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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볍씨살이_들어봅써] 나에게 마음을 열어준 그 친구에게 참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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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볍씨살이_들어봅써] 나에게 마음을 열어준 그 친구에게 참 고마웠다
  • 류현우
  • 승인 2021.12.01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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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YMCA 어린이스포츠단 졸업여행 준비를 하고 있는 볍씨학교 학생들. (사진=볍씨학교)
여수YMCA 어린이스포츠단 졸업여행 준비를 하고 있는 볍씨학교 학생들. (사진=볍씨학교)

우리 받침반은 16일부터 18일까지 진행된 여수YMCA 아기스포츠단 친구들의 졸업여행 캠프를 기획하고 진행했다. 이 캠프를 진행했던 목적은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 수 있도록 해주고 볍씨 언니 볍씨학교에서는 성별 관계없이 연령자의 호칭을 언니로 통일 들의 삶을 배워보자는 의미에서 진행했다.

이번 프로그램에는 전체 컨셉이 있었다. 도깨비가 등장해 돌하르방이 쓰고 있던 모자를 빼앗아가게 되는데 그 모자는 제주도와 연결돼 있어 그 모자를 찾지 못하면 제주도가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여수에서 온 멋쟁이 친구들에게 돌하르방이 자신의 모자를 찾는 일을 도와달라고 부탁하고 아이들이 모자를 찾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미션을 수행하는 것이었다.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동안 나는 총괄을 맡아가서 준비를 했고, 진행하는 동안에는 모둠장으로서 아이들과 같이 생활했다. 이 두 가지 역할을 소화해내며 나에게는 다양한 감정들이 느껴졌다.

우선 내가 총괄이라는 역할을 소화해내며 가장 많이 느꼈던 감정은 아쉬움과 미안함이다. 내가 처음 총괄을 도전하게 된 취지는 평소 내가 이런 기획활동을 책임지는 것을 많이 미뤄왔기 때문에 이같은 큰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맡아 기획하면서 그동안 이뤄내지 못했던 압축성장을 이뤄내 보기 위해서였다.

나는 스스로 그만큼 더 신경써서 이 행사에 관한 내용들을 챙기고 책임졌어야만 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기획회의 때 졸아서 총괄로서 회의를 진행하지도 못했고, 회의에서 정리된 내용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어야 했지만 그러지도 못했다. 이렇게 총괄이 많이 부족하니 다른 친구들이 배로 신경 쓰고 수고해야만 했다. 한번은 기획 회의를 하는데 너무 피곤해서 꾸벅꾸벅 졸다가 결국 잠이 들었다. 졸고 있던 것도 아니고 잠을 자버렸다.

그 당시 같이 모임을 하던 친구들의 말에 의하면 나를 깨웠는데도 내가 일어나지 않았고, 그 때문에 그냥 다른 친구가 얼른얼른 회의를 진행하고, 정리했다고 했다.

회의가 끝난 다음 다 같이 자러 가기 위해 한 번 더 깨웠는데 이때도 내가 일어나지 못했다. 어떤 친구는 나를 꺠우기 위해 옆에서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어떤 친구는 나를 깨우기 위해 옆에서 피아노로 케리비안의 해적을 연주하기까지 했는데 나는 끝까지 일어나지 못했다고 했다. 만약 내가 피곤하더라도 그것을 참아내고 회의에 더 주도적으로 임했더라면 친구들이 이렇게까지 고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또 더 높은 완성도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냈을 수 있었을 텐데 이 부분에 있어서 친구들에게 정말 미안하고 스스로도 많이 아쉬운 부분이다.

그 다음 모둠장으로 지내면서 느꼈던 것이 있다. 아이들과 같이 지내며 내가 유독 신경을 많이 신경을 썼던 한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아주 내성적이고, 말도 없는 친구였다. 첫 만남부터 나에게 이름 외에는 말해준 것이 없었고, 하루를 같이 지내면서도 다른 아이들이 나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고 자랑할 때 그 친구는 나에게 아무런 말도 걸지 않았다.

이 졸업여행 프로그램 중 하루를 정리하며 내가 맡은 친구들의 담임 선생님과 아이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있었다. 나는 그 시간에 그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너무 내성적인 친구인 것 같은데 꼭 친해지고 싶다고 말이다. 그런데 선생님도 잘 모르겠다고 하셨고 먼저 말을 걸지 않으면 대화를 하기 힘들테니 말을 많이 걸라고만 하셨다. 담임선생님에게도 그 친구는 필요한 요구 외에는 잘 다가오지 않는다고 하셨다.

그런데 다음날 내가 그 친구를 잘 관찰해보니 친한 친구 몇 명과는 잘 지내는 것 처럼 보였다. 그것을 보고 느낀 것은 나도 잘해서 친해지면 그 친구와 잘 대화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부터는 내가 말도 많이 걸고, 장난도 치고, 질문도 많이 하며 더 적극적으로 관계를 만들려고 했다. 그랬더니 둘째 날 저녁에 갑자기 그 친구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선생님, 축구 좋아해요?”

그 친구가 처음으로 나에게 질문을 했다. 그 순간 너무 뿌듯하고 행복해서 아주 열심히 답변했다. 축구에 대해서 잘 모르기는 하지만 아는 축구 지식을 모두 짜내서 답변해 주었다. 그리고 그 친구가 집에 가는 날까지 계속해서 더 친해지려고 노력하고 나중에는 그 친구가 나에게 편하게 장난을 칠 수 있는 관계까지 만들 수 있었다.

이것을 보며 역시 아이들은 참 순수하고 착해서 마음을 쉽게 열어준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나에게 마음을 열어준 그 친구에게 참 고마웠다. 지금은 비록 캠프가 끝나 헤어졌지만 아직도 그 친구가 많이 생각나고, 나에게 정말 인상적인 친구였다. 이렇게 나는 이 여수YMCA 졸업여행을 통해서 아쉽다는 감정도 느껴보고, 뿌듯함과, 행복하다는 감정도 느끼며 의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이제 친구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게 되는데 잘 적응해서 지냈으면 좋겠다. 그리고 언젠가 그 친구와 다시 만나게 된다면 재미있을 것 같다.

류현우

저는 제주학사에서 7개월 째 살고 있는 볍씨학교 9학년 류현우 입니다. 저희 학교에서 최근에 있었던 가장 큰 사건으로 인해 제가 배우고 느낀 것을 바탕으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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