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이 제정됐다. 내년 3월 25일부터 시행 예정인 이 법에선 지방정부의 역할을 △탄소중립이행계획수립 및 이행점검 결과보고서 작성 △2050지방탄소중립위원회 구성 온실가스감축 인지예산 제도 실시 △탄소중립이행책임관 지정 등으로 대폭 확대했다. 아울러 이를 지원할 ‘탄소중립지원센터’를 설립하거나 지정해 행정을 뒷받침하고 기업과 시민 참여를 이끌도록 했다. 이에 제주투데이는 도민 참여와 협력을 위한 방향을 모색해 보고자 제주도민에너지전환협동조합과 함께 군산, 전주, 광주를 방문해 시민 중심 에너지 전환 사례를 취재했다. <편집자 주>

제주투데이와 제주도민에너지협동조합은 15일 군산시가 100% 출자해 설립한 군산시민발전주식회사를 방문했다. (사진=박소희 기자)
제주투데이와 제주도민에너지협동조합은 15일 군산시가 100% 출자해 설립한 군산시민발전주식회사를 방문했다. (사진=박소희 기자)

기초단체가 100% 출자해 시민 중심 에너지 사업을 추진하는 지역이 있다. 바로 전라북도 군산시다.

군산시는 ‘시민과 함께하는 에너지 자립도시 군산’을 모토로 군산시민발전주식회사를 지난해 9월 공식 출범, 운영하고 있다.

제주도의 경우 공공 주도 재생에너지 사업을 공기업인 에너지 공사에서 전담하고 있지만, 군산시는 전액(95억원) 출자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전담기관 ㈜군산시민발전을 설립했다. 시민이 참여해 이익을 공유하는 시민 참여형 플랫폼이다.

제주투데이와 제주도민에너지전환협동조합(이하 제주팀)은 지난 15일부터 16일까지 에너지전환 선도사례를 취재하기 위해 군산시, 전주시, 광주광역시 세 곳을 다녀왔다. 

첫 방문지는 전라북도 군산시 경장동 번영로에 위치한 ㈜군산시민발전. 서지만 대표, 송대겸 기술지원팀 차장, 이득만 군산시 새만금에너지과 신재생육성계장이 제주팀을 맞이하며 군산시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현황과 향후 과제를 들려줬다.

'시민참여 에너지전환 선진지 탐방' 프로그램은 에너지정보문화재단이 주최하고 제주도민에너지전환협동조합이 주관했다. 

㈜군산시민발전소에서 만난 서지만 대표, 송대겸 기술지원팀 차장과 이득만 군산시 새만금에너지과 신재생육성계장.(사진=박소희 기자)
㈜군산시민발전소에서 만난 서지만 대표, 송대겸 기술지원팀 차장과 이득만 군산시 새만금에너지과 신재생육성계장.(사진=박소희 기자)

# 에너지를 시민들 손에 넘겨준 군산시

‘시민 에너지 개념’을 뺀 에너지 전환은 불평등 구조 타파를 위한 전환 사회 논의에 있어서 무의미하다. 따라서 군산시가 시도한 공공주도 시민 참여 발전사업은 에너지 주권을 시민에게 돌려준다는 데 의미가 크다. 

기후위기 대응에 맞춰 논의되는 에너지 전환은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국전력이 독점하는 발전사업을 햇빛과 바람을 이용한 지방분권형 구조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쉽게 말하면 원전이 밀집한 울산, 석탄화력발전 밀집한 충남 등 특정 지역 희생으로 생산된 전기를 서울과 수도권에서 대다수 소비하는 구조를 이제는 에너지는 지역이 직접 생산하고 소비하며 그 수익은 지역에 돌아가게 하자는 구조로 바꾸자는 것이다. 

군산시는 ㈜군산시민발전 설립을 통해 ‘시민 중심’ ‘공동체 기반’이라는 이 두 가지 원칙을 추구하면서도 이미 경제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선도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서지만 대표는 “㈜군산시민발전은 정부의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 및 재생에너지 3020 친환경에너지 발굴 및 육성정책에 발맞춰 육상·수상 태양광 및 해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 발전소 건설, 관리 및 운영 관련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팀으로 동행한 김동주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협의회 전문연구관은 "기초 단위에서 100% 출자해 만든 시민 중심 발전 회사는 군산이 유일하다. 지방공기업이 다른 법인에 출자하려면, 관련 법령에 따라 타당성 검토를 전문기관에 맡겨 그 결과를 자치단체장에 보고 한 후 도의회 동의를 통과해야 한다. 돈도 1억 이상 들지만  용역기간 만해도 6개월 이상 걸린다. 의회 동의 절차까지 본다면 시간은 더 든다. 실제 제주에너지공사가 한동평대 해상풍력발전사업과 관련, SPC(특수목적법인) 설립을 위한 다른 법인 출자 타당성 검토 및 도의회 동의를 얻는데 1년이 걸렸다"고 했다. 

지방출자출연기관은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업체 선정 시 공정성만 담보한다면,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고 그 만큼 더 많은 이익을 더 일찍 지역에 환원할 수 있다.

김동주 연구관은 "그런 점에서 군산시가 100% 출자 산하기관을 만들면서, 지방공기업이 아니라 지방출자출연기관을 선택한 것은 ‘신의 한 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군산시민발전 출범후 채 한 달 도 안 된 작년 7월 육상태양광 SPC를 설립하고 공사 착공까지 10개월 채 안 걸렸다. 공기업이 아닌 출차기관이라 이같은 속도가 가능했다는 것이 김 연구관 설명이다. 물론 발전규모는 똑같이 100㎿ 일지라도 해상풍력과 육상태양광의 사업상 차이는 있겠지만, 육상태양광 중심 군산시의 경우 제도적으로 유리한 것을 선택, 추진한 것이다. 

