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여고 학생회, '비공개 심화반' 운영 형평성 문제 제기

제주도내 한 고등학교가 사실상 비공개 ‘심화반’을 운영해온 사실이 알려지며 학생들이 마음앓이를 하고 있다.

제주시 영평동에 위치한 S여자고등학교. 이 학교는 2학년 대상 ‘과학실험반’을 운영해왔다. 학생과 학부모 들은 이와 관련된 사실을 알지 못했다. 과학실험반 참여 학생을 공개 모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다수 학생들은 과학실험반 참가 신청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최근 학생들은 이 같은 학사 운영에 대해 형펑성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교내 특별 활동 등은 생활기록부에 게재되며 입시에 유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실험반이 비공개로 운영되어온 사실이 학생들 사이에 알려지면서 학생회는 최근 대의원회의를 열고 담당 교사에게 문제를 제기했다.

(사진=S여자고등학교 홈페이지)

#'과학 실험반' 참여 학생 비공개 선정

제주투데이는 S여고 교장에게 전화통화로 비공개 심화반 운영 여부를 물었다. 교장은 비공개 심화반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2학년 주임인 K모 교사는 제주투데이와 전화통화에서 과학실험반을 운영하면서 참여 학생을 공개 모집하지 않았다고 실토했다.

K모 교사에 따르면 과학과 수학 성적에 따라 열 명 내외의 학생을 선정했다. 과학실험반 운영 사실과 선정 과정을 학생들에게 공개하지 않은 것은 학생들이 많이 참여하면 실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참여 학생 수가 문제라면 참가자 선정을 위한 별도의 시험을 치른다거나, 다른 합당한 기준에 따라 참가자를 공개적으로 모집하는 방법도 없지 않다. 하지만 학교는 대상 학생을 비공개로 선정했다.

공정한 학교 운영을 기대했던 학생들은 마음앓이를 하고 있다. 학생회 차원에서 대의원 회의 안건으로 이 사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은 비공개 활동이 입시에서 유리하게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학실험반 참여 학생들의 생활기록부에는 관련 활동 내용이 기재된다.

K모 교사는 학생회의 질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과학 실험반 활동의 경우, 20년 전부터 진행해 왔으며 비밀리에 진행되는 활동이 아니다. △생기부(생활기록부)는 ~~한 활동에 참여했다,라는 식으로 한 문장만 들어간다. △성적순으로 선정하지 않았으며, 입시를 위해 진행하는 활동이 절대 아니다. △실험반은 과학/수학에 관심이 있고 열심히 할 자신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하는 활동을 한다.

S여고 학생회의 질의에 대한 담당 교사의 답변

#비공개로 학생 선발하고서...'비밀리에 진행되는 활동'은 아니다?

교사의 답변을 학생들이 온전하게 받아들이기는 어려워 보인다. 우선, 비공개 선정 과정을 거친 사실이 명확한 상황에서 이 과학 실험반을 두고 '비밀리에 진행되는 활동'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학생들을 재차 기만하는 일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K모 교사는 학생들의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는 학생들을 성적순으로 선정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제주투데이와 전화통화에서는 "수학, 과학 성적을 가지고 선발했다"고 답했다. 어떤 답이 사실인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둘 다 문제가 된다. 과목 성적순으로 학생들을 선발했다면 사실상 성적에 따른 ‘우열반’ 혹은 '심화반'을 구성한 것이고, 그렇지 않았다면 공정한 기준 없이 교사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학생들을 비공개 모집한 것이기 때문이다.

#제주도교육청 관계자 "비공개로 했다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아"

이와 관련 한 학부모는 제주투데이와 전화통화에서 “학생들에게 공개하지 않고 특정 과목 성적에 따라 과학실험반 구성한 것은 비공개 ‘심화반’ 혹은 ‘우열반’을 운영한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학생들은 문제를 제기한 것에 대해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마음앓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회가 회의에서 이 사안을 회의 안건으로 다루었다는 점을 보면, 학생들이 이 문제를 얼마나 예민하게 바라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학교 측은 해명하기에 급급할 뿐 사과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는 이 사안에 대해 “아이들 모두에게 공개하지 않고 비공개로 했다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S고등학교 교감이 '비공개 동아리가 없다, 심화반이 없다'고 말했다. 좀 더 확인 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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