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0도 전망대 오름 정상 

구름 낀 가을 하늘은 미세먼지로 뒤덮어 

희미하게 보이는 한라산이 아쉽지만 불어오는 바람에 바닥에 납작 엎드린 채 

오름을 수놓는 가을꽃들의 아름다운 향연이 펼쳐지고 

철 지난 서양금혼초가 바위틈에 얼굴을 내민다.

[한라꽃향유]
[한라꽃향유]
[노랑개자리]
[서양금혼초]

산방산이 보이는 비탈길에는 

땅 위 아름다운 자주 별 '자주쓴풀'이 풍성하게 피어 

가을을 더 가을답게 오름 정원을 만들었다.

지극히 겸손한 자세로, 더 낮은 자세로 자연스럽게 시선이 머문다.

[자주쓴풀]

자주쓴풀은 용담과의 두해살이풀로 

노란 뿌리가 매우 쓰다고 해서 '쓴풀', 

거기다 자줏빛 꽃을 피운다고 해서 '자주쓴풀', 

뿌리부터 꽃까지 뜨거운 물에 천 번을 우려내도 쓴맛이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자줏빛 네모 모양의 줄기는 곧게 자라고 가지는 여러 군데로 갈라진다.

양끝이 좁은 잎은 마주나고 잎자루는 보이지 않는다.

꽃은 9~10월에 자주색으로 줄기 위에서 부터 피는데 

전체적인 모습은 피라미드 모양을 하고 있고 꽃받침 조각은 5개로 녹색을 띤다.

꽃잎은 5갈래로 깊게 갈라지고 갈래에 짙은 줄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털에 감싸여 있는 암술, 암술대는 2개로 갈라져 짧고 

(꼬불꼬불한 긴털로 덮인 2개의 꿀샘 덩이가 있다.)

수술 5개가 선명하게 보인다.

6~7장의 꽃잎과 수술을 가진 자주쓴풀도 보인다.

자주쓴풀은 산과 들의 양지바른 곳에서 잘 자라는

전체에 자줏빛이 도는 보라색이지만 보랏빛이 도는 꽃도 많이 보인다.

자주쓴풀과 비슷한 쓴풀은 꽃 색깔이 하얀색으로 구분된다.

잎이 달린 줄기를 건위제와 지사제로 사용하고 전초를 약용한다.

용담의 뿌리는 용의 쓸개처럼 쓰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지만

자주쓴풀은 용담 뿌리보다 쓴맛이 더 강하다고 하니 쓴맛이 궁금해진다.

[한라꽃향유에 둘러싸인 '자주쓴풀']

인적이 드문 드넓은 태역밭 

발아래 널브러진 말똥의 구수한 냄새 

큰 움직임으로 발목을 잡는 매일매일이 다른 가을 

무릎을 꿇고, 허리를 굽히며 잠시 숨을 멈추고 눈에 담아본다.

가을꽃들의 매력에 푹 빠진 어느 멋진 가을날~

제주의 가을 들판은 화려하진 않지만

억지로 꾸민 아름다움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고운 모습을 보여준다.

벌써부터 내년 가을이 그리워진다.

자주쓴풀의 꽃말은 지각, 덧없는 사랑이다.

고은희

한라산, 마을길, 올레길, 해안길…. 제주에 숨겨진 아름다운 길에서 만난 작지만 이름모를 들꽃들. 고개를 숙이고 납작 엎드린 생명의 꽃들과 눈을 맞출 때 느껴지는 설렘은 진한 감동으로 남습니다. 조경기사로 때로는 농부, 환경감시원으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평범한 일상의 아름다움을 담고픈 제주를 사랑하는 토박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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