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2022-01-20 08:16 (목)
[맛난퓨전]템페와 해녀
상태바
[맛난퓨전]템페와 해녀
  • 김은영
  • 승인 2021.11.19 21: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김은영 제공)
템페. (사진=김은영 제공)

서양에서 부러워하는 아시아 음식의 특징을 들자면 발효이다. 음식을 조리하는 주요 양념들이 발효된 장류라서 차려내는 음식들이 발효음식일 수밖에 없다. 그 발효 장류의 한쪽 줄기는 콩 발효라고 할 수 있는데, 콩은 다른 작물과 달리 전분질이 적고 단백질이 주여서 식물성 단백질의 공급원이 되어주고 있다. 

위지동이전에 따르면 우리는 고구려시대부터 콩을 발효해서 장을 담아 왔다. 제주도도 애월읍 고내리 유적과 종달리 유적에서 출토된 탄화콩과 항아리로 유추해보면 탐라국시대부터 장을 담갔던 것으로 보인다. 

(사진=김은영 제공)
청국장. (사진=김은영 제공)

제주는 청국장이 없고 된장이 주다. 아마 논농사를 짓지 않는 이유로 청국장 문화가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된장은 사실 간장을 만들고 남는 부산물이기도 하다. 콩을 삶아 메주를 빚어 소금물에 담가 발효시키는 과정에서 나오는 간장의 양보다 된장의 양이 훨씬 많다. 그런 이유로 된장은 서민의 음식이기도 하다.

아시아의 나라들은 각기 고유의 콩 발효 식품들을 가지고 있는데, 발효된 콩 자체를 먹는 3대 콩 발효 식품을 든다면 우리나라의 청국장과 일본의 낫토, 인도네시아의 템페를 꼽는다. 낫토와 청국장은 바실리우스 서브틸리스 종의 박테리아가 콩을 발효시키고 템페는 라이조프스 올리고스포러스라고 하는 곰팡이균이 활동하는 점이 다르다. 

(사진=김은영 제공)
낫토. (사진=김은영 제공)

청국장과 낫토는 흡사한 형태를 가지지만 템페는 곰팡이균이 콩들 사이에 꽉 차게 자라면서 콩들을 단단하게 고정시키는 반고형의 특징이 있다. 또 낫토는 생으로, 청국장은 흔히 끓여서 먹지만 템페는 고형이기 때문에 조리법이 다양하다.

그런 이유로 미국의 건강식품코너에는 많은 브랜드의 템페가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일본도 1980년대부터 템페를 생산하기 시작해 본국인 인도네시아 다음으로 아시아에서 가장 큰 템페시장을 형성했다. 미국은 육류와 유제품 섭취로 인한 비만과 건강문제가 사회의 이슈가 된 후로 비건인구가 늘어나고 있는데, 레스토랑마다 비건들을 위한 메뉴들을 갖추거나 비건들을 위해 메뉴를 조절해주는 것이 상식이다. 

(사진=김은영 제공)
템페가 진열된 매대. (사진=김은영 제공)

미국의 어느 마켓 매대를 살펴보더라도 물건마다 유행처럼 붙어 있는 표시들이 몇 가지 있는데, Non GMO 유전자변형식품 아님, Gluten Free 밀단백 없음, Organic 유기농제품 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무슨 프리미엄급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하는 지표가 되는 것인지 밀가루와 아무 상관도 없는 제품에도 글루텐프리 마크가 찍혀 있을 때도 있다.

아시아 음식점들이 독특하면서도 건강에 이로운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뉴욕의 한국 레스토랑을 찾아가는 미국인들은 점점 많아지고 있고, 심지어 해녀라는 이름의 한국식당이나 제주누들바라는 식당이 생길 정도로 우리가 인식하지 않는 사이에도 먼 뉴욕까지 제주의 문화적 요인까지 수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김은영 제공)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식당. 해녀 사진이 벽에 걸려 있다. (사진=김은영 제공)

서양에서 활동하는 한국요리사들이 한국음식을 현지화할 때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은 발효 식품의 냄새이다. 좋은 발효의 효과를 가지고 있음에도, 한국의 된장이나 청국장 같은 것은 일본의 순한 향의 미소나 낫토에 친밀도와 인지도에서 밀린다.

그래서 원형 그대로 상품화되기보다 한국식당에서 한국음식을 먹을 때나 찾는 재료에 머무르고 있는 편이다. 그에 비해 템페는 호두 냄새 혹은 버섯향이 나고 다른 양념과 쉽게 어울려 조리법이 다양하기 때문에 고기를 대체하는 단백질과 비타민 B12 그리고 철분을 공급해주는 식품으로 각광 받고 있다.

한국은 트렌드에 무척 민감한 나라이다. 음식 분야도 그렇다. 채식을 하는 사람들은 단순히 육고기 섭취를 꺼리는 것이 아니라 환경을 생각하고 미래를 생각하는 하나의 ‘이즘’을 선택한 사람들이다. 트렌드는 상품을 사게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페이스 팝콘은 말했다. 그런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제품들이 먼저 비거니즘 문화가 형성 된 서양에서 물밀듯 들어 오고 있다. 

제주의 독창적 해녀문화가 맨해튼의 식당 이름으로 쓰이고, 곡물우유나 템페 같은 비건제품들은 우리의 시장으로 서로 오가는 시대이다. 제주는 화산토여서 예로부터 보리수확 후에는 지력을 높일 목적으로 공중의 질소를 토양에 고정시켜주는 녹비작물인 콩을 재배해왔다. 

(사진=김은영 제공)
(사진=김은영 제공)

그렇지만 콩 재배면적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 콩으로 만들어 내는 제품은 콩나물이나 두부, 된장같은 기존의 전통 식품을 벗어나지 못한다. 콩으로 만드는 다양한 제품이 소비되어야 콩을 재배하는 면적이 넓어지고 제주 자연에 푸른 밭 풍경도 오래 유지 될 텐데 말이다, 새로운 음식 트렌드가 가져다주는 선순환도 있지 않을까? 템페를 만들며 드는 생각이다.

김은영 요리연구가(가운데).
김은영 요리연구가(가운데).

우리는 현재에 산다. 과거에서 발원해 끊임없이 흐르며 미래를 향한다. 잊혀져 가는 일만 가능한 흐름 속에서 음식도 그렇다. 냄비 안에서는 늘 퓨전이 일어난다. 잊어버린 현재의 것들을 통해 현재 음식의 지평을 넓히는 것도 의미있겠다. 최근 출간된 서유구 선생의 <임원16지> 중 '정조지'에 수록된 음식을 직접 만들어 맛보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려 한다. 오래된 미래의 맛을 통해서. 

김은영 요리연구가.

코삿헌 음식연구소 운영. 뉴욕 자연주의 요리학교 NGI 내츄럴고메 인스티튜드 졸업.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