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발루 외무장관이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예전에 육지였던 곳이 물에 잠긴 곳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KBS뉴스 방송화면 갈무리)
투발루 외무장관이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예전에 육지였던 곳이 물에 잠긴 곳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KBS뉴스 방송화면 갈무리)

#장면1. 태평양의 섬나라 투발루의 현실

며칠 전 페북을 뒤적거리다 기후위기와 관련해 어떤 사진을 보았다. 투발루의 외무장관이 바닷물이 무릎까지 차오르는 곳에서 영국의 유엔 기후협약 당사국 총회에 영상으로 연설하면서 기후위기의 현실을 직접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곳은 예전에 뭍이었으나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물에 잠긴 지역이었다. 

기후위기 또는 이와 관련하여 기후정의란 말을 수도 없이 듣는다. 대규모의 전면적이고 회복불능의 상태로 치닫고 있는 기후위기의 현실은 이를 단적으로 ‘(인류의) 멸종위기’라는 종말적 현상으로 표현하는 것도 맞춤해 보인다.

이 나라인들 다르겠는가. 얼마 전 불과 일주일 사이에 동해안 모래사장이 흔적도 없이 쓸려나가는 현상을 목격하고 있으며 화산섬 제주는 이런 멸종위기 상황의 최전선이라 할 것이다. 이미 산방산 아래 이름난 관광지인 용머리해안의 경우 지난 2011년 214일에 달했던 ‘종일 탐방 가능 일수’는 2018년 76일, 2020년(11월 말 기준)에는 39일까지 급감했다. 지난해 통제일수가 334일 중 295일에 달했던 것이다. 해수면 상승으로 파도에 의한 침식이나 태풍에 의한 피해가 커진 것이다.

안덕면 사계기 형세섬 갯녹음 현상 (사진=녹색연합)
안덕면 사계기 형세섬 갯녹음 현상 (사진=녹색연합)

#장면2. 제주 연안 전체 조간대 갯녹음 현상 심각

그럼에도 이 같은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이나 각성은 전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최근 녹색연합이 제주도 전체해안 조간대(썰물로 물이 빠지는 경계지역)을 대상으로 200곳의 갯녹음현상(하얀 석회조류가 암반을 뒤덮는 현상)을 조사한 결과는 처참하다. 모래 해안 2곳을 뺀 198곳 모두 갯녹음 현상이 진행 중이며 서귀포권역은 거의 조간대 해조류가 전멸한 상태다. 

이번 조사 과정에서 연안 오염의 대표 녹조류인 ‘구멍갈파래’ 창궐 지점도 다수 발견했다. ‘구멍갈파래’ 확인 지역은 광어양식장이나 화훼 단지 배출수 주변이었는데 녹색연합은 “육상 오염원 통제 정책이 시급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직 기본적인 원인조사도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지속적인 해수면 온도상승과 육상오염원의 연안 배출 등을 주요한 원인으로 보고 있다. 

#장면3. 238개 육상양식장 관리담당 공무원 달랑 1명

올해 현재 제주 육상양식장은 제주시 92개소 서귀포시 238개소로 모두 330개소가 있다 주요 육상오염원으로 갯녹음 현상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육상양식장에 대한 관리대책을 살펴보자. 

담당 공무원이 제주시에 1명, 서귀포시에 1명이다. 지난 1997년 양식장 설치가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뀐 이후 제주의 총양식장 갯수는 1996년 117개소에서 2000년 228개소, 2017년 464개소로 몇 배로 늘어났다. 특히 서귀포시의 경우 1년에 90개소 정도를 점검하고 그 중 실제 배출수를 직접 떠서 조사하는 경우는 편의에 따라 시행되고 있다. 잘라 말해서 육상양식장을 관리하고 오염을 규제해야 하는 일을 포기한 것이고 지금 행정의 현주소다. (☞제주순정TV 2021. 6.8 영상 참조)

구멍갈파래가 뒤덮은 오조리 해변.(사진=제주순정TV)
구멍갈파래가 뒤덮은 오조리 해변.(사진=제주순정TV)

