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2-05-19 02:33 (목)
제주국제자유도시, 아직도 신자유주의인가
상태바
제주국제자유도시, 아직도 신자유주의인가
  • 뉴스제주 김명현 기자
  • 승인 2021.11.30 16:12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제주바람, 27일 국회서 제주도개발특별법 제정 30주년 토론회 개최

1991년에 제정된 제주도개발특별법은 당시 전 세계를 휩쓸었던 '신자유주의' 시장경제 기조에 의해 태동됐다.

제주를 '관광'의 도시로 만들기 위해선 개발이 뒤따라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제도적으로 '특별법'이 제정돼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개발'의 폐해를 예견했던 양용찬 열사가 자신의 목숨을 바치면서까지 특별법 제정을 저지하려 했지만, 국회는 정부 방침에 동조해 특별법을 날치기로 통과시켰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딱 30년 후, 특별법이 처리됐던 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사단법인 제주바람이 더불어민주당의 송재호, 오영훈, 위성곤 국회의원들과 공동으로 지난 27일 제주도개발특별법 제정 30주년을 기념해 제주국제자유도시를 성찰해보는 토론회를 마련했다.

날치기로 통과됐던 곳에서 제주특별법의 지난 30년을 들여다본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함이다. 장밋빛 미래로 개발을 꿈꿔왔던 과거의 제주에 현재 제주의 모습을 투영시켜 보면 그 아이러니함이 더욱 선명해진다.

▲ 사단법인 제주바람과 송재호, 오영훈, 위성곤 국회의원실에서 지난 27일에 공동으로 주최한 '제주도개발특별법 30년, 국제자유도시를 성찰하다' 토론회. ©Newsjeju
▲ 사단법인 제주바람과 송재호, 오영훈, 위성곤 국회의원실에서 지난 27일에 공동으로 주최한 '제주도개발특별법 30년, 국제자유도시를 성찰하다' 토론회. ©Newsjeju

# 신자유주의 개발이 불러온 현재의 모습, 만족하시나요

제주국제자유도시라는 개념은 2002년에 들어섰다. 제주도개발특별법에 의해 10년간 연구한 결과다. 곧바로 무사증 제도가 도입됐고, 2006년에 제주도가 '제주특별자치도'로 명칭이 바꼈으며, 2010년에 외국인 투자 이민제도가 만들어졌다.

이로 인해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수의 관광객들이 제주로 몰려들었고, 외국인들에 의한 투자 러시로 제주도는 말 그대로 대규모 '개발' 광풍에 휩싸였다. 다들 제주가 '발전'하는 과정이라고 봤다. 현재 제주의 모습을 보면 혹자는 국내 제1의 관광도시가 된 것을 성과라 말하겠지만, 현재는 그로 인한 폐해가 더 많이 지적되고 있다.

이날 토론회 축사에 나섰던 송재호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 갑)도 이 문제를 곱씹었다. 송재호 의원은 "외자 유치를 중심으로 한 개발로 제주는 경제적 호황을 누리게 됐지만 쓰레기와 상하수도 문제, 부동산 가격 폭등 등의 많은 문제가 야기됐고, 이익에서 배제됐던 도민들이 오히려 사회적 비용을 부담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토론회 주제발표에 나선 서영표 제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신자유주의가 추구한 성장과 개발의 결과물이 들어서 있는 2021년 제주를 이렇게 표현했다.

"제주는 사람들의 삶터가 아니라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이 최종 목적이 돼 버렸다. 이건 악순환의 시작이다. 더 많은 관광객이 온다는 건 그만큼 많은 비행기가 뜨고 내린다는 거다. 숙박시설이 더 많이 필요하고, 다양한 편의시설과 유원지, 개발 관광지들이 들어선다. 여기를 이동할 자동차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되고, 이를 위해 자연환경을 이리저리 가로지르는 도로가 생겨난다. 결국 관광명소는 자동차의 물결에 포위당하고 사람을 위한 공간보다 주차 공간이 더 필요한 세상이 됐다. 이는 역설적 결과를 가져왔다. 제주가 관광지로 매력 있는 곳으로 주목받을 수 있었던 건, 바로 제주만의 독특함, 제주인들의 삶의 방식 때문이었으나 이젠 개발동맹이 이윤추구를 극대화하려고 그 모든 걸 관광상품으로 만들어 폭주하기 시작했다. 자본의 논리가 제주를 초토화시켰고, 폭주의 결과는 균형의 붕괴를 불러왔다."

제주도정은 유네스코로부터 세계자연유산 3개 지위를 동시에 획득한 곳은 전 세계에 단 한 곳뿐이라는 광고를 내걸고 제주도민들의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동시에 관광객들을 끌어모았다. 제주의 자연환경을 홍보하면서도 자연환경의 우수함을 보존, 발전시키기보다는 더 개발에만 골몰했다.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마라도 면적의 30배 크기로 땅을 파겠다고만 했다. 심지어 곶자왈 지대를 조금씩 갉아먹으면서까지.

여기서 서영표 교수는 한 가지 중요한 포인트를 집어냈다. 

