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와 인지, 운동, 사회성 등이 또래의 성장 속도에 비해 크게 느린 상태를 뜻하는 발달장애. 대한민국은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 ‘지적장애인’과 ‘자폐성장애인’을 ‘발달장애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의 등록장애인 통계에 따르면 지적장애인 수는 21만7108명(제주 3393명), 자폐성 장애는 3만802명(제주 617명)으로 모두 24만7910명(제주 4010명)이다. 발달장애인은 대부분 혼자서 생활하기 어렵기 때문에 돌봐줄 보호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국가는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하는 의무를 가진다. 장애인 역시 비장애인과 차별 없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국가는 장애인이 일상생활을 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시설을 만들거나 지원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현실은 거리가 멀다. 특히 발달장애인의 부모이기 때문에, 가족이기 때문에 그들이 짊어져야 하는 돌봄노동은 당연하게 여기는 게 현실이다. 국가의 의무를 그 가족들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 최근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이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국가인권위원회와 한국장애인부모연대가 공동으로 조사한 ‘코로나19 이후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삶’ 설문조사 결과 부모들이 겪는 고립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8점(10점 만점)으로 나타났다. 

꿈다락토요문화학교를 진행하는 행복하게 협동조합.
꿈다락토요문화학교를 진행하는 행복하게 협동조합.

발달장애인의 부모로서 내 아이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도 행복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이들이 뭉쳤다. 지난 9월30일 창립한 ‘행복하게 협동조합(이사장 김덕화)’은 ㈔한국자폐인사랑협회 제주지부 부모 모임에서 만나 다양한 지원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협력했던 회원들로 구성됐다. 

칼럼니스트, 숲놀이 전문가, 플로리스트, 유치원 교사, 행동지도사, 웹디자이너, 다문화 가정 등 회원들이 가진 경력이 다양하다. 개인들이 가진 역량을 200% 발휘해 조합을 꾸렸다. 

“야외 미술관에 놀러가 미술작품 구경도 하고 숲 체험도 했는데 아이가 너무 즐거워하고 우리 가족들에게도 행복한 시간이었거든요. 다른 (발달장애)아이들도 여기 오면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우리 첫 사업의 시작이었죠.”

이들은 지난해부터 진행한 발달장애 가족 프로그램 ‘꿈다락토요문화학교’를 기획하고 운영하며 가능성을 발견했다. 이 프로그램은 곶자왈 인근에 위치한 야외 미술관에서 발달장애 초등학생들과 형제자매, 부모들이 함께 참여해 즐길 수 있도록 마련됐다.

가족이 함께 곶자왈이라는 자연을 체험하고 놀이를 하는 동시에 다른 가족들과도 자연스럽게 교류하는 장을 만들어 만족도가 높았다. 

행복하게 협동조합은 발달장애 가족 모두가 참여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고민한다.
행복하게 협동조합은 발달장애 가족 모두가 참여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고민한다.

행복하게 협동조합은 발달장애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고민했다. 특히 연중 내내 프로그램을 진행해 돌봄공백이 없도록 하고 커뮤니티가 만들어지는 플랫폼이 되도록 하는 데 신경썼다. 발달장애 가족들이 행복해지기 위해선 서로가 서로를 지지하는 연대가 필수 요소이기 때문이다. 

올해 제주특별자치도와 인화로사회적협동조합이 지원하는 ‘여성공동체 창업 인큐베이팅 창업팀’으로 선정되면서 더욱 다양한 사업을 시도할 수 있었다. 

‘엄마가 행복한 요리, 더 기쁜 반찬 나눔’은 10월 한 달 간 발달장애 부모들이 모여 요리 수업을 하고  함께 둘러앉아 각자가 만든 요리로 식사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제주 향토음식 전문가인 양용진씨가 강사로 참여했으며 이 시간을 통해 준비된 반찬도시락을 다른 발달장애 가족들과 나누기도 해 기쁨이 두 배, 세 배 되는 시간이었다.  

‘가을밤 행복한 별빛영화제’는 돌하르방미술관 앞마당에서 깜깜한 밤하늘에 수놓은 별들을 배경으로 온가족이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참가한 가족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에 운영자들이 더욱 행복했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행복하게 협동조합을 만들고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뭐니뭐니해도 프로그램에 참여한 가족들이 행복을 느낄 때였다. 

가을밤 행복한 별빛영화제.
가을밤 행복한 별빛영화제.

“소규모 협동조합은 설립되고 5년 안에 망하는 확률이 80~90%라고 해요. 우리가 그 안에 들지 않고 지속가능한 조직이 되는 게 지금으로선 가장 큰 미션이죠. 나아가 발달장애 가족들이 서로의 지지망이 되어서 아이들은 물론이고 가족들도 제주에서 행복하게 사는 게 가장 큰 꿈입니다. ”

‘행복하게 협동조합’은 이제 첫발을 내디딘 조합 자체의 성공을 넘어 지역사회 커뮤니티케어의 성공 모델이 되기를 꿈꾼다. 나아가 발달장애인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인정 받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우러져 더욱 건강한 지역사회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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