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제주도의회 의사당 1층 도민카페(옛 도민의방)에서 제주시 조천읍 선흘1리 주민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자연체험파크 개발사업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8일 오전 제주도의회 의사당 1층 도민카페(옛 도민의방)에서 제주시 조천읍 선흘1리 주민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자연체험파크 개발사업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 장면1

지난 11월 8일 조천읍 선흘1리 주민들이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옛 도민의방)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인접한 동복리 곶자왈에 들어서게 될 제주자연체험파크 개발사업을 줄곧 반대해왔으나 이 사업이 지난 10월 1일 제주도 환경영향평가심의위원회를 세 번 만에 통과하자 다시 항의하기 나섰다.

제주자연체험파크는 과거 사파리월드에서 명칭을 바꾼 개발사업으로 대상지는 동복리 산1번지다. 처음 99만1072㎡ 부지에 1521억원을 투입해 사자와 호랑이 등 열대우림 동물 사파리, 야외공연장, 관광호텔 등을 조성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환경 훼손과 공유지 매각 논란이 불거지자 면적을 74만4480㎡로 축소하고 사파리를 제외한 자연체험사업으로 전환했다. 

사업 예정부지는 구좌읍 동복리이지만 세계적으로 중요성을 인정받은 람사르습지인 선흘리 동백동산과 맞닿아 있으며 같은 곶자왈 생태계로 앞으로도 생물다양성을 건강하게 유지해야 하는 곳이다. 그러니 자연체험파크 사업은 동복리 곶자왈 생태계 훼손은 물론 동백동산의 생태계까지 위험에 처하게 할 것임은 자명해 보인다. 현재 해당 구좌읍 동복리의 경우 주민숙원사업이라며 개발사업에 적극 찬성하는 입장이다.

지난 23일 선흘2리 주민들이 제주도청 앞에서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 기간 연장 불허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이성홍 제공)
지난 23일 선흘2리 주민들이 제주도청 앞에서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 기간 연장 불허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이성홍 제공)

# 장면2

지난 11월 23일 제주도의 개발사업 심의위원회가 열린 제주도청에는 조천읍 선흘2리 주민들이 모여 그동안 사업이 중단된 제주동물테마파크 개발사업의 기간 연장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제주특별자치도 개발사업 시행 승인 등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개발사업심의위는 △사업자의 투자 적격 여부 △투자계획 및 재원확보의 적정성 여부 △지역과의 공존·기여도 △미래비전 가치실현 적합 여부 △사업기간 및 사업계획 변경에 관한 적정성을 심의한다. 

선흘2리 주민들을 대표하여 이상영 이장은 심의위원들에게 주민들의 반대 의견을 발표하는 기회를 얻어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이 조항별로 적절하지 못함을 낱낱이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개발사업 심의위원회는 끝내 제주동물 테마파크사업 포함 네 곳의 사업 기간 연장을 승인하였다. 선흘2리 주민들은 이에 항의하여 밤늦게까지 도청 로비에서 농성을 하였다. 지난 3년간 주민들은 지속적이고 선도적으로 반대싸움을 펼쳐왔다.

(사진=이성홍 제공)
제주녹색당이 제주도민들에게 비자림로 확포장공사 찬반의견을 묻기 위한 주민투표 절차를 진행하기 위하여 주민투표법에 따라 ‘주민소환투표 청구인대표자 증명서’를 교부 신청을 했으나 제주도가 이를 교부하지 않자 이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이성홍 제공)

# 장면3

지난 10월 28일 오전 제주도청 정문 앞 기자회견장. 제주도민들에게 비자림로 확포장공사 찬반의견을 묻기 위한 주민투표 절차를 진행하기 위하여 주민투표법에 따라 ‘주민소환투표 청구인대표자 증명서’를 제주도로부터 교부받기 위하여 신청서를 제출하였다. 하지만 제주도가 졸속으로 주민투표심의회를 열어 대표자 증명서 불교부를 결정하자 이에 24개 제주지역 시민단체 명의로 이를 항의하는 요지의 기자회견을 연 것이다.

지난 9월 초 제주도의회에서 느닷없이 ‘비자림로 확포장사업 조기개설 촉구결의안’이 도의원 26인의 찬성으로 가결되는 해프닝에 가까운 일로 촉발된 비자림로 확포장공사는 굳이 제주도의회가 나설 것도 없이 제주도청이 환경청의 지적에 대하여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보완 조치가 끝나는 대로 비자림로 공사는 조만간에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비자림로 공사재개 반대를 이끌어온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모임’과 제주녹색당을 중심으로 주민투표를 통하여 공사재개 반대활동을 펼치기로 결정하였다. 주민투표를 청구하려면 청구인은 청구인대표자 증명서를 교부 받고 제주도의 경우 전체 청구권자 가운데 1/30에 해당하는 1만8593명의 서명을 공표 후 180일 이내 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가장 첫단추인 대표자 증명서 교부를 제주도청이 거부한 것이다.

