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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비밥] 아픔을 나누고 위로하는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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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비밥] 아픔을 나누고 위로하는 예술
  • 안혜경
  • 승인 2021.11.19 12:1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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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과소
고승욱 작가 '밭과소' 작품 캡처

2021년 동일본대지진 10년을 맞아 일본의 아오모리미술관에서 미술을 통해 ‘사라지는 지진의 교훈과 기억을 어떻게 전수할 수 있을지’ 생각해볼 수 있는 ‘불빛’ 혹은 ‘증언’이라는 뜻의 <아카시>라는 제목의 대규모 전시가 열리고 있다. 이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들은 ‘재난 이후 사회 기반 시설은 개선되고 있고 다음 세대에 교훈을 전수하기 위한 기념관은 건립되고 있으나 재해 지역의 사람들 목소리가 익사하고 있다’며 ‘익사하고 있는 사람들의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고 울음이 억눌린 이들을 구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묻고자 했다.

이 전시에는 제주의 고승욱 작가가 3인의 일본작가들과 함께 참여하고 있다. 고승욱은 “이름을 잃은 공동체의 이름 없는 개인들”에 주목하며 냉혹한 현실에 내던져진 현대사 속 한국인의 현실을 담아내었다. 동두천 상패동 공동묘지의 무연고 묘와 사망시기가 기록 안 된 유연고 묘를 애도하는 조각, 무명의 기지촌여성의 정체성을 전유하려는 남성과 국가와 미군 등 권력의 문제를 다룬 비디오 작업, 한국전쟁과 제주 4·3 기간에 스러진 무명의 사람들을 애도하는 마음을 담은 사진 작품 시리즈, 특히 <밭과 소>라는 비디오 작업은 고승욱 특유의 섬세하면서도 재치가 담긴 작업으로 제주 4·3을 겪은 제주도민과 동일본 대지진을 겪은 사람들의 억눌린 울음을 연결하며 아픔을 나누고 위로하는 공감의 정서가 느껴진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원전의 방사능 유출로 삶의 터전을 버리고 떠나야했을 때, 일본 정부는 그 곳 농부들이 키우던 가축들을 살처분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저항하며 소에게 사료와 여물을 주면서 눈물겹게 그들의 생명을 이어나가는 농부들이 있다. 피폭 당했지만 자신이 키우던 소를 죽일 수는 없는 마음.

고승욱 작가 '밭과소' 작품 캡처

고승욱은 몇몇의 예술가들과 그리고 4·3에 잃어버린 동광리 마을 주민들과 참여를 원하는 사람들도 함께해 무등이왓에서 올해 조를 심었고 무사히 수확했다. 작가는 4·3 희생자들이 살았고 그 후손들이 살아가고 있는 길을 막대로 쭉 그어나가는 퍼포먼스를 벌이며 영상으로 담아 나갔고 그 이어짐은 동광리 무등이왓 잃어버린 마을까지 이어진다. 어느 순간 직접 발로 닿을 수 없는 그 후쿠시마 농장이 모바일폰으로 구글 지도를 통해 영상에서 이어진다. 무등이왓 조밭에서 수확을 기뻐하는 홍춘호할머니가 자녀의 안부전화를 받는 장면은 후쿠시마 방사능 지역을 관리하는 방호복 청년을 걱정하는 부모의 전화 장면과 연결된다. 고통을 겪은 공동체 구성원들이 지났을 길과 그들의 안녕을 걱정하는 마음을 잇는 영상이다.

“평등平等에서 발아發芽한 이 시대가

풍요豐饒에서 낙수落穗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시작과 끝에서 큰 비극을 만났지만,

우리의 삶은 이 시대의 비극을 넘어 다음 시대로 이어질 것입니다.

다음 시대는 평등하지도 풍요롭지도 않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불평등하지도 궁핍하지도 않은 어미와 자식의 대화처럼

우려憂慮는 위안慰安으로 이어지고,

낙수落穗는 발아發芽로 이어질 것입니다.”(고승욱)

무등이왓에서 수확한 조는 오메기 술로 빚어져 그 곳 큰넓궤에서 숙성되어 동광주민과 자녀 그리고 이에 참여한 사람들의 이름으로 2022년 4·3위령제 때 제주로 사용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4·3유족회, 여순 희생자 유족회, 보도연맹 희생자 유족회, 5.18재단, 대만, 오키나와 등 세계 인권단체들에 선물로 보내질 예정이다. 아픔을 경험한 이들과 그들의 피눈물 어린 땅에서 땀을 흘리며 키워낸 그 조와 그 조로 빚은 술로 동병상련의 정을 나누게 된다. <밭과 소>는 ‘밭’과 그 무엇으로 계속 이어져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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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길천 2021-11-19 13:41:25
고승욱 쵝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