제주지역의 경우 10년 앞선 카본프리 아일랜드 정책으로 관련 기술과 발전 설비는 전국 최고를 자랑하지만 제주도 발전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제주에너지공사는 지방공기업법에 따른 제약사항이 많다. 이런 점에서 지방출자출연법을 적용받는 시민발전을 만든 것은 상대적으로 사업추진에 제도적 제약을 뛰어넘기 위한 시도라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시민 주도 에너지 전환 첫 발은 디뎠지만 다만 아쉬운 것은 ㈜군산시민발전은 자치단체 출자금 이외에 별도의 수익발생 구조가 없고, 육상태양광 SPC에는 지분으로 참여했기에 매출이 발생하더라도 채권자에게 우선 돈이 지급되는 구조다. 당장은 배당수익을 받을 수 없다. 이득만 계장은 “㈜군산시민발전소 설립으로 발판은 마련된 셈이지만 아직까지 캐시카우(Cash cow : 현금을 뜻하는 '캐시'와 젖소를 일컫는 '카우'의 합성어로 확실한 자금원을 뜻함)가 없다. 하지만 새만금 육상 태양광 2구역 발전사업이 상업 운전을 시작하면 그때 창출되는 수익을 공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김동주 연구관은 "군산시민발전의 가용 재원 중 지분투자 이외 잔여 금액을 채권형태로 따로 투자했더라면 태양광발전 매출발생과 동시에 채권투자금에 따른 비율만큼의 수익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시민참여형 육상 태양광 발전사업 (사진=박소희 기자)
시민참여형 육상 태양광 발전사업 (사진=박소희 기자)

#시민참여형 육상 태양광 발전사업

각 지역 현황과 풀어야 할 과제를 공유한 ㈜군산시민발전 관계자와 제주팀은 시민참여형 육상 태양광 발전사업 현장을 보기 위해 새만금 산업연구용지 일대로 이동했다.

새만금엔 300㎿급 육상 태양광 발전소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건설 부지를 ㈜새만금새빛발전소(1구역), ㈜군산육상태양광, 새만금희망태양광 사업자 3개가 나눠 추진중인데 군산시는 ㈜군산시민발전, 한국서부발전과 SPC인 ㈜군산육상태양광을 지난해 7월 설립해 새만금산단 산업연구용지 동측 2구역 1.2㎢ 부지에 99㎿급 태양광 발전소를 짓고 있다. 축구장 180배에 달하는 드넓은 부지에 빼곡하게 들어선 태양광 패널(모듈). 이곳에 설치된 패널만 무려 22만장으로 대규모 태양광 발전 시설의 위용이 느껴졌다.

주목할 만한 점은 설계·조달·시공(EPC)을 책임지는 컨소시엄에 지역 기업이 참여한 지점이다. 모든 대규모 개발공사의 경우, 지역 중소 건설업체는 공사 실적이 없어서 단독으로 사업을 수주하기 어렵다. 하지만 ㈜군산육상태양광 시공 컨소시엄 구성에 K건설, S건설 등이 대기업과 함께 참여했다. 지역건설업체가 지역개발에 참여하면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높일 수 있고, 사업에 대한 경험을 쌓을 수 있어 지역 기업 역량도 강화할 수 있다. 군산 육상태양광의 경우 소규모지만 지분 출자도 했기 때문에 일부 배당수익도 지역 기업에 돌아간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은 국내 최대 규모 시민펀드 사업이다. 1300억원 중 38%를 시민 투자(5년물)를 통해 조달하고 투자한 시민은 약 7%의 투자 수익을 돌려받는다. 단, 이자소득세(1.2%)와 펀드 수수료 등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혜택은 5.5% 수준. 인근주민참여 4%까지 합치면 총 42%가 시민 투자로 이뤄지는 셈. 오는 12월 상업운전을 앞두고 수익을 공유할 시민펀드 모집이 지난 10월 시작했다. 모집은 2022년 3월까지로 세대당 500만원(예정)까지 투자가 가능하다. 

이곳은 전력이 생산되면 인버터에서 직류를 교류로 전환한 뒤 새만금 변전소로 전력을 송출하는 시스템이다. 하루 평균 발전시간은 3.65시간. 전력판매단가는 1㎾h당 150.57원으로 최근 결정됐으며 24일 첫 시범 가동에 들어갔다. 군산시는 사업이 완료되면 연간 13만㎿h의 발전량에 매년 190억 원에 달하는 수익이 나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드넓은 발전소를 둘러본 김동주 연구관은 “신재생에너지의 경우 부지 확보의 어려움과 지역 주민 수용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관건인데, 군산은 새만금이라는 유휴부지가 있어서 대규모 발전 시설을 추진하는 게 가능했다. 재생에너지는 중앙이 아닌 지역이 주도하는 것이 특징인데, 제주지역도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지역 특성에 맞는 재생에너지 확충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한편 군산시는 육상태양광 발전사업 외에도 전라북도 새만금 방조제 내수면에 1.32㎢ 면적에 100㎿ 규모의 수상태양광 발전 사업도 추진중이며, 공공주도 해상풍력 발전단지 구축을 위한 용역을 지난 4월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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