"제주도민들이 원하는 건 '개발'이 아니라 '발전'이었던 게 아닐까." 

개발이 곧 발전이라고 생각하는 것, 그 자체가 신자유주의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과연 이 사조로 인한 개발의 결과물에서 제주도민들은 행복해 하고 있느냐는 물음이다.

이 때문에 이제 '신자유주의'는 낡은 패러다임이 됐고, 이제 더는 그러한 사조가 제주국제자유도시를 이끌 철학이 돼선 안 된다는 경고가 던져지고 있다. 허나 이미 이 경고장은 제주국제자유도시를 수정하거나 폐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로 지난 2018년부터 제기됐었다. 국제자유도시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그럼에도 제주도의 개발동맹이 여전히 토건세력에 기대 신자유주의적 사고에만 기대고 있다고 지적했다.

▲ 서영표 제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Newsjeju

# 국제자유도시 수정? 폐기? 지속가능한 발전의 방향성은?

서영표 교수는 이러한 개발 일변도 정책이 지역간 불균형한 발전 속도에 기인한다고 봤다. 서 교수는 "불균등 발전 자체가 사회발전이 동일한 속도와 방향으로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불균등 발전의 구조는 제주 개발압력의 원천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이유로 서 교수는 "더 많은 이윤을 찾아 유동하는 자본은 건설의 형태로 신제주와 구도심, 동부권역 개발 등으로 제주 안에서 메뚜기떼처럼 돌아다니며 지역개발을 추진한다"며 "그러면 또 다른 장소 간 불균형이 발생하고 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모든 지역이 동등한 속도로, 같은 규모로 발전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서 교수는 "신자유주의는 인간을 오로지 이윤 창출을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게 만든다. 합리성이 최고 덕목이며, 이는 지극히 물질주의적이고 경제주의적이라는 것에 있다"며 "때문에 비합리적이라도 사회통합을 위한 연대 정신은 상실될 수밖에 없고, 국제자유도시 역시 시장화의 폭력에서 예외가 될 수 없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때문에 그는 신자유주의가 더 이상 지탱 불가능한 기획이라면 제주의 개발전략도 시효 만료된 것이 아니겠느냐는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제기했다.

그러면서도 서 교수는 제주에서 벌어지는 사회운동은 여기에 확실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하지만 그 역시도 제주국제자유도시를 대체할 대안을 구체적으로 내놓지 못했다. 다만, 서 교수는 더 많은 제주시를 만들 게 아니라 탈 제주시화하는 데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 교수는 "제주 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가 지금 지속가능사회로 어떻게 가야하는지에 직면했다. 이전과 같은 성장거점의 경제발전 전략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며 "국제자유도시에서 규정한 '사람, 상품, 자본'의 이동을 '생명, 생태, 평화'로 수정하는 움직임이 일고는 있지만 여전히 경제 원리와 통합되지 못하고 있는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 교수는 "국회의원들은 4년의 시간만 본다. 기후위기 대응은 그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 정치인들이 한 두 번 이를 얘기할 수는 있으나 결국은 정치 생명력을 연장하는데 신경을 써야 하기에 이들에게 기후위기 대응책을 바라는 건 무리"라고 단언했다. 그럼에도 기후위기 대응책을 수립하고 법제화하는 건 정치인들이어서 딜레마라고 답답함을 표했다. 그는 "모든 지역의 발전은 사회·환경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제는 재화를 추구하는 게 아니라 필요 충족을 목적으로 하는 의미로 회복되어져야 한다"고 설파했다.

▲ 하나누리 동북아연구원장 조성찬 박사. ©Newsjeju

# 제주국제자유도시, 초심으로

또 다른 주제로 발표에 나섰던 하나누리 동북아연구원의 조성찬 박사도 현재 제주국제자유도시가 갖고 있는 전략이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국제자유도시는 중계수송, 창고 및 보관, 교역 및 마케팅, 지역본부, 국제금융, 서비스업, 제조업, 인구, 여행, 쇼핑 등을 망라하고 있다.

조성찬 박사는 "제주에 맞는 전략만을 구상해야 하는데 포커싱이 잘못돼 있다"며 오히려 지난 2002년에 처음 제시됐던 제1차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이 지금보다 훨씬 나은 개념들을 담고 있었다고 전했다.

조 박사의 설명에 의하면, 애초 1차 계획엔 ▲토지 이용의 공공성 재고를 위해 개발이익 환수 ▲일정규모 이상의 대규모 토지는 되도록 공영개발로 추진 ▲토지비축제도 도입으로 개발이익 원천 환수 ▲토지 장기임대로 토지 소유와 이용을 분리해 토지를 건전한 생산수단으로 이용을 유도 ▲개발사업 결정과정에 주민이 참여해 개발이익 지역환원 유도 등이 담겼다.

허나 2006년에 수정·보완을 거치면서 개발이익 환수나 공영개발, 장기임대 등의 주요한 목표들이 모두 사라졌다. 이후 2차 종합계획에선 아예 대놓고 중국자본을 활용하자는 목표가 제시되기에 이르렀다.