제주민 전체를 아우르는 운동판이 필요하다. 사진은 송악산. (사진=김수오 작가)
제주민 전체를 아우르는 운동판이 필요하다. 사진은 송악산. (사진=김수오 작가)

# 해당 주민이나 특정단체의 일인가

앞의 사례에서 보듯이 제주자연체험파크와 동물테마파크 개발사업의 경우 선흘1리와 선흘2리 마을의 주민들 문제인가? 선흘1리와 동복리 주민들간의 찬반갈등 문제인가? 선흘1리와 선흘2리는 한 마을이라고 봐도 좋은데 마을에 당면한 문제를 따로 풀기보다 연대하거나 힘을 모아가는 방도는 없을까. 

지난 9월 이후 비자림로공사 반대싸움은 특정단체나 특정정당의 몫일까. 연대서명을 넘어 같이 싸우는 방법은 없을까. 혹 이러한 고민을 하거나 고민을 공유하려는 노력은 하였을까. 제2공항건설 반대싸움이나 비상도민회의 같은 연대체는 제 역할을 다한 것일까. 

그러면 비자림로공사 반대싸움이나 동물테마파크 제주자연체험파크 반대싸움을 대하는 시민 환경단체나의 정당들의 인식은 어떨까. 뿐만인가. 수십 년 묵힌 사업을 꺼내들고 우회도로라 칭하면서 서귀포 시내를 관통하는 6차선 광폭 도로개발이나 일급상수원 보호구역과 천연기념물 서식지를 파괴하며 건설 중인 강정천 해군기지 진입 직선화 도로는 해당 마을이나 지역주민들의 문제인가.

수백억을 들여 지역을 개발하고 도로를 넓히면 당연히 수익사업이 늘어나고 빠르고 편하게 자동차를 이용할 수 있음은 뻔하지 않은가. 그럼 지역마다 마을마다 숙원사업이라 하여 건물 짓고 길 뚫고 도로 넓히면서 자연생태 훼손하고 파괴하면 나중에 무얼 가지고 먹고 살 것인가. 이를 모르는 일이라 할 것인가. 알아도 모른 척 이보다 시급하고 절박한 문제들이 앞을 막는가.

9일 오전 진보당 제주도당이 기자회견을 열어 택배 표준도선료 조례안 주민발의를 위한 서명운동을 시작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9일 오전 진보당 제주도당이 기자회견을 열어 택배 표준도선료 조례안 주민발의를 위한 서명운동을 시작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 지금 가장 시급하고 필요한 일

내년의 지역선거를 앞두고 이른바 진보정당이라 일컫는 소수정당들이 다양한 가시적 선거운동의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정의당의 경우 버스공영제 확대 청원 운동, 진보당은 도선료 인하 서명 캠페인 그리고 비자림로 공사 찬반 주민투표를 준비하던 녹색당은 뒤이어 보전지역관리 조례 개정캠페인을 들고 나섰다. 

다들 필요한 일이고 지역선거와 연계하여 각 정당이 고민하는 지점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럼에도 전체적인 판으로 모이지는 느낌이기보다 산발적이고 지엽적이거나 보여주기식 느낌이다. 

그밖에도 제주가치나 민중연대 등 지역선거를 앞두고 다양한 목소리를 기대하기도 하지만 제주의 시급하고 절박한 현안을 두고 같이 고민하고 한 목소리 또는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일을 염두에 둔다면 아쉽고 속상하다. 

지금 무엇보다 시급하고 필요한 일은 연대하고 결합할 수 있는, 지속가능하고 효율적이며 확대가능한 나아가 컨트럴 타워의 구실을 할 수 있는 조직체의 구성이라는 생각에 변함없다. 줄곧 주장해 온대로 제주민 생존을 위한 범도민행동 같은 연대조직체.

이성홍. (사진=정미숙 작가)
이성홍. (사진=정미숙 작가)

제주에 살러온 8년차 가시리주민이다. '살러오다', 한 때의 자연을 벗삼고 풍광을 즐기고자 함이 아니라 끼니를 챙기고 텃밭을 일구고 호롱불 아니라도 저녁무렵 은근한 난롯가에서 콩꼬투리를 까고 일찌감치 곤한 잠들어 내일의 노동을 준비하는 생.활.자, 그리 살고싶다, 그리 살기 위하여.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