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탄소중립의 시대다. 기후위기라는 초국가적 재앙에 맞서 전세계가 공동으로 내세운 목표가 바로 탄소중립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국가와 인류는 2050년 탄소중립을 반드시 달성해야만 우리는 극단적인 위기상황과 위험속에 살아가지 않을 수 있다. 더더욱이 미래세대에 있어서 이 문제는 생존 그 자체의 문제와도 다르지 않다. 

한국도 여전히 부족하긴 하지만 기후위기대응을위한탄소중립ㆍ녹색성장기본법(이하 탄소중립법)을 제정하고 2030년 온실가스감축 목표를 2018년 대비 40%로 확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해당 내용을 전달하는 것과 더불어 메탄가스를 2030년까지 30% 감축하겠다는 약속도 제시했다. 한국이 기후변화협약을 비준한 이래로 가장 확실한 약속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맞춰 각 광역지방자치단체들도 탄소중립법 시행에 따라 조례를 제정을 준비하며 각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실천과 행동, 제도와 정책 마련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런데 제주도는 의외로 냉냉하다. 아니 무관심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탄소 없는 섬을 2030년까지 만들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드러내 왔는데 정작 온 나라가 탄소중립에 대한 논의하고 토론하고 무엇을 할 것인지 뜨겁게 소통하고 있는데 정작 기후위기 대응에 선진지역이라고 자평하는 제주도는 조용하기만 하다.

그나마 제주도의회에서 문제 지적이 있었지만, 그마저도 초보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 더욱이 새로운 법과 제도 시행에 따라 제주도에서 해야 할 일들이 무엇이고 또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예산과 인력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치열하게 고민해야 하고 이를 도민사회와 소통하면 진전시켜 나가야 하는데도 정작 도민사회에 이를 알리고 의견을 수렴해야 할 제주도나 제주도의회에 특별한 움직임은 없다. 

어쩌면 이런 한심한 상황은 이미 예견된 것일지도 모른다. 제주도는 조례상에 시행할 것을 명기한 다양한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가동조차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사례들을 살펴보면 답답하기만 하다. 이럴거면 조례는 왜 만드는 것인지 의아스럽기까지 하다. 

먼저 살펴볼 사례는 제주도 에너지기본 조례다. 조례 제9조에는 공공 및 민간 부문 에너지 절약형 친환경 건축기준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건축기준은 조례 개정 3년이 흐르도록 만들지 않고 있다. 더욱 한심한 것은 이 규정에 대해 담당 공무원이 선언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내용은 조례를 전면개정하면서 제주도의회와 제주지역 시민사회가 숙의하여 내놓은 결과물 중 하나다. 제주도의회나 시민사회가 고작 선언적인 내용이나 넣으려고 에너지조례 개정운동과 그에 대한 결과물로 조례 전면개정을 했다는 뜻인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다음 사례는 이전보다 더욱 구체적으로 다뤄진 내용들이다. 건축물에서의 탄소중립을 지원하는 제주도 녹색건축물 조성 지원 조례에서는 녹색건축물 조성에 관한 실태조사, 그린리모델링 기금 조성을 하게끔 명시하고 있다. 심지어 기금과 관련된 내용은 전체 조례에 2/3를 차지하는데도 기금과 관련해 제주도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이 조례가 무려 2017년에 만들어졌단 점이다.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는 주택의 개량은 에너지절약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바는 매우 크다. 제주지역은 폭염과 열대야 일수 증가에 따라 급증한 여름철 냉방수요와 난방에 석유계 연료를 많이 사용하는 특성상 주택개량에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주도는 실태조사는 물론 기금을 관리할 위원회까지 두는 조례를 만들어 놓고는 기금 조성을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역시나 왜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담당공무원은 해당 문구는 선언적이라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설명을 했다. 과연 그 공무원은 이 조례의 2/3가 기금과 관련된 내용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필요한 사업이고 정책이기에 조례에 명시를 했을텐데 이마저 안 해도 그만인 상황이라면 도대체 우리는 조례를 왜 만들고 이를 지키게끔 하는 걸까? 

어디 조례뿐 이겠는가.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를 유치한다면서 제주 제2공항을 추진하질 않나, 한쪽에서 도시공원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정작 중부공원과 오등봉공원에는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각종 논란속에 추진중이다. 최근에 코로나19가 마치 끝나기라도 한 듯 구만섭 제주도지사 권한대행은 해외직항노선을 복원하고 대형크루즈를 입항시키겠다고 호언장담까지 했다. 과연 기후위기에 대한 위기의식이 정말 1이라도 있는지 정말 의아스러울 지경이다.

위기의식조차 내비치지 않는 제주도에 하고 싶은 말은 딱 하나다. 

“이제는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깊은 잠에서 깨어나 행동할 때다.” 

가뜩이나 제주도가 한반도에서 가장 빨리 기후위기가 진행되고 극심해지는 지역이라는 사실을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제주도가 이 정도 상황이면 알아서 행동해야 한다. 위기에 걸맞은 행정력을 이미 보여줬어야 했다는 말이다. 이제는 실망할 시간도 없을뿐더러 포기할 수도 없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다. 정말 행동하지 않으면 위기가 곧 재앙의 불덩이로 우리 발등에 쏟아지게 생겼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제주도가 기후위기 대응을 제1의 정책으로 도정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

그리고 그 시작은 조례상에 명시되었으나 외면받아온 기후위기 대응사업들을 시작하는 것이다. 이에 더해서 탄소중립법 시행에 따른 조례 제정에 제주도에 필요한 내용을 도민사회에 소통하며 현실과 특수성에 부합하는 강력한 제도로 만들어내는 일이다. 부디 다가오는 위기를 다시금 외면해 더 큰 화를 자초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다가오는 미래가 미래세대에게 무간지옥이 아닌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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