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제2공항 건설사업에 반대하는 시민들은 2019년 1월 3일 제주도청 현관을 점거했다. (도청앞천막촌사람들)
제주제2공항 건설사업에 반대하는 시민들은 2019년 1월 3일 제주도청 현관을 점거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도청앞천막촌사람들)

제주도청 현관 차양에 올라 시위를 벌이다 기소된 제2공항 건설 반대 활동가 8명이 항소심 판결에 불복, 상고에 나선다. 

제주지방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방선옥 부장판사) 30일 무단 침입 및 퇴거 불응(공동주거침입)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들에 대한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형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이에 변호인측은 "제주도청 청사는 누구나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장소인데, 범죄 목적이 아닌 집회시위를 위해 출입한 시민들을 주거침입죄 등으로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하다면서 상고심을 준비한다고 밝혔다. 

이들 일부는 2019년 2월 7일 새벽 국토부가 착수한 제2공항 기본계획 수립 용역 저지를 위한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도청 현관 차양 상부에 올랐다. 기자회견을 이어가던 이들은 퇴거 요청 5시간만에 스스로 내려왔지만 제주도는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퇴거불응과 공동주거침입) 혐의로 이들을 고발했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도청 내 집회 시위의 주거침입죄 및 퇴거불응죄 성립 여부다.

변호인측은 제주도청을 "공공의 출입이 자유로운 관공서 건물일뿐 공무원 등 누군가의 사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면서 주거침입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봤다. 

또한 "제주도청 청사 계단에서 평화롭게 피케팅하는 시민을 상대로 한 공무원의 퇴거요청이 정당한지 여부를 따지지 않고 불응시 무조건 퇴거불응죄로 형사처벌을 하는 것 또한 부당하다"면서 무죄를 주장했다. 

유죄 판결은 민주사회의 핵심 권리인 집회시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며, 형벌권의 남용이라는 것이다. 

반면 재판부는 제주도청을 "경비원 및 관리인을 두는 등 인적·물적 설비를 갖춰 사람이 지배·관리하는 건물이며 기자회견 장소가 업무상 필요한 경우 도청 직원들이 출입할 수 있는 곳"으로 보고 도청 차양 점거 기자회견을 주거침입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퇴거불응죄 역시 제주도청이 개방된 공간이라 할지라도 관리자의 필요에 따라 그 출입을 제한할 수 있고, 그 권한이 있는 제주도청 관계자가 거듭 퇴거 요청을 한 점을 미뤄 성립한다고 봤다. 

이에 1심 재판부는 엄 모씨(50)를 포함한 5명은 벌금 70만원에, 최 모씨(55)와 정 모씨(29)씨에는 각각 벌금 200만원, 이 모씨(28)에는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다만 2심 재판부는 주거침입 및 퇴거불응을 인정하면서도 제주제2공항 반대 등 정치적 의사표시를 하는 과정이었던 점을 감안했다. 또한 도청 차양에 오른 시간이 도청 업무 시간이 아니었던 점도 고려해 "원심형이 무겁다"는 변호인측 주장을 받아들이고 벌금형 집행 기간을 1년 유예했다. 

따라서 벌금 액수는 원심 그대로 유지됐지만 1년 간 고의로 범한 죄로 금고 이상 실형을 선고받아 그 판결이 확정되지 않으면 벌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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