그럼에도 제주바다를 살린다는 명목으로 진행되는 '바다숲 조성사업'에는 지난 2009년부터 2030년까지 인공 바다숲 5만4000ha 조성을 목표로 매년 300억 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현재까지 2만6644ha의 바다숲이 조성되었으며 지난해 말 기준 3143억 원이 투입됐지만 제주의 경우 관리 감독 부실로 해조류와 해저 서식 동물 개체 수가 인공바다숲 조성 전보다 1/5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정은 지난해부터 2024년까지 1733억원을 들여 ‘제주바당 살리기’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정작 눈앞에 보이는 바다오염의 주범은 관리와 규제를 포기하다시피 하면서 제주바다를 살린다는 명목으로 수천억 원의 혈세를 쏟아붓는 바다숲 만들기 정책은 아무런 실효를 거두지 못한 채 눈가리고 야옹, 빛 좋은 개살구가 되고 있는 현실이다.

양식장 배출수. (사진=임형묵)
양식장 배출수. (사진=임형묵)

#장면4. 쓰레기매립장과 지역개발을 맞바꾼 봉개

얼마 전 홍명환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제주지역에는 제주시 3개와 서귀포시 5개의 공공하수처리시설 외에 25개의 소규모 공공하수처리시설이 있는데 올해 6월 기준, 25개 중 23개 시설이 법적 수질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도정이 운영하고 관리 감독 역시 제주도정이 하고 있는 모순된 상황에서 개선명령을 남발하고 되풀이되는 일이 현실이다.

그리고 잘 알다시피 쓰레기처리 관련 이미 도내 12곳의 쓰레기매립장이 포화상태다. 육상오염의 대표적 사례라 할 것인데 이와 관련 최근 제주시는 봉개지역의 43만㎡(13만여평)의 자연녹지지역(대기고등학교 남측과 봉개초등학교 북측 2개지역)을 일반주거지역으로 바꾸는 도시계획변경안을 고시하였다. 

이는 제주시가 2018년 주민대책위원회와의 협상에서 봉개동 음식물쓰레기 자원화시설 운영을 2024년까지 연장하는 대신 번영로 주변 43만㎡의 자연녹지를 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협약에 따른 것이다.

벌써부터 상수공급과 하수처리 대책, 자연녹지를 보전하는 대신에 난개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음에도 쓰레기배출과 매립에 대한 장기맵이 부재한 제주시와 개발이익을 탐하는 일부주민들과의 편의적 협약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지난 2월 8일 제주시 봉개동에 위치한 쓰레기 매립장 풍경.(사진=김재훈 기자)
지난 2월 8일 제주시 봉개동에 위치한 쓰레기 매립장 풍경.(사진=김재훈 기자)

#맺으며

흔히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을 쓰곤 한다. 인류의 멸종이라는 심각한 기후위기의 폐해는 말그대로 기후(멸종)위기로 다가오거나 느껴지지 않는다. 실제적인 위기는 이처럼 다른 원인과 함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문제로 다가온다. 인지부조화라고 하였나. 우리 앞에 불가항력으로 보이는 문제가 닥칠 때 이를 정면으로 부딪히기보다 애써 외면하고 다른 변명거리를 찾아낸다고 한다. 

제주는 위기상황이고 포화상태다. 기후위기와 더불어 이를 막고자 하기보다 이를 가속화하고 부채질하는 현실을 어찌한 것인가. 무엇보다 앞장서 이러한 위기상황을 주민들에게 알리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제주도정과 도의회의 무능과 무책임함이 도를 더하고 있다. 다가올 지역선거에 적극적 관심과 참여가 필요한 이유다. 당신 발밑을 보라. 소리도 흔적도 없이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 보이지 않는가.

이성홍. (사진=정미숙 작가)
이성홍. (사진=정미숙 작가)

제주에 살러온 8년차 가시리주민이다. '살러오다', 한 때의 자연을 벗삼고 풍광을 즐기고자 함이 아니라 끼니를 챙기고 텃밭을 일구고 호롱불 아니라도 저녁무렵 은근한 난롯가에서 콩꼬투리를 까고 일찌감치 곤한 잠들어 내일의 노동을 준비하는 생.활.자, 그리 살고싶다, 그리 살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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