 공공부조, 공공서비스 등 ‘돌봄의 사회화’가 이뤄졌지만 중앙과 지역 간 분절된 사회보장체계로 인해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했다. ‘송파 세 모녀 자살사건’이 그 대표적 사례다. 

특히 코로나 이후 기관 중심의 돌봄이 공백 사태를 맞으며 지역사회 통합돌봄 서비스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지역마다 다른 복지환경, 복지서비스 수요·공급자의 차이가 분명한데,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복지 서비스는 지역 특성에 맞는 조직변화나 인력재배치 방안 마련이 어려워 지역 현실과 괴리가 있다. 

제주도의회와 제주 사회적경제 단체들은 9일 제주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제2차 사회적 경제와 사회적 돌봄’ 정책간담회를 마련했다. (사진=박소희 기자)
제주도의회와 제주 사회적경제 단체들은 9일 제주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제2차 사회적 경제와 사회적 돌봄’ 정책간담회를 마련했다. (사진=박소희 기자)

이에 제주도의회와 제주 사회적경제 단체들은 9일 제주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제2차 사회적 경제와 사회적 돌봄’ 정책간담회를 마련하고 '사회적 돌봄' 필요성을 강조했다. 

제주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위해 마련된 이번 정책간담회는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사회적경제포럼(대표 김경미 의원)과 사회적경제네트워크(대표 김효철)가 주최하고 제주 사회적경제지원센터(센터장 강종우)가 주관했다. 

'사회적 돌봄'을 한가지로 정의내리기 어렵지만 지역 구성원 모두 돌봄 수요자이자 공급자가 되는 거점 중심 선순환 돌봄을 생각하면 쉽다. 

이날 '지역사회 통합돌봄 정책동향과 사회적경제 역할'을 주제로 발제를 맡은 오단이 숭실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는 민관 협력 지역사회 통합돌봄 확대 중요성을 설명하며 이제는 ‘국가복지’에서 ‘복지사회’로 확대해야 할 때라고 했다. 돌봄 기관의 양적 확장이 아닌 주민이 주도하는 거점 중심의 복지 사회로 나가가야 한다는 것이다.

돌봄의 주체를 국가에서 지역(지방정부, 읍면동, 주민공동체, 전통적 복지기관)으로 전환하고, 수요자가 공급자가 되고 공급자가 수요자가 되는, 사회구성원 모두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고, 제공받기도 하는 사회가 그가 말하는 복지사회다. 

'지역사회 통합돌봄 정책동향과 사회적경제 역할'을 주제로 발제를 맡은 오단이 숭실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사진=박소희 기자)
'지역사회 통합돌봄 정책동향과 사회적경제 역할'을 주제로 발제를 맡은 오단이 숭실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사진=박소희 기자)

오단이 교수가 말하는 지역사회 통합돌봄 서비스 핵심은 포괄성과 통합성이다. 취약계층, 특히 노인에 집중된 복지서비스 대상을 보편화하고 복지 사각지대 욕구까지 포괄하기 위해 지역 밀착형 사회복지전달체계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중앙정부 차원의 지역사회 통합돌봄 사업은 각 부처별로 존재하긴 한다. 행안부 주민복지서비스 개편추진단의 ‘주민자치형 공공서비스 구축’, 보건복지부 통합돌봄추진단의 ‘지역사회 통합돌봄’, 국토부 ‘도시재생’, 복지부 지역복지과의 ‘보건복지전달체계 강화’ 농림축산식품부의 ‘사회적 농업’, 행안부 주민복지서비스 개편추진단의 ‘소지역내 다부처 정책연계 체계구축지원’ 등이 있다. 

문제는 분절이다. 가령 국토부의 도시재생과 복지부의 통합돌봄을 누가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오단이 교수는 “통합 돌봄의 경우 행정 칸막이를 없애지 않으면 정책 효과를 보기 어렵다”라면서 커뮤니티 케어라고 불리는 지역사회 통합 돌봄 정책은 두 축으로 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재 지역사회 통합돌봄 사업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새로운 정책을 발굴하고, 기존 인프라와 자원을 재구성해야 한다고 했다. 가령 기존 종합 복지관 기능을 재평가하고 서비스나 역할을 확장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 교수는 일단 주거·보건의료·요양·돌봄 등 예산과 인력이 많이 소요되는 서비스 확충 부분은 장기적으로 진행하는 한편, 중앙정부 중심 지역사회 통합돌봄 서비스를 지역사회와 연결하는 전달 체계부터 개편하자고 했다. 

그는 “지역사회 통합 돌봄을 사업으로만 보면 서비스를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 서로 링크가 걸리지 않는다. 사업이지만 사업이 아닌 철학이자 가치로 접근해야 행정간 칸막이가 해소되고 다양한 정책간 연계가 가능해진다. 무엇보다 지자체장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대전광역시 대덕구를 실례로 들었다. 대덕구의 경우 구청장 직속 동네돌봄 실행단(민관합동)을 구성하고 공동체복지국을 신설했다. 앞으로 권역별 커뮤니티 센터를 만들어 실질적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그는 “대덕구의 경우 예산이 부족한 상황이었지만 지역 통합돌봄에 대한 단체장 의지가 있어 가능했다”고 전했다. 

# 지역사회 통합돌봄에 있어 사회적 경제 역할은?

사회적 경제 역할은 지역 차원에서의 사회 통합이다. 오 교수는 제도권에서 배제된 이들을 발굴하고 이들의 사회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역할이 사회적 경제에 요구된다고 했다. 

