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박찬식 전 제주4·3연구소 소장이 호텔샬롬제주 17층에서 열린 제주4·3 제73주년 기념 학술대회 ‘제주4·3특별법 개정과 그 과제’에서 ‘4·3 추가진상조사의 방향’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26일 오후 박찬식 전 제주4·3연구소 소장이 호텔샬롬제주 17층에서 열린 제주4·3 제73주년 기념 학술대회 ‘제주4·3특별법 개정과 그 과제’에서 ‘4·3 추가진상조사의 방향’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지난 3월 개정된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하 4·3특별법)’의 후속 조치로 추가 진상조사가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조사 대상 선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26일 ㈔제주4·3연구소는 호텔샬롬제주 17층에서 제주4·3 제73주년 기념 학술대회 ‘제주4·3특별법 개정과 그 과제’를 열었다. 

이날 첫 발표자로 나선 박찬식 전 제주4·3연구소 소장은 ‘4·3 추가진상조사의 방향’ 주제로 지금까지 이뤄진 진상조사 과정과 의미, 과제 등을 다뤘다. 

#“진상조사 마스터플랜 하루빨리 세워야”

박 전 소장은 우선 전부개정된 4·3특별법이 시행된 지 5개월이 넘게 지났으나 조사계획이 제대로 수립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마스터플랜을 하루빨리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법적인 인증을 받는 이번 추가진상조사의 대상을 엄선해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전 소장은 “지난 2003년 발간된 진상조사 보고서가 큰 파급효과를 가져오지 않았느냐”며 “앞으로 3년 동안 알찬 예산이 투입되고 그야말로 국회에 보고되는 보고서인 만큼 (실질적인) 후속 성과를 내는 주제를 고르면 어떻겠느냐”고 제언했다. 

#“물적·연좌제 피해, 국정원 자료 파헤쳐서라도 조사 필요”

이어 “예를 들어 4·3 당시 빼앗긴 토지 소유권 등 물적 피해 사례와 조작간첩 실태조사 등 연좌제 피해 사례 등을 포함하는 것이 어떨까”라며 “이를 위해 국무총리가 위원장으로 있는 4·3중앙위원회의 권한으로 국가정보원의 자료를 요구해 파헤쳐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무연고 희생자와 미신고 희생자를 전수조사하는 등 찾아가는 희생자 조사 방식이 필요하다”며 “처벌까진 힘들다고 하더라도 가해자에 대한 진상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군인과 경찰, 토벌대에 참여한 우익단체, 무장대 등) 대상을 가리지 않고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미국의 책임을 규명하는 것은 당연한 얘기고 행방불명인 중 북한에 생존해 있는 분들도 조사 대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국정원에 자료가 다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민감한 문제가 있다면 발간은 안 하더라도 조사는 해야 한다. 이번 기회가 아니라면 이와 관련해 자료를 축적할 수 있는 기회가 있겠느냐”고 덧붙였다. 

박 전 소장은 또 조사 주체의 법적인 권한을 언급하며 “진상조사를 위탁 받은 제주4·3평화재단의 법적 권한은 미약하다고 보이지만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게 분과위원회라고 생각한다. 그 역량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광범위한 조사 전문인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지역에서 인력을 육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역량 있는 전문가를 외부에서 영입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6일 오후 제주4·3 제73주년 기념 학술대회 ‘제주4·3특별법 개정과 그 과제’가 호텔샬롬제주 17층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26일 오후 제주4·3 제73주년 기념 학술대회 ‘제주4·3특별법 개정과 그 과제’가 호텔샬롬제주 17층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2019년 보고서, 계획없이 급하게 진행된 점 아쉬워”

앞서 박 전 소장은 지난 2019년 발간된 추가진상조사보고서의 성과와 한계에 대해서도 거론했다. 

성과로는 총론적인 성격을 띤 ‘2003년 보고서’를 보완하는 각론적인 성격을 띤 보고서로 구체적인 피해 실태를 파악한 점을 들었다. 특히 마을별 피해 실태를 집대성해 ‘집단학살’의 실체를 확인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반면 한계로는 “당시 김우남 국회의원이 추경 예산으로 갑자기 10억원을 받아오면서 마스터플랜 없이 급하게 짧은 기간에 진행된 게 아쉽다”며 “4·3중앙위원회를 거치는 법적인 보고서로 인증을 받지 못하고 재단 직속 진상조사단과 민간 연구기관이 수행한 조사 결과를 체계적으로 종합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마을별 피해자 전수조사와 종교계·재일제주인 피해 실태 조사에 대한 결과물을 발간하지 못한 것과 물적·연좌제 피해, 트라우마 진상조사, 미국의 역할과 책임 등에 대해 본격적으로 접근을 하지 못한 데 대해서도 한계로 꼽았다. 

한편 4·3특별법 11조(진상조사 결과 보고)에는 1항 “위원회는 추가 진상조사가 종료된 경우 그 결과를 보고서로 작성·발간해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 2항 “위원회는 제1항의 보고서를 공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날 행사는 2부로 나뉘어 진행됐으며 1부는 허호준 한겨레신문 선임기자가 좌장을 맡아 박찬식 전 소장 외에 신영전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 교수가 ‘제주4·3속 의사들을 찾아서’ 발표를, 염미경 제주대학교 사회교육과 교수와 박인순 전 제주한라대학교 복지행정과 교수가 토론을 맡았다. 

2부는 문성윤 변호사가 좌장을 맡아 최환용 한국법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국가 폭력에 의한 과거사의 입법적 해결과 그 한계’, 고경민 국제평화재단 사무국장의 ‘4·3특별법 전부개정 이후의 과제와 전망’ 발표를, 최낙균 변호사와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가 토론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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