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당시 “폭동사건을 진압하기 위해 제주도민 30만을 희생시켜도 무방하다”며 무차별적인 진압작전을 펼쳤던 박진경 대령.
10일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제주시 노형동 충혼묘지에 있는 박진경의 추도비가 다음 달 문을 여는 제주국립묘지에 옮길 계획으로 알려져 지역사회 논란이 일 예정이다.
당초 박 대령 추도비는 공공사업에 방해가 되는 지장물(支障物)로 지정돼 철거하거나 다른 장소로 옮겨야 하는 시설물이었다.
지난 2019년엔 박진경 추도비를 한라산 관음사 육군 특수전사령부 내로 옮길 예정이었으나 당시 국가보훈처 측에서 “논란이 되는 인물을 받을 수 없다”며 거절한 바 있다.
또 제주도 보훈청에선 박 대령 유족을 비롯해 마을회 등에 추도비를 이설하려고도 했다가 모두가 반대해, 한동안 이 추도비는 그야말로 ‘처치곤란’이었다.
그러다 다음 달 16일 제주국립묘지를 개원하면서 호국원(국가보훈처)이 떠안기로 한 모양새다. 이설 위치는 시외 공동묘지 입구 인근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의회에서도 박 대령 추도비의 향후 처리 방안에 대해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왔다. 지난 2017년 이상봉 의원이 처음으로 문제를 제기, 지난 2018년 김경미 의원은 철거를 요청, 지난해엔 홍명환 의원이 잇따라 철거를 요청했다.
또 강철남 의원은 지난해 11월 도정질문에서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를 상대로 “4·3 강경진압의 대표적인 인물이기 때문에 (박 대령의 추도비가 충혼묘지에 있다는 건) 제주도민의 정서상 문제가 있다. 이 추도비를 어떻게 처리하실 건가”라고 물었다.
이에 원 전 지사는 “4·3의 아픔에 비춰봐서 상당히 민감한 부분이며 4·3특별법 정신에 맞게 잘 처리해야 한다고 본다”며 “강 의원이 지적하신 취지는 잘 알고 있다. 다만 이 자리에서 즉답하기 보다 실무적인 부분이 있기 때문에 관계 기관과 협의해서 원만히 처리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무차별 진압 지시 논란에도 지난 1952년 11월 제주도 내 기관장 등은 토벌 작전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며 관덕정 경찰국 청사 내 박 대령의 추도비를 세웠고 현재 제주시 노형동 충혼묘지 내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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