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제주시 노형동 충혼묘지 내 박진경 추도비가 포대에 둘러싸여 놓여있다. (사진=제주투데이)
지난 7일 제주시 노형동 충혼묘지 내 박진경 추도비가 포대에 둘러싸여 놓여있다. (사진=제주투데이)

최근 제주투데이 보도(☞무차별 진압한 박진경 추도비, 결국 국립묘지에 들어서나)를 통해 박진경 대령 추도비가 제주국립묘지에 들어설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지역 4·3단체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15일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위원회)는 성명서를 내고 “다음 달 16일 국립 제주 호국원(국립묘지)이 문을 열 예정인 가운데 기존 제주시 충혼묘지 입구에 있던 박진경 추도비를 호국원 인근으로 설치한다는 계획으로 알려졌다”며 “위원회는 4·3 당시 무차별적인 진압작전을 펼쳤던 박 대령의 추도비를 국립묘지에 설치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4·3 학살과정에서 박진경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명백하다”며 “추모하거나 추도할 인물이 아니라 4·3학살의 주도자일 뿐이다. 제주도민 3만의 희생을 불러온 장본인 중 하나로 추모해야할 역사적 인물이 아닌 단죄해야할 인물에 불과하다”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박진경 대령이 4·3 당시 행했던 학살 행위에 대해 명확하게 알리는 ‘단죄비’ 설치를 제안했다.

위원회는“제주도의회에서도 언급이 됐듯 지금의 박진경 추도비를 4·3평화공원 한쪽 구석에라도 옮겨 잘못된 역사를 기억하되 그 잘못된 행적을 제대로 기록한 ‘단죄비’를 세워 역사를 제대로 알리는 일도 충분히 공론화할 수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또 “만약 제주특별자치도를 비롯해 관련 기관에서 4·3학살 주범인 박진경 추도비의 국립묘지 설치를 강행한다면 제주도민들의 뜻을 모아 반드시 철거운동에 나설 것임을 미리 밝혀둔다”고 경고했다. 

한편 박진경 대령의 무차별 진압 지시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난 1952년 11월 제주도 내 기관장 등은 박 대령이 토벌 작전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며 관덕정 경찰국 청사 내 박 대령의 추도비를 세웠다. 

이후 지금의 제주시 노형동 충혼묘지 입구 인근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국립묘지 조성 공사가 시작되면서 공공사업에 방해가 되는 지장물로 지정돼 철거하거나 다른 장소로 옮겨야 했다.

지난 2019년엔 박진경 추도비를 한라산 관음사 육군 특수전사령부 내로 옮길 예정이었으나 당시 국가보훈처 측에서 논란이 되는 인물을 받을 수 없다며 거절한 바 있다. 제주도 보훈청에선 박 대령 유족을 비롯해 마을회 등에 추도비를 이설하려고도 했다가 모두가 반대해, 한동안 이 추도비는 그야말로 처치 곤란이었다(관련기사☞제주양민학살 주범 박진경 추도비 처치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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