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제주바람은 27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지역 국회의원들과 공동으로 ‘제주개발특별법 30년 제주국제자유도시를 성찰하다’를 주제로 한 2021 국회포럼을 열었다. (사진= 박소희 기자)
사단법인 제주바람은 27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지역 국회의원들과 공동으로 ‘제주개발특별법 30년 제주국제자유도시를 성찰하다’를 주제로 한 2021 국회포럼을 열었다. (사진= 박소희 기자)

30년 간 제주도 개발의 제도적 토대가 된 제주(개발)특별법, 이를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익태 KBS 기자는 27일 ‘제주개발특별법 30년 제주국제자유도시를 성찰하다’를 주제로 열린 2021년 국회 포럼 종합토론에서 제주도특별법은 '기괴한 법률'인 동시에 '아이러니(모순)의 반복'이었다면서 계속 운영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제기했다. 

이번 포럼은 ㈔제주바람과 제주지역 국회의원들(송재호·오영훈·위성곤)이 공동으로 주최했으며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오후 2시부터 6시 30분까지 4시간 30분가량 진행됐다. 

KBS제주 화면 갈무리
KBS제주 화면 갈무리

# 수정에 수정을 거치며 '기괴해진' 제주도개발특별법 

1991년 ‘제주도개발특별법(개발법)’이 국회에서 날치기로 통과되며 1994년 도서지역을 제외한 제주도 전지역을 관광특구로 지정한다. 같은 해 개발법을 근거로 ‘제주도종합개발계획’을 탄생시켰고, 이에 따라 3개 관광단지와, 20개 관광지구로 제주도를 구성하는 미래 청사진이 다듬어진다.

개발법 제정 당시 제주지역 시민사회에서는 "재벌의 제주도 개발을 돕기 위한 특혜 입법이자 제주의 자연환경 파괴를 가속할 것"이라면서 제정반대 범도민회를 결성하고 지역별로 대책위를 구성해 반대운동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양용찬 열사가 특별법 저지를 외치며 서귀포 매일시장 인근 한 건물에서 유서를 남긴 채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제주도 난개발의 온상이 된 지금의 밑그림을 완성한 건, 2002년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제정 이후다. 제주국제자유도시는 1963년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검토한 제주 개발 구상을 현실화한 것이다. 이때 사람·상품·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기 위한 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이 세워졌다. 이후 2006년 7월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을 위해 '제주특별자치도설치및국제자유도시조성을위한특별법(이하 제주특별법)'으로 바뀐다.

현행 제주특별법은 제정 이후 6차례 개정 입법이 이뤄지며 '누더기 법안'이라는 오명을 얻었으며 올해 3월 제주특별법 7단계 제도개선안이 확정되면서 법령 개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제주개발특별법 30년 제주국제자유도시를 성찰하다’를 주제로 한 2021 국회포럼에서 토론자로 나서 KBS 제주 김익태 기자. (사진=제주바람)
‘제주개발특별법 30년 제주국제자유도시를 성찰하다’를 주제로 한 2021 국회포럼에서 토론자로 나서 KBS 제주 김익태 기자. (사진=제주바람)

김익태 기자는 "글이라는 것이 읽으면 이해가 가야 하는데 제주특별법은 이해할 수 없는 '기괴한 법률'"이라면서 "법률 독해가 어렵다보니 이를 자기네(정책 결정자, 전문가 등)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제도개선을 해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법률에 위배 되지 않는 한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에 맞는 조례를 만들수 있게 헌법을 개정하면 굳이 '기괴한' 제주특별법을 계속 운영 할 필요가 있는가"라고 질문했다. 

그는 "특별법을 만든 이유는 크게 제도와 예산인데, 제도의 경우 하나 시도할 때마다 조항을 바꾸다 보니 누더기 법안이 됐고, 예산 역시 국비를 많이 확보할 수 있다고 믿었는데 중앙정부가 사업 매칭 예산을 내려보내지 말고 총액으로 지방비를 내려주고, 지방정부가 그 총액을 자율적으로 판단해서 사용하면 특별히 특별법은 필요없지 않냐"고 물었다. 

# 도민복리와 무관한 제주특별법, 누구를 위한 법인가

김익태 기자는 독해 불가능한 법 폐단 예로 공무원 정수 확대를 들며 제주특별법 제49조 제1항을 문제삼았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중앙정부로부터 이양받은 특례를 활용해 자치분권 분야에서 행정기구 설치와 지방공무원 정수 등 제주 특성에 맞는 조직 설계 및 운영이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공무원 정원은 2006년 5169명에서 현재 6100여명으로 늘었고, 개방형 직위도 확대됐다.

이를 가능하게 했던 제주특별법 제49조 제1항은 소속 공무원 정원을 '인건비성 총액 등을 기준으로 관리하는 방식을 실시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조항에 따라 공무원의 정원을 인건비 등 행정 수요를 감안해 산출 기준을 제시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도의회 통제를 받지 않고 자의적 운영도 가능하다. 이는 인건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조례'로 정하도록 하라는 지방자치법 제112조 제2항과 대비된다. 