이를 위한 시급한 과제로 보건의료 인력 확충과 의사권력 해체를 꼽았다. 그는 “어려운 일이지만 의사권력 해체를 통한 지역사회 통합 돌봄의 지역중심 통합 서비스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과제로는 사회적 경제계의 주류적 사고의 필요성과 전방위 민관 거버넌스 구축을 들었다. 사회적 경제 조직들로만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 기관들과 지방정부, 지방의회로 함께 구성해야 정책의 실효성을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읍면동이 중심으로 사회복지 전달체계를 구조화 해야 주민들도 사회복지 서비스를 쉽게 접할 수 있으며, 공무원도 더 쉽게 찾아갈 수 있다"면서 "복지공동체 실현은 공공의 노력만으로 불가능하다. 민간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부분을 사회적 경제가 주도적으로 끌고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회적경제지역화 전략'을 주제로 발제를 한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 강종우 센터장. (사진=박소희 기자)
'사회적경제지역화 전략'을 주제로 발제를 한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 강종우 센터장. (사진=박소희 기자)

# 제주형 통합돌봄 '돌봄의 집' 정책 제안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이하 사경센터)는 제주도와 2019년부터 마을단위 통합돌봄 '또 하나의 이웃- Social Frends(이하 소셜프렌즈)'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서비스를 제공받은 이용자가 수동적 수혜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공급자가 되기도 하는 선순환 돌봄 생태계를 3년 전부터 구축해온 것. 

이날 '사회적경제지역화 전략'을 주제로 발제를 한 사경센터 강종우 센터장은 “소셜프렌즈는 기존 사회서비스 공급체계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새롭게 시도하는 지역기반 실천모델로서 코로나 19 위기상황에서 빛을 발했다”고 했다. 

마을단위 통합돌봄 사회적경제 협동화사업인 소셜 프렌즈는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 기획사업이다. 살던 곳에서 건강한 노후를 맞이하도록 하는 것이 취지다. 지역사회 통합돌봄 커뮤니티 케어는 제주시 용담 2동이 시범지역이다. 일상돌봄(제주이어도돌봄센터)이나 정서지원(사회적협동조합 컬쳐마루)은 물론 밑반찬(제주수눌음지역자활센터)도 빼놓지 않고 갖다드렸다. 

강 센터장은 "코로나19로 외출이 제약된 상황에서 반찬 제공, 방충망 수리 등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들껜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강종우 제공)
(강종우 제공)

그는 한 발짝 나아간 '돌봄의 집' 선도마을 육성을 이날 제안했다. 소셜프렌즈 사업을 통해 지역의 통합돌봄의 가능성과 유용성을 확인해서다.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이 살던 곳에 주거·보건의료·돌봄·일상생활지원이 유기적으로 제공되는 PSPP(Public Social Private Partenership / 공공 소셜섹터 민간 협업) 방식의 통합돌봄 마을 공동체를 제주에 만들어보자는 것.

PSPP은 PPP(공공민간파트너십) 사이에 사회적경제 조직을 결합한 형태다. 가령 “대장동이 공공(공사)+시행사+시공사(화천대유)로 묶여 사단이 났는데, 화천대유 역할을 사회적 가치에 기반을 둔 비영리 신탁조직이 맡는 방식이다. 예가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돌봄 영역의 시장화를 막고 그나마 공공성을 유지하는 민관협업 방안이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지역사회 문제 해결능력을 고취하는 새로운 접근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강 센터장에 따르면 돌봄의 집은 스웨덴 복지국가의 핵심철학인 국민의 집을 차용한 정책적 개념으로 지역주민의 자치역량을 바탕으로 마을 안에서 아파도, 늙어도, 장애가 있어도 끝까지 나답게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또 하나의 가족’을 주민 스스로 만들어가는 마을 공동체를 의미한다. 핵심은 ‘자기돌봄’에서 ‘서로돌봄’으로 ‘서로돌봄’에서 ‘함께돌봄’으로의 확장이다.

그는 생활권역에 마을통합돌봄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일상생활 지원 뿐 아니라 사회적 농장, 마을주치의 의료지원, 이동지원 공유버스 운영 등을 제안했다. 

다만 "한 해 10억 정도의 예산이 필요하다. 정부 지원만으로 한계가 있어 정책 실현을 위해서는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 등이 절실하다"고 피력했다. 

이날 정책 간담회에 참석한 제주도 보건복지여성국 복지정책과 임홍철 과장은 “간담회 참석을 위해 부처 관계자들과 공부를 많이 하고 왔다. 사회적 돌봄이 뭘까 오래 생각했다. 와서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사회적 돌봄이란 어떤 사람에 대한 전방위 돌봄의 사회적 책임을 말하는 것이구나 생각하게 됐다. 하지만 모든 사업이 단위 사업으로 내려가면 파편화 된다.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고민이 된다. 민간협업 좋은데, 인력과 예산이 불어난다”고 우려하면서도 각각 다 찢어져 있는 정책들을 연계하기 위해 행정 칸막이를 없애야 한다는 데는 공감했다.

제주도의회와 제주 사회적경제 단체들은 9일 제주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제2차 사회적 경제와 사회적 돌봄’ 정책간담회를 마련했다. (사진=박소희 기자)
제주도의회와 제주 사회적경제 단체들은 9일 제주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제2차 사회적 경제와 사회적 돌봄’ 정책간담회를 마련했다. (사진=박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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