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 공사를 하기 전 열악했던 미화원 휴게실 내부 모습. 미화원들은 스티로폼과 버려진 매트리스를 주워와 침상으로 이용하고 있었다.(사진=한일베라체 부녀회 제공)

아파트 경비원과 환경미화원 등 서비스노동자에 대한 갑질논란과 처우 문제가 끊이지 않고 터져 나오고 있다. 최근 미화원의 절반이 최저임금도 못 받는 실정이라는 언론보도도 나왔다.

아파트의 환경미화원의 경우 대부분 용역 계약으로 이뤄진다. 실질적인 고용주라 할 수 있는 아파트 주민들은 대부분 고용관계나 근무 환경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는다. 관리비를 내는 것으로 모든 책임을 다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 외의 사안은 관리사무소와 용역업체가 할 일이라고 치부한다.

이런 세태 속에서 제주시 이도동에 위치한 한일베라체 아파트 부녀회의 사례가 주목된다. 이곳 아파트의 미화원 휴게실 역시 여느 곳처럼 휴식을 취하기에는 열악한 공간이었다. 휴게실 내부에 곰팡이가 잔뜩 피어 있었다.

미화원들은 아파트 주민이 버린 매트리스와 스티로폼 등을 주워 와 쌓아올린 침상에서 휴식을 취했다. 그뿐만 아니라 휴식공간에 여러 청소 도구와 청소약품들을 함께 비치하고 있었다.

한일베라체 부녀회는 이 사실을 파악하고 최근 미화원 휴게실 개선 공사를 진행했다. 부녀회는 지난 9월에 아나바다 장터를 열어서 얻은 수익금으로 지하 주차장 한켠에 있는 미화원 전용 휴게실을 사람이 제대로 쉴 수 있는 곳으로 만든 것이다.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의 미화원 휴게실이 어디 있는지 아는 주민들은 많지 않다. 한일베라체 아파트 김영생 부녀회장도 몰랐다. 근데 우연히 지하 주차장에 주차하다가, 문득 차를 세운 뒷편에 문이 하나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창문 틈으로 슬쩍 들여다보았다. 미화원들의 휴게실이었고, 열악한 환경이었다.

부녀회에 그런 사실이 공유되었다. 부녀회원들은 9월에 아나바다 장터를 열고 수익금을 모아서 미화원 휴게실 환경 개선을 하기로 마음을 모았다. 약 600만원이 모였다. 휴게실 물품을 정리하고 미화원 휴게실 환경을 개선 공사를 진행했다.

개선 공사 후 깔금해진 한일베라체 미화원 휴게실.(사진=김재훈 기자)
개선 공사 후 깔끔해진 한일베라체 미화원 휴게실.(사진=김재훈 기자)

주워온 매트리스는 처분하고, 목수를 불러 원목 침상을 만들다. 다용도실을 조성해 휴게실에 비치했던 청소 도구와 약품들 비치했다. 휴게실은 미화원들이 온전히 쉬는 공간으로 쓸 수 있도록 했다. 장판을 깔아서 미화원들이 신발을 벗고 들어가, 보다 쾌적하게 쉴 수 있게 됐다.

김영생 부녀회장은 부녀회가 나서서 미화원 휴게실 환경을 개선한 이런 경험이 다른 아파트들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자신들이 거주하는 아파트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을 위한 노력을 기울인 한일베라체 부녀회. 이 같은 경험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한일베라체 부녀회는 이번 미화원 휴게실 개선 공사가 ‘사람이 살기 좋은 아파트’를 넘어 ‘사람에게 관심을 갖는 아파트’ 문화로 번져나가길 기대하고 있다.

김영생 한일베라체 부녀회장(사진=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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