김 기자는 "법률이 누구나 이해할 수 없을 만큼 기괴하다 보니까 공무원 확대 등 도민 복리와는 전혀 관계없는 조항들이 삽입된 것"이라면서 제주특별법의 두 번째 문제는 '모순 반복'이라고 했다. 

지난 1991년 9월7일 옛 제주교육대학 앞에서 제주도개발특별법 제정에 반대하는 범도민회가 결성돼 거리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제주참여환경연대)
지난 1991년 9월7일 옛 제주교육대학 앞에서 제주도개발특별법 제정에 반대하는 범도민회가 결성돼 거리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제주참여환경연대)

# 모순 투성이 법안...계속 유지해야하나

제주특별법 목적조항에는 '고도의 자치권이 보장되는 제주특별자치도를 설치해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보장하고, 행정규제의 폭넓은 완화와 국제적 기준의 적용 및 환경자원의 관리 등을 통해 경제와 환경이 조화를 이루는 환경친화적인 국제자유도시를 조성함으로써 도민의 복리증진과 국가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돼 있다.

김익태 기자는 "고도의 자치권과 도민복리 증진이라는 선의의 목적은 지방자치 축소와 자본 증진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면서 "이 모순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는 현재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게 있다"고 했다. 

2006년 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며 4개(시·서귀포시·북제주군·남제주군)의 자치 시·군이 폐지되고 2개의 행정시만 거느리는 현재 단일광역자치 체제가 시작됐다. 도민의 자기 결정권 훼손과 '제왕적 도지사'라는 말이 나온 것이 이때부터다. 

김 기자는 "특별자치도 하자고 (특별법) 만들었는데 주민자치는 축소되고 제왕적 도지사만 출현했다. 특별자치도 하자고 (특별법) 만들어놓고 영리병원과 영리학교 실험장이 됐다"면서 제주특별법 존치에 있어 현재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책임이 크다고 했다. 

1991년 제주개발특별법 국회 통과를 규탄하는 제주도민들.
1991년 제주개발특별법 국회 통과를 규탄하는 제주도민들. (제주투데이 DB)

그는 "1991년 제주개발특별법 제정 당시 날치기로 통과됐다. 아마 제주도 문제를 중앙 정치무대서 주요 의제로 다룬 건 이때가 전무후무할텐데, 권력이 약해진 김대중(DJ) 당시 국민회의 총재가 제주도를 정치적으로 활용한 것으로 본인은 판단하고 있다. 당시 난개발, 외국 자본의 토지 잠식 등의 우려가 김대중 총재가 있던 국민회의에서 제기했는데, 정작 그런 현상은 10여 년이 지난 2002년 제주국제자유도시 특별법이 제정 이후 나타나기 시작했다. DJ 정부시절(1998~2003)"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회에서 제기한 우려가 DJ 정부 시절 만든 법률에 의해 현실화 된 것.

김 기자는 "1999년 IMF 이후 신자유주의 정책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어야만 했던 현실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현재 집권당인 민주당은 제주(개발)특별법 제정 30년을 맞아 'DJ 아이러니'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날 공동주최자인) 민주당 소속 오영훈 의원은 20대 총선 당시 '개방에서 복지로 제주특별법을 전면 개정하겠다'고 공약했는데 벌써 21대 국회도 다 지나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날 송재호 의원은 축사를 통해 "온갖 논쟁만 유발한 불합리한 국제자유도시 모델 수선이 시급하다"면서 "30년간 왜곡된 정책을 바꾸고 참여정부(노무현 대통령 시절)의 역사적 과오를 성찰해야 할 때"라고 했다. 제주특별법은 참여정부 시절 제정됐다. 

그러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에게 제주특별법 개정을 가장 시급한 주요정책으로 해줄 것을 청했고, 개인적으로는 그 약속을 이재명 후보로부터 받았다"면서 "오늘 논의된 내용이 투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선 후보들은 제주특별법과 관련해 더불어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보완",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국제자유도시 적극 추진",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폐기"를 내세우고 있다.  

‘제주개발특별법 30년 제주국제자유도시를 성찰하다’를 주제로 한 2021 국회포럼에 토론자로 나선 이영웅 사무처장. (사진=박소희 기자)
‘제주개발특별법 30년 제주국제자유도시를 성찰하다’를 주제로 한 2021 국회포럼에 토론자로 나선 이영웅 사무처장. (사진=제주바람)

# 폐기할 수 없다면 전면 개정이라도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제주환경운동연합 이영웅 사무처장은 "시민사회 진영에서는 특별법 폐기 논의를 일찍 시작했지만 도민 설득이 쉽지 않았다"면서 "난개발에 의한 쓰레기, 오폐수 등 환경 문제와 부동산 값 폭등 등 여러가지 문제가 드러나면서 이제야 전면 개정 흐름이 시민사회 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생겼다"고 했다.