특히 조 박사는 "2차 종합계획에선 '개발이익'이라는 용어가 단 한 번도 제시되지 않았다"며 "전체보고서에서만 겨우 3번 언급됐을 뿐, 부동산 투자 이민제가 시행되면서 거대 자본에 의한 제주도의 토지가 사유화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고, 카지노 산업과 복합리조트 등 대규모 토지개발로 부동산 난개발에 과도한 열기를 끓어오르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때문에 조 박사는 1차 계획 때의 취지로 돌아가 '지속가능발전' 모델로 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박사는 "공유자원 사유화 정책을 대체할 발전모델을 찾아야 한다며 "공유자원에서 나오는 이익을 분배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강우일 전 천주교 제주교구장. ©Newsjeju

 

# 기후위기의 시대, 이젠 에코아일랜드로 가자

이날 기조강연으로 토론회 서문을 열었던 강우일 전 천주교 제주교구장은 신자유주의 기조를 발판삼아 가속화된 제주에서의 개발이 현재 어떤 기괴함을 낳았는지 단 하나의 사례로 극명하게 보여줬다.

"내가 지금도 가슴 아프게 잊을 수 없는 기억은 제주에 입도한지 몇 해 되지 않았을 때 현재의 5.16도로에서 제주대학교로 들어가는 네거리에 아주 잘생긴 국보급 소나무 거목 한 그루가 있었다. 굵은 줄기가 중간쯤에서 용트림하듯 아주 예술적으로 휘어져 올라간 소나무는 교차로 한복판에 서 있었다. 그러데 도로 확장공사가 한창이던 어느 날 이 소나무 솔잎이 순식간에 누렇게 변하더니 말라죽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독을 주입한 것이다. 몇 달 안 가서 소나무는 잘려 나갔고, 도로는 한복판의 장애물이 사라져 널찍하게 아스팔트 포장길이 뚫렸다. 누가 이런 일을 저질렀는지 조사하면 금방 밝혀질텐데 당국에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언론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나는 백주에 이런 낯 뜨거운 범죄가 저질러졌는데 왜 아무런 고발이나 문제제기가 없는지 당시 도지사께 물었으나 아무 답이 없었다. 제주도정을 책임진 이들 중에 제주의 생태계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하나라도 있었다면, 이런 미개한 비극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탈리아 로마는 도시 전체가 오래된 역사적 유적으로 가득한 곳이다. 로마 시내는 예나 지금이나 길이 좁다. 또한 곳곳에 고대나 중세 유적이 버티고 서 있어 출퇴근 시간이 되면 병목 현상이 일어나 교통이 수시로 막힌다. 그래도 유적에 손대거나 이동시키지 않고 그대로 둔다. 시내 곳곳에 숲이 우거진 공간이 있는데, 공원 한복판으로 도로를 뚫으면 로마의 중심을 관통하는 지름길을 만들 수 있을텐데 그러지 않는다. 불편해도 참고 돌아간다. 로마는 내가 유학생으로 공부하던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거의 변화 없이 옛날 모습 거의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고, 그래서 세계인들로부터 사랑받는 '영원한 도시'라고 불린다. 자동차 매연으로 거리의 조각상들이 시커멓게 때가 묻자 청소하기 시작했는데, 전동 그라인더로 하면 시간이 많이 단축될 것이나 작은 솔로 몇 년씩 걸려 손으로 닦아냈다. 조각상 원형에 상처를 내지 않고 최대한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서였다. 이것이 수천 년의 문화를 지키고 자연을 살려 세계인들이 끊임없이 찾아오게 하는 지혜다."

신자유주의 기조로 연이은 개발에 의해 경제규모는 커졌지만 수많은 부작용을 낳게 한 제주국제자유도시. 쓰레기는 넘쳐나 더 묻을데도 없고, 하수도 제대로 처리못해 바다로 정화되지 않은 오염수가 흘러가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한 사회불안과 기후위기까지 더해졌다.

부작용을 치유하지 않고, 기반시설도 제대로 보완하지 못하면서 여기서 더 개발해야 한다는 제주도정은 현실을 제대로 안 보고 외면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여전히 개발동맹의 유혹에 사로잡혀 10년 후도 내다보지 못한다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다. 이제는 더 앞으로 나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간의 제주를 돌아보고 제주다운 게 무언지 성찰해야 하는 시대다.

강우일 주교는 "제주의 지도층은 아직도 개발에 집착하고만 있는 것 같다. 이제 우리는 지난 30년 동안 제주를 훼손해 온 제주국제자유도시라는 개발 중심의 미성숙한 환상을 떨쳐버리고 제주의 생태와 자연을 살려내는 '에코아일랜드 제주'의 비전을 새롭게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 사단법인 제주바람과 송재호, 오영훈, 위성곤 국회의원실에서 지난 27일에 공동으로 주최한 '제주도개발특별법 30년, 국제자유도시를 성찰하다' 토론회. ©Newsjeju ©Newsjeju

이 기사는 제휴를 통해 <제주투데이>와 <뉴스제주>에 동시 게재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정의길 2022-04-26 16:50:55
신자유주의라고 포장한 제국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