그러면서 논란이 되어 온 독소조항들을 지적하며 전면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영웅 사무처장에 따르면 공익사업이 아닌 민간 개발사업도 사업자가가 3분의 2 이상 토지를 확보하면 나머지는 토지주의 의사와 상관없이 토지수용을 허용하고 있다.

개발이익 환수, 저소득층 주거안정 등을 목적으로 한 토지비축제도(정부가 토지를 매입한 후 보유하고 있다가 적절한 때 이를 매각하거나 공공용으로 사용하는 제도)는 외지자본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제도로 활용되고 있다. 

이 사무처장은 지하수의 상품화와 사유화를 인정하는 조항도 문제라고 했다. 그는 "제주특별법 개정 과정에서 그 근거가 사라져 효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한진그룹 먹는샘물 개발허가 연장을 위해 부칙조항까지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개발사업 과정에서 도지사 승인을 받으면 각종 개별법에 따른 인·허가 등을 받은 것으로 판단하는 의제처리 규정도 난개발 논란을 일으키는 요인이 된다.

이와 더불어 만성 고용불안을 낳는 제주도 산업구조도 특별법에 의해 형성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제자유도시 추진 이후 관광이 제주도 산업의 중심이 되면서 (고용이 불안정한) 서비스업이 발달했다. 비정규직 비율은 전국 최고 수준이면서 임금은 전국 최하위를 기록하는 제주도 고용불안은 제주특별법에 기인한다. 20년 전 제시한 국제자유도시 비전은 실패한 것"이라고 했다. (☞ 관련기사 : 제주 노동자 3명중 1명이 가난할 수밖에 없는 까닭)

그러면서 "서영표 제주대 사회학 교수 말대로 이제 성장이 아닌 필요충족으로 가야한다. 필요에 의한 투자가 아니라 과잉 예측에 의한 투자가 이뤄지다 보니 제주제2공항 개발 논란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는 2045년 제주도 항공수요를 4000만 수준으로 내다보고 이를 감당하기 위해 제2공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래픽=
‘제주개발특별법 30년 제주국제자유도시를 성찰하다’를 주제로 한 2021 국회포럼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이서현 제주대학교 언론홍보학과 교수 발제문 갈무리.  

제주 공풍화 제도를 이끈 제주바람 김동주 정책연구단장은 "근현대 제주의 공간은 외부 시각에 따른 변방 혹은 주변부 성격으로 규정됐다"면서 "1970년대 중문관광단지를 시작으로 제주도는 군사기지, 관광단지, 시범지구, 보전지역 등 국가에 의한 땅 빼앗기 역사가 계속돼 왔다. 제2공항은 최근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앙정부에서 약 5000건 이양받은 제주도지사 권한을 제주도민에게 돌려줄 수 있는 제도가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면서 기초 정부와 기초 의회 부활을 강조했다. 

이에 현재 제주지역 42개 시민단체, 노동단체, 진보정당으로 이뤄진 국제자유도시 폐기와 제주사회 대전환을 위한 연대회의(이하 대전환 연대회의)' 차원에서 국제자유도시 폐기와 지방분권 실현을 위한 특별법 제도개선 과제를 검토하고 있다. 

대전환 연대회의는 지난 6월 출범후 1차산업, 교육, 노동, 평화인권, 산업경제, 환경, 관광개발 이상 8개 분야 60여개 과제를 채택해 순차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현재 지방자치 10개, 교육 5개, 환경분야 9개 이상 세개 분야 제도개선 과제를 발표했다. 

이들은 내년 제주도가 발표할 특별법 전부 개정안에 연대회의에서 마련한 제도개선 과제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박찬식 제주가치 공동대표 (사진=박소희 기자)
‘제주개발특별법 30년 제주국제자유도시를 성찰하다’를 주제로 한 2021 국회포럼 플로어에서 발언하는 박찬식 제주가치 공동대표 (사진=박소희 기자)

반면 박찬식 제주가치 공동대표는 지역의 비전을 특정 법에 거는 건 도민의 자기결정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아무리 좋은 비전도 법에 담으면 도민 선택권이 박탈된다. 국제자유도시 폐기 주장을 하면 대안이 뭐냐고 묻는데, 법적 비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 자체를 전환해야 한다. 법적 비전을 법에 강제하는 것은 반드시 폐기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이날 국회포럼은 강우일 천주교 전 제주교구 주교의 기조강연을 시작으로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발표자로는 제주국제자유도시 정책비판 및 대안모색을 주제로 ▲이서현 제주대학교 언론홍보학과 교수 ▲ 조성찬 하나누리 동북아연구원장 ▲서영표 제주대 사회학과 교수 / 장훈교 박사(카톨릭대 사회학과 강사)가 나섰다. 

토론자로는 강성의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장, 김익태 KBS 기자, 이영웅 사무처장, 조판기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동주 정책연